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유언비어 단속한다고? “정신 차려 이친구야~”

정부·여당이 유언비어 유포를 엄단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검찰이 나서서 천안함에 대한 유언비어를 단속하겠다고 합니다. 왜 그러는지 이유를 모르지는 않지만, 그들이 참 불쌍하고 안쓰럽습니다.

예로부터 시국이 불안해지면 온갖 유언비어가 나돌았습니다. 폐쇄적이고 억압적인 통치가 행해지는 곳에는 온갖 요언 참언이 맹위를 떨치기도 했습니다. 그러한 유언비어는 시국을 더 불안정하게 만들곤 그랬죠. 그래서 어떤 정치세력은 유언비어를 일부러 만들어 퍼뜨리기도 했고, 유언비어를 자파의 이익 관철에 써먹기도 했습니다.

예로부터 정보가 통제된 사회에서, 사람의 상식적인 인지 능력으로 원인을 알 수 없는 일이 일어날 때 사람들은 신에 의탁하거나 음모론으로 해석했습니다. 그래서 유언비어와 음모론은 서로 맞닿아 있으며, 발생 원인이 같을 때가 잦습니다.

천안함 침몰로 희생당한 대한민국 해군 장병 46위의 영정 앞에서 부끄럽지 않은 결과를 내 놓아야 할 것이다. /사진출처: 경남도민일보 www.idomin.com

이번 천안함 침몰 사건만 해도 그렇습니다. 지난 3월 26일 밤 천안함 침몰 소식이 전해진 후 온 국민은 어느 정보를 믿어야 할지 고민할 계제가 아니었습니다. 하도 엄청난 일이 벌어졌는데, 믿을만한 ‘정보’ 자체가 없었습니다. 군사적인 어떠한 정보도 없는 상황에서 설득력을 얻은 것은 ‘피로 파괴설’이었습니다.

당시 내가 일하는 경남도민일보 정보보고에도 천안함을 건조했던 조선소의 문제, 당시 해군력 증강 드라이브 때문에 제대로 된 검증도 없이 배가 만들어졌던 정황 등등 피로파괴설을 믿을 만한 보고가 쏟아졌습니다.

이후 내부 폭발설, 좌초설 등등 여러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유독 조·중·동 같은 족벌 언론에 의해 북한 연루설이 제기됐습니다. 다른 쪽에서는 미군함의 오발 가능성도 제기됐죠.

이들 여러 ‘설’은 모두 나름대로 근거가 있었고, 논리적으로 설득력을 갖추고 있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단계에서 어떤 주장도 앞뒤가 딱 맞아떨어지게 상황을 설명하진 못합니다. 그저 사람의 인지능력 범위 안에서, 추론에 의한 가능성 제기이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앞에 예로 든 어떤 설명도 함부로 배제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닙니다. 이러한 모든 설들이 얽혀 서로 부족하거나 모순되는 상황을 보완해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조사단은 이러한 설들을 모두 조사·검토 대상에 놓고 사고 원인 조사를 해야한다고 봅니다.

문제는 해군참모총장이 어렵게 꺼낸 북한 연관 가능성을 미국에서 일축하고, 세계 유력 언론들이 “한국 정부는 천안함 사건이 영구 미제로 남길 기대할 수도”라는 식의 보도를 쏟아내는데도 정작 대한민국 국민들은 희생 장병을 애도할 뿐, 상황이 어떻게 된 것인지 어떻게 해야할 지 아무것도 모른다는 데 있습니다.

앞서 얘기했듯이 사람들은 알 수 없는 일이 일어나면 신에게 의탁하거나 음모론에 빠지게 됩니다. 이를테면, 본인과 자식들이 병역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사람들이 섣불리 대북 군사제재를 운운한다거나 사고가 나고 청와대 지하 벙커에서 안보관계회의 당시 무슨 꿍궁이가 있지않았겠느냐는 식의 뜬소문에 혹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는 전적으로 정부·해군이 책임져야 할 문제입니다. 전쟁이 곧 터질 듯한 위기국면인데도 라면이나 쌀 같은 것을 사재기 하지 않는 대한민국 국민이 ‘성숙한 국민의식’을 갖춰서 그런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지금까지 하도 속고 살았기에 이골이 나 더는 안속는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대북 정보가 쉬 온 국민에게 공개될 수 없는 특수한 상황이라는 점을 이해는 하지만,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북한 관련, 미국 관련 정보는 별 것도 아닌데 특별한 보안에 휩싸여 국민에게는 공개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이미 미국이나 그밖의 중요 언론에 보도돼 외국에서는 다 알고 있는데 대한민국 국민만 모르는 경우가 잦습니다.

