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객에게 ‘슈퍼타이’를 주는 까닭은?

엊그제 금요일 친구 장인이 돌아가셔서 삼천포로 문상을 갔습니다. 때때로 문상 자리가 고인에 대한 추념보다는 평소 자주 만나기 어려웠던 지인들과 만나 회포를 푸는 자리가 되곤 하는데요, 그날도 그랬습니다. 3~4년 만에 첨 만나는 선배도 있었고 올 초 설에 만나곤 전화 한통 없었던 어릴적 친구도 만났습니다. 그렇게 소줏잔 기울이며 근황을 물어보기도 하고 옛 얘기도 하면서 ‘상가’와는 어울리지 않게 즐겁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눈에 확 띄는 것이 있었습니다. 문상객 접대를 위해 술이며 음료수며 넣어놓은 냉장고 앞에 빨래 세제인 ‘슈퍼타이’가 쌓여 있었으며, 문상객이 우루루 빠져나가자 초상을 돕는 사람들이 그 슈퍼타이를 나가는 사람들 손에 하나씩 쥐어주는 것이었습니다.

냉장고 앞에 쌓여 있는 '슈퍼타이'

상조회사 도우미에게 물어봤지만 잘 모르겠다네요. 자기도 이런 일은 처음이랍니다. 처음 발견하곤 우리끼리 얘기가 분분했습니다. 왜 슈퍼타이를 줄까? 아마도 문상 했으니 집에 가서 깨끗이 씻으라는 뜻 아닐까? 에이 그럼 세숫비누나 샤워용 물비누를 주지 빨래용을 주겠나? 그냥 문상 와줘서 고맙다는 인사겠지? 그렇대도 왜 하필 슈퍼타이냐고…

문상객들에게 알아서 가져가라고 빈소 앞에 내어 놓은 슈퍼타이

그러던 중 한 친구가 예전 경험을 얘기하네요. 예전에도 이 지역에 문상한 적이 있는데 그때도 사례품을 주더라고 하네요. 지금은 행정구역이 통합돼 ‘사천시’가 됐지만 예전의 ‘삼천포시’ 지역에는 초상이 나면 문상객게에 꼭 뭔가 답례품을 준다는 것이었습니다. 동네 전통이 그렇다니 더는 할 말이 없긴 했습니다.

나오는 길에 장례식장 관리사무실에 가서 물어봤습니다. 그랬더니 삼천포 지역에서는 오래 전부터 문상객에게 답례품을 주는 것이 예의인 것으로 내려왔답니다. 주로 주는 것이 우산이나 수건 세터, 세제 등이라고 합니다. 대강 수건세트는 3000원 대, 우산은 5000원 대, 세제는 7000원 대라고 하네요. 요즘은 봉투에 만원을 넣어 주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합니다. 결국 ‘슈퍼타이’에 어떤 특별한 의미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네요. 그냥 문상와줘서 고맙다고, 나중에 일일이 인사 못할 것 같으니 미리 답례품을 준비했다가 문상객들에게 나눠준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고보니 오래 전 일이 생각나네요. 스무 몇살 때 일이었는데, 친구 할머니가 돌아가셔서 갔다가 상여를 멘 일이 있었습니다. 상여를 메고 장지로 갔는데 비닐 봉지 하나씩을 나눠주더군요. 그 안에는 담배 1갑, 소주 팩 1개, 우유 팩 1개, 단팥방 1개, 수건 1장, 1회용 라이터 1개가 들어 있었습니다. 수고했다고 나눠준 것이었지요. 하동에서 일인데, 이때는 문상객들에게 다 준 것은 아니고 상여를 메었던 사람, 앞에서 앵여나 만장을 들었던 사람들에게만 주더군요.

고인을 보내는 격식과 절차는 지역마다, 집집마다 다 다르겠지만 애도하고 추모하는 마음이야 한길 아니겠나 싶습니다.

디지로그

축구가 좋은 축구입니다.

9 Responses

  1. 아 그렇군요. 지역마다 다른 게 많네요.

  2. Kihong Kim 댓글:

    제주도도 답례품을 줘요. 보통 세제였던 것 같아요.
    주방세제든, 세탁세제든…
    그게 신기한 일인 줄은 처음 알았어요;

  3. Decemberrose71 댓글:

    색다르네요.슈퍼타이 주는건 첨 봅니다.

  4. Decemberrose71 댓글:

    색다르네요.슈퍼타이 주는건 첨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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