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우·직녀 만나는 속도는 얼마나 될까?

모처럼 온 가족이 다 모여 점심 먹는 자리에서 견우 직녀 얘기가 나왔습니다. 칠석이 지난지는 좀 됐지만 두 아이가 직녀가 흘리는 눈물 속도는 엄청나다. 맞으면 바로 죽는다 어쩌고 하는 얘기하는 것을 들으면서였습니다.

견우성과 직녀성이 칠석날 만난다는 전설은 우리나라, 중국이나 일본 등 동양 뿐만 아니라 서양에도 있다네요. 그렇지만, 이들이 서로 만나려면 상상할 수 없는 체력과 속도를 낼 수 있는 튼튼한 다리가 있어야합니다.

소를 기르는 일을 관장하는 견우와 베를 짜는 일을 관장하는 직녀가 사랑에 빠졌답니다. 이들은 서로 사랑한 나머지 자신의 일마저 잊고 사랑의 노예가 돼 세월을 보내게 됐습니다. 이를 안 천제는 크게 노했고 이들을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떨어져 살게 하면서 1년에 한 번 7월 칠석에만 만나게 했다는 전설이 있죠. 이들의 만남을 도와주려고 까막까치가 은하수 위에 오작교를 놓아준답니다.

그러면 견우와 직녀가 만나려면 얼마나 걸릴까요? 참 이런 말도 안되는 상상을 서로 얘기했습니다.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생각해도 우리가 알고 있는 세상에서 가장 빠르다는 빛의 속도보다 더 빨리 움직일 수 있어야 하지 싶습니다.

정확한지는 모르겠지만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견우성과 직녀성 거리는 대강 16광년 정도 되나봅니다. ‘광년’이란 빛의 속도로 달려 1년 걸리는 거리지요. 빛의 속도는 초속 30만km 입니다. 시속으로 환산하면 3600을 곱해야 하니 10억8000만km네요. 이 속도로 1년간 움직이는 거리이므로 10억 8000만km*24시간*365일 하면 9조4608만km가 됩니다. 상상할 수 없는 거리이지요.

견우와 직녀가 한번 만나려면 원래 있던데서 빛의 속도로 달릴 때 8년이 걸립니다.(16년이 아니라 양쪽에서 동시에 마주보고 달리기에). 만나고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가는데 8년이 걸리죠. 결국 이들은 둘 다 빛의 속도로 달릴 때 16년에 한번씩 밖에 만나지 못합니다. 헤어지고 나서 첫 만남이 8년만에 있었고, 두번째 만났을 때는 헤어진 뒤로 24년만입니다. 이들이 사랑에 빠진 나이가 28청춘 16살때라고 하더라도 두번째 만났을 때 이들은 40살이 돼 있습니다. 다음에는 56살이 돼 있구요. 꽃다운 아리따운 나이에 만나 짧은 사랑을 하고 그 추억만으로 이들이 16년마다 이뤄지는 재회를 기다리며 살 수 있을까요? 아, 물론 하늘의 셈법이 인간의 그것과 다르다 하더라도 말입니다.

하여튼 이들이 해마다 칠석날 만나려면 빛의 속도보다는 훨씬 빠른 이동 수단이 있어야 합니다. 텔레포터에 천리마, 축지술까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하더라도 인간의 상상력으로는 접근할 수 없는 초울트라캡숑킹왕짱 우주선이라도 필요하단 말이죠. 빛의 속도로 원래 있던 곳에서 오작교까지 가서 만나고 돌아오는 데 16년이 걸리므로 적어도 해마다 만나려면 이들의 이동 수단은 빛보다는 16배나 빨라야 합니다. 초속 480만km입니다. 서울-부산 거리가 400km 남짓인데요 1초 안에 만번 이상을 왔다갔다 할 수 있는 속도입니다. 지구 둘레가 4만km이니 1초에 120바퀴를 돌 수 있는 속도입니다. 지구-달 거리가 38만 4400km로 광속으로 1.3초면 도달하는 거리입니다. 견우와 직녀의 이동속도라면 1초에 이 사이를 몇번이나 왔다갔다 하는 속도일까요? 머리아파 계산 그만할랍니다. 어림짐작으로 5왕복은 더 될 것 같네요.

