‘천안함 영웅’ 표현, 적절하지 않다

정부가 천안함 희생 장병에게 전사자에 준하는 예우를 해 한 단계 진급하도록 추서하고 화랑 무공훈장을 수여하기로 했다.
또 장례가 치러지는 25일부터 29일까지 국가 애도기간으로 선포해 해군장으로 엄수하고 영결식이 있는 29일을 ‘국가 애도의 날’로 지정할 계획이다.
정운찬 국무총리는 25일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가진 대국민담화 발표에서 이 같이 밝혔다.
정 총리는 “정부는 호국영령들을 전사에 준해 명예롭게 예우하고 1계급 추서와 화랑 무공훈장을 수여해 고귀한 희생을 기리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장례는 유가족들의 뜻에 따라 오늘(25일)부터 29일까지 해군장으로 엄수하겠다”면서 “장례기간도 국가 애도기간으로 선포하고 영결식이 거행되는 29일을 ‘국가 애도의 날’로 지정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26일 자 경남도민일보 머리기사입니다.(에궁, 이건 천기누설 정도는 아닙니다요. 그런 시비는 말아주세요 ^^) 오늘 하고픈 얘기는 천안함에 타고 있다 희생된 해군 장병에 대한 칭호를 어떻게 하는 것이냐는 것입니다. 순직이냐 전사냐 하는 문제로 한때 논란이 되기도 했는데요, 일단 정부는 ‘순직으로 처리하되 전사에 준하는 대우’를 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은 듯합니다.

천안함 46용사들의 장례식을 하루 앞둔 28일 경남도청 앞에 마련된 분향소에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경남도민일보

천안함 46용사들의 장례식을 하루 앞둔 28일 경남도청 앞에 마련된 분향소에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경남도민일보

전사냐 순직이냐를 가르는 것은 사고 원인과도 밀접히 관련돼 있습니다. 어떠한 형태든 북한의 직·간접적인 공격행위와 관련돼 천안함이 침몰했다면, 전사가 맞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게 아니고 의혹으로 제기되고 있는 암초나 피로누적, 미군 등의 이유로 침몰했다면, 아무리 양보하더라도 ‘전사’한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전사냐 순직이냐 따지는 것은 침몰 원인이 규명되고 나서 정할 수 있는 일입니다. 미리 단정지어 전사다 순직이다 다툴 일은 아니라는 것이지요.

저는 일부에서 쓰고 있는 ‘영웅’이라는 표현, 또는 ‘순국’이라는 표현은 자제해야 한다고 봅니다. 영웅을 국어사전에서 찾아봤더니 “재지(才智)와 담력과 무용(武勇)이 특별히 뛰어난 인물. 보통 사람으로는 엄두도 못 낼 유익한 대사업을 이룩하여 칭송받는 사람”이라고 돼 있습니다. 앞의 예로는 “충무공은 겨레의 존경을 받는 영웅이다”는 것이 있고 “뒤의 예로는 “사하라 사막을 관통하는 대수로(大水路) 사업을 성공시킨 영웅”이라는 게 있습니다.

과연 천안함 희생 장병의 어떤 점이 그러한 ‘영웅’의 뜻에 들어맞을까요?

‘순국(殉國)’은 따라죽을 순, 나라 국입니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쳤다는 뜻이지요. 여기에는 사자의 적극적인 의지가 내포돼 있습니다. 위기에 처한 나라를 구하려 애쓰다 죽었거나, 경술 국치를 당했을 때 나라 잃은 울분을 달래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등의 경우에 ‘순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같은 따라죽을 순을 쓰더라도 ‘순직(殉職)’의 경우는 그러한 적극적인 의지가 조금 약하게 쓰인다 하겠습니다.

과연 천안함 희생 장병이 그러한 적극적인 의지를 갖고 국토를 방위하고자 애쓰다가 희생당한 것일까요?

이 글을 쓰는 까닭이 천안함에 타고 있다 목숨을 잃은 해군 장병의 죽음을 폄훼하거나 가치를 깎아내리려는 것이 아닙니다. 그들은 국방의 의무를 충실히 수행하다 희생됐고, 그러기에 무척 안타깝습니다. 전시도 아닌 훈련 중에 그리됐다는 것이 더 안타깝게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죽음의 가치를 인플레이션 시킨다고 안타까움이 줄어들지는 않습니다. 희생당한 해군 장병 한명 한명이 모두가 소중한 대한민국의 자식이었고, 국토 방위라는 성스러운 의무를 이행하다 비명에 갈길을 달리한 것입니다. 그러기에 국가는 최선의 대우를 해줘야 하며, 국민도 애도를 표해야 하는 것은 맞습니다.

그러한 애도가 정도가 지나치면 오히려 안함만 못하게 됩니다. ‘과공비례(過恭非禮)’라는 말이 있습니다. 지나친 공손은 예의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천안함 희생 장병을 지나치게 추켜세우는 것 역시 그들에 대한 예의가 아닙니다.

더구나 KBS가 나서서 <천안함의 영웅들, 당신을 기억합니다>는 제목으로 국민 모금 운동을 벌이는 것을 보면서 이것이야 말로 비명에 간 그들을 모욕하는 것이며, 안타까운 죽음을 이용하려는 불순한 의도를 읽었습니다.

백번 천번 양보해, 천안함이 북한의 공격으로 침몰됐다 하더라도, 이들은 ‘영웅’은 아닙니다. 오히려, 그러한 공격에 제대로 힘 한번 못 써보고 맥없이 침몰하고 애꿎은 40여명 목숨을 내어줄 만큼 허술하기 이를데 없는 국방력을 따져야하고, 무기력한 정부를 탓해야 할 일입니다. 그런데도, 침몰 원인도 밝혀지기도 전에 희생당한 영령들을 안장하기도 전에 ‘칭호 인플레이션’을 마구 쏟아내는 것은, 국민을 호도하는 것이고 그들의 죽음조차 불명예스럽게 만드는 일입니다.

삼가, 명복을 빌며 다음세상에는 분쟁없는 국가에 태어나시길 간절히 빕니다.

디지로그

경남도민일보에서 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2017년부터 체육부에 와서 경남FC, 내셔널리그 등 축구를 담당하고, 겨울시즌에는 창원LG세이커스 농구도 담당합니다. 물론 전국체전이나 각종 아마추어나 학교스포츠도 맡아 합니다. 원래는 뉴미디어, IT 등에 관심이 많고, 그에 따른 글을 많이 썼습니다.

1 Response

  1. 홍두깨 댓글:

    순직과 전사에 원인이 먼저 규명돼야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됬네요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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