경남 함안에 있는 칠원초등학생들이 천안함 희생장병 유족을 돕겠다며 모금운동을 해 해군에 전달했다. 아이들 코묻은 돈까지 ‘성금’이라는 미명으로 끌어들이면서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궁금해하는 국민은 처벌하겠다는 것은 정말 말도 안되는 일이다. /사진: 칠원초등학교 제공

이러니 국민은 외신에 보도된 작은 실마리 하나, 비교적 전문가 그룹에 속하는 이들이 툭툭 던지는 말 한마디에 혹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유언비어로 되고 시국을 더욱 불안정하게 밀어붙이기도 합니다.

억지 ‘형평성’을 말하지는 않겠습니다. 미군 오폭설이나 좌초설, 피로파괴설 같은 것이 유언비어에 해당한다면 북한 어뢰설, 북한 기뢰설도 마찬가디로 유언비어의 요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아직 검찰의 유언비어 단속 결과가 나오지 않았기에 속단하기는 이릅니다만, 조·중·동이 총대를 메고 뉴라이트 계열이 뒷받침하는 이러한 북한 연루설을 처벌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결국, 검찰까지 나서서 천안함 관련 유언비어를 단속하겠다는 것은 MB 정부의 불안 심리 그 이하도 이상도 아니라고 봅니다. 펴져나가는 ‘유언비어’에 대한 가장 확실한 대책은 그런 유언비어가 생겨난 배경을 없애는 것입니다. 모든 일에 마찬가지입니다. 일이 생겼는데 그 원인과 결과가 투명하게 공개된다면 오해할 일도 없고, 악선전에 휘둘릴 일도 없습니다. 일부 잘 모르거나 악감정을 가진 사람들이 달려들 수도 있지만, 그런 것은 집단지성 같은 것에 의해 충분히 걸러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검찰권’이라는 칼을 빼든 것은 그러한 자신감이 없다는 방증일 뿐입니다. 정말 천안함 침몰의 전 과정을 밝히고 국민의 이해를 구했을 때 국민은 화도 나고 정부(여기는 MB 정부 뿐만 아니라 역대 정부가 다 포함될 수 있을 것입니다)를 불신할 가능성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국민의 신뢰를 얻고 사태를 해결하려는 진정성이 있는 정부라면 이른 치졸한 짓을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기야, 미네르바 구속 사태를 보면서 든 생각입니다만, 이번 일도 그렇습니다. 바둑을 두면서 뻔히 안되는 줄 알면서도 그러거나 아니면 정말 몰라서 그러거나 돌을 놓을 때마다 사석만 보태주거나 자기 대마를 사지로 몰아넣는 돌을 놓는 하수를 보는 듯합니다.

디지로그

경남도민일보에서 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2017년부터 체육부에 와서 경남FC, 내셔널리그 등 축구를 담당하고, 겨울시즌에는 창원LG세이커스 농구도 담당합니다. 물론 전국체전이나 각종 아마추어나 학교스포츠도 맡아 합니다. 원래는 뉴미디어, IT 등에 관심이 많고, 그에 따른 글을 많이 썼습니다.

3 Responses

  1. 임종만 댓글:

    정말 맞는 말입니다.
    속시원히 원인규명도, 책임질 생각도 없는 분들이 애매하게 애도국면을 장기적으로 끌고가서는 실질적인 책임을 회피하는 태도는 비난받아 마땅 할 것입니다.
    사태수습이 중요한것이 아니라 또다시 이런 재앙이 없도록 원인을 규명하고 재앙이 있게 만든 분들(지위고하막론)에게 상응한 책임을 물고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에 매진 해야 할것입니다.
    이것이 대형사건을 해결하는 기본이요 상식입니다^^

    • 너럭바구 댓글:

      그렇지요. 원인 조사의 1차적인 목표는 유사사건의 재발 방지입니다. 책임자 처벌도 그렇구요. 그런데도 지금 돌아가는 상황은 국면전환 내지는 호도용, 선거용, 책임 회피용 등등이 주를 이루는 것 같아 답답합니다. 방문해주셔서 고맙습니다.

      • 너럭바구 댓글:

        그렇지요. 원인 조사의 1차적인 목표는 유사사건의 재발 방지입니다. 책임자 처벌도 그렇구요. 그런데도 지금 돌아가는 상황은 국면전환 내지는 호도용, 선거용, 책임 회피용 등등이 주를 이루는 것 같아 답답합니다. 방문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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