문제는 그게 아닙니다. 이들이 이렇게 만나려고 오가는데만 1년을 다 써버릴 수는 없습니다. 천제가 이들을 떼어놓은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보면 그럴 수 없습니다. 1년에 364일은 맡은 일, 즉 소 치고 베 짜는 일을 하고 하루만 만나라고 한 것이므로 하루만에 가서 만나고 돌아와야 합니다. 따라서 빛의 속도*16*365라는 속도가 필요합니다. 초속 17억 5200만km라는 속도가 나오네요. 부산-서울을 1초에 365만번 왕복하는 속도네요.

그럼, 이들이 만나는데 까막까치는 몇마리나 필요할까요? 현실에는 없지만 계산 편의를 위해 가로세로 1m짜리 까막까치가 있다고 칩시다. 하늘나라니 그 정도는 있을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하여튼 16광년은 10억 8000만km 이므로 한줄로만 늘어서도 1조800억마리가 필요합니다. 폭 1m 다리라면 사람이 약간 겂나긴 해도 건널 수 있는 폭입니다. 그렇지만 까막까치 1마리가 보통 성인 남녀 1명씩을 등에 태우고도 떠 있을 수는 없겠지요. 더 많은 까막까치가 필요하겠지만 일단 한줄로만 다리를 만든다고 또 가정합니다. 지구상에 있는 모든 까막까치에게 동원령을 내린다하더라도 1줄로세우는 다리를 만들만큼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또, 견우성으로부터 지구까지는 16광년, 직녀성으로부터 지구까지는 24~25광년쯤 된다네요. 직녀성까지 가는 까마귀는 빛의 속도*25*365km의 속도로 칠석날 일찍 지구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가장 가까운 견우성쪽으로 갈 까막까치 역시 빛의 속도*16*365km 속도로 칠석날 아침 지구에서 출발해야겠지요. 그래야 견우와 직녀가 집을 나설때부터 다리가 돼 중간에 만날때쯤이면 다리가 완성될 것입니다. 아마도 오작교를 만들려면 지구상에 있는 모든 조류, 심지어 날지 못하는 펭귄이나 타조, 닭같은 것까지 총 동원돼야할지도 모르겠네요.

칠석날 견우직녀가 만날 때 직녀가 흘리는 눈물이 비가 된다고 합니다. 오작교 위에서 흘리는 직녀의 눈물이 지구까지 도달한다면 또 어떨까요? 견우·직녀성 중간쯤에서 둘이 만난다고 할 때 그곳은 지구에서 20광년쯤 떨어진 곳이라고 칩시다. 직녀 눈에서 뚝 떨어진 눈물이 지구까지 도달하는데 빛의 속도로 20년 걸립니다. 1년만에 도달하려면 빛의 20배 속도, 다시 같은날 도달하려면 빛의 20*365배 속도, 밤에 흘린 눈물이 날이 새기 전에 도달하려면 빛의 20*365*2배 속도가 될 것입니다.

좀 다른 얘깁니다만, 조선소에 가면 철판을 절단 할 때 물을 가늘고 빠른 속도로 쏘아 자르기도 합니다. 절단면이 깨끗하게 원하는 모양대로 자를 수 있다는데요, 그 물의 속도가 얼마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빛의 속도에는 턱없이 못미칠 것입니다. 자 하늘에서 빗방울(직녀의 눈물)이 지구로 떨어집니다. 초속 430억8000만km입니다. 아마도 이 빗방울에 담긴 에너지라면 지구를 관통해 반대쪽에 분수로 치솟아 오르지 않을까요? 지구는 결딴난다는 것이지요.

우리가 어릴적 모깃불 피워놓고 평상에 누워 옥수수 하모니카 불며 하늘의 별을 헤아리고, 견우 직녀의 가슴아린 사랑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그때 하늘에서는 이처럼 엄청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빛의 속도로 무엇인가가 내 눈 앞을 지나갈 때 알아차릴 수 있을까요? 아마 사람의 눈이 인식할 수 있는 것은 1/16초인가 그렇지요. 그래서 지금껏 견우와 직녀가 만난 것을 본 사람이 아무도 없는가 봅니다. 빛보다 수천 수만배 빠른 속도로 견우.직녀.까막까치가 움직였으니 사람 눈으로는 도저히 인식할 수 없었던 것이지요.

디지로그

경남도민일보에서 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2017년부터 체육부에 와서 경남FC, 내셔널리그 등 축구를 담당하고, 겨울시즌에는 창원LG세이커스 농구도 담당합니다. 물론 전국체전이나 각종 아마추어나 학교스포츠도 맡아 합니다. 원래는 뉴미디어, IT 등에 관심이 많고, 그에 따른 글을 많이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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