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령 비현령’ 선관위, 비난 자초

잇따라 대형 이슈가 불거지고 있다. 가만 되짚어 보면 선거철마다 대형 이슈가 부각되지 않은 적은 없는 것 같다. 그렇지만, 이번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불거지는 이슈는 대부분 한나라당에 불리하고, 그밖의 정당·정치세력에게 유리한 부분이 유난히 도드라져 보인다.

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 26일 주요 정치적 쟁점에 대한 시민사회단체·종교단체의 주요 이슈에 대한 공개적인 발언·행동을 제한하는 지침을 발표했다. ‘정부·정당·단체의 선거쟁점 관련 활동 안내 및 사례 예시’가 그것이다. 여기서는 4대 강 사업과 무상급식 문제에 대한 시민사회와 종교계의 찬반 활동이 선거법 적용 대상이라고 명시해 이들 단체의 반발을 샀다.

그 전에 중앙선관위는 예비후보자의 트위터를 중계하는 언론사 사이트에 대해서도 선거법 위반이라는 제재를 가해 논란이 된 일이 있을 정도로 지나치게 현 정부·한나라당에 치우친 선거관리를 하는 것 아니냐는 누리꾼들의 비난을 사고 있다.

선관위는 헌법 기관이다. 헌법 제7장은 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해 규정하고 있는데, 114조에는 “선거와 국민투표의 공정한 관리 및 정당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기 위하여 선거관리위원회를 둔다”라고 규정했다. 핵심은 ‘공정한 관리’에 있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지난 4월 3일 오후 낙동강 함안보 공사현장을 방문한 정운찬 국무총리가 김태호 경남지사와 인근 지역 자치단체장, 업체 관계자 등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이는 중요한 정책에 대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알리고 국민 동의를 얻는 과정이다. 이런 행위에 대한 선관위가 어떤 조처를 했다는 소식은 들은바가 없다. 선관위가 편파적이라는 방증이 된다. ⓒ경남도민일보

지난 4월 3일 오후 낙동강 함안보 공사현장을 방문한 정운찬 국무총리가 김태호 경남지사와 인근 지역 자치단체장, 업체 관계자 등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이는 중요한 정책에 대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알리고 국민 동의를 얻는 과정이다. 이런 행위에 대한 선관위가 어떤 조처를 했다는 소식은 들은바가 없다. 선관위가 편파적이라는 방증이 된다. ⓒ경남도민일보

그렇지만 선관위는 앞서 제시한 예시를 통해 법적 근거가 불분명한 제재를 가하고 있다.

선관위는 △시설물 등 설치·게시·배부-선거법 90조에 위반 △인쇄물 배부 및 언론 광고-선거법 93조에 위반 △서명활동-선거법 107조 위반 △집회개최 등-선거법 103조 위반 등을 제시했다.

선관위는 이러한 조치를 “법에 따라서 할 뿐”이라고 설명한다. 공직선거법 90조·93조상 “누구든지 선거일 전 180일부터 선거일까지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해 정당·후보자를 지지·반대하는 광고, 벽보, 사진, 인쇄물이나 그 밖의 유사한 것을 배부·살포·상영 또는 게시할 수 없다”고 돼 있다. 선관위는 또 정부의 공무원 대상 국정설명회나 4대강 홍보사업 등도 규제 대상이라고 밝히는 등 ‘공정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조처는 헌법에서 정한 정치활동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4대 강 사업에 반대하거나 찬성한다는 것이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의 선거운동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라고 어떻게 단정할 수 있는가의 문제다. 4대 강 사업이나 무상급식 문제는 6·2 지방선거가 이슈로 부각하기 훨씬 전부터 대한민국의 나아갈 방향을 고민해온 오랜 화두이다. 그런 화두에 대해 특정 정당이 반대 의견을 표명하면서 오히려 선거 쟁점이 된 것이다.

4대 강 사업이나 무상급식에 대해서는 정치 세력과는 관계없이 국민으로서 정부와 국회에 청원하고 촉구할 수 있는 사안이다. 그리고 이러한 행위는 국민에게 보장된 일상적 정치활동의 자유에 해당한다.

한 개인이, 특정한 단체가, 특정한 정치 세력이 정부나 국회를 대상으로 정책을 요구하고 이를 관철하고자 노력하는 것을 무슨 근거로 선거에서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에게 유·불리하게 하려는 행위로 단정한단 말인가. 설령, 그러한 활동이 선거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하더라도 그것은 결과론적인 얘기다. 국민의 입을 막겠다는 이러한 조처는 1986년 6월 항쟁의 결과로 생겨난 선거관리위원회 설치 목적에도 맞지 않는다.

또 하나. 지금 이슈가 된 천안함 침몰이나 스폰서 검사 건도 그렇다. 이 두 사안은 지금 당장의 순간적인 중요도로 따지자면 4대 강이나 무상급식보다 더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다. 그렇지만 천안함 침몰을 북한의 공격으로 간주하거나 그에 따른 광범한 추모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야마로 한나라당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게 된다. 침몰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희생자들을 영웅으로 대우하거나 전사자로 대우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5월 서거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1주기를 앞두고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국민적 바람을 차단하면서 새로운 ‘조문정국’을 만들어가려고 한다는 점에서, 형평성 있는 선관위라면 이러한 시도를 경고하고 계도하고 막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아무런 조처도 하지 않고 있다.

스폰서 검사도 마찬가지다. 이 문제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은 “전 정권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애써 폄하하는 발언을 했다. 이 건 역시 선거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다. 그렇지만 선관위는 손 놓고 있다.

또 있다. 서울지방경찰청이 지난 16일 일선 경찰서에 내려보낸 “서울시 ‘좌·우파’ 교육감 후보의 정보를 수집해 보고하라”는 문건이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그런데도 선관위는 나흘이 지난 26일에서야 경찰청장에게 관련 자료를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이들 사안의 선거에 미치는 영향 경중을 선관위는 어떤 기준에 따라 정했는지 밝히지 않고 있다. 선관위가 헌법 정신에 부합하는 공정한 선거관리를 하려고 애쓴다는 점을 애써 믿고 싶다.

그러나 드러나는 현상은 전혀 헌법기관답지 못한 꼼수와 편법과 자의적 법해석으로 일관한다는 누리꾼들의 비난을 사고 있다.

디지로그

경남도민일보에서 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2017년부터 체육부에 와서 경남FC, 내셔널리그 등 축구를 담당하고, 겨울시즌에는 창원LG세이커스 농구도 담당합니다. 물론 전국체전이나 각종 아마추어나 학교스포츠도 맡아 합니다. 원래는 뉴미디어, IT 등에 관심이 많고, 그에 따른 글을 많이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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