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군소후보에게 불리한 선거법

오늘(2010년 5월 4일) 경남도 선거관리위원회가 저희 회사 자유토론방에 올라온 게시물을 삭제해 달라는 요청을 했습니다. 사이트 관리자로서 볼 때 최근 경남선관위가 원리원칙대로 선거법을 엄격하게 적용해서 게시물 삭제요청을 남발하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 대체로 이해할 만한 정도의 설명은 덧붙였으며, 문제 소지가 있어보이는 게시물일지라도 곧바로 삭제요청하는 것이 아니라 하루이틀 여유를 두고 추이를 살피는 듯해서 크게 부딛힐 일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삭제요청한 게시물은 조금 의외였습니다. 지나 4월 30일 “선거자금을 빌려주십시오”라는 제목으로 게시된 글은 도지사 선거 출마를 준비해왔지만 기탁금이 없어 예비후보 등록을 못했다며 1만원씩의 선거자금을 빌려달라고 한 뒤 자신의 블로그를 알리는 내용이었습니다. 실명으로 게시했구요.

기탁금이 없어 예비후보 등록을 못했다며 1만원 씩 빌려달라는 게시물.

아무리 뜯어봐도 이 글이 선거법에 저촉될 것이 없어보이는데 삭제하라기에 좀 더 자세한 설명을 해달라고 했더니 방금 전화가 왔네요.

선관위 설명 요지는 글 내용 자체는 문제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글을 올린 이는 모 정당에 공천 신청을 했지만 공천 심사 과정에서 떨어졌으며 기탁금을 마련 못해 예비후보 등록을 못했다는 것도 맞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예비후보로 등록하려면 선거 공탁금의 20%를 내야 하는데 돈이 없으면 예비후보 등록도 못하게 돼 있습니다. 경남도지사의 경우 기탁금은 5천만원입니다. 이중 20%인 천만원이 없으면 예비후보 등록을 못하는 것이지요. 예비후보등록 후 중도 사퇴하면 기탁금은 돌려받지 못하지요. 한가지 더. 본선까지 완주한 끝에 유효투표 총수의 15% 이상을 득표하면 기탁금 5천만원 전액을 돌려받고 10~15% 득표시는 절반인 2500만원을 돌려받습니다. 10% 미만 득표시는 한푼도 못받습니다.

아마도 이 이는 1000만원이 없어 예비후보 등록을 못한 것으로 짐작됩니다. 그러나 보니 이 이가 한 일이 선거법 위반이 되고 맙니다. 정당에 공천 신청까지 했으니 입후보 하려는 사람은 맞구요, 예비후보 등록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홈페이지에 해당 내용을 게시하는 행위밖에 할 수 없습니다. 예비후보 등록을 했더라면 문자메시지나 메일을 이용한 선거운동도 가능하므로 선거자금을 빌린다거나 하는 일도 가능합니다. 물론,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렇게 언론사 등의 게시판에 그런 행위를 하는 것은 선거법 위반이 되구요. 이 이는 경남도민일보 말고도 모두 8개 게시판이 같은 내용을 게시했다고 합니다.

돈이 없어 예비후보 등록 못해 -> 자신의 홈페이지 말고는 선거운동 방법 없어 -> 선거자금 확보 노력도 선거법 위반

그렇습니다. 지금까지 현직 프리미엄이니, 정치신인 역차별이니 선거제도에 대한 여러 얘기가 있었습니다만 이번 일을 보니 돈 없는 정치 신인이 얼마나 불리한 조건에서 시작하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디지로그

경남도민일보에서 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2017년부터 체육부에 와서 경남FC, 내셔널리그 등 축구를 담당하고, 겨울시즌에는 창원LG세이커스 농구도 담당합니다. 물론 전국체전이나 각종 아마추어나 학교스포츠도 맡아 합니다. 원래는 뉴미디어, IT 등에 관심이 많고, 그에 따른 글을 많이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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