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SNS 이후 대비해야할 때다
스마트폰과 트위터·페이스북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맥서비스)가 대한민국을 폭풍처럼 강타하고 있다. 곳곳에서 이와 관련된 강좌가 열리고 세미나며 토론회도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참가할 수 있을만큼 자주 열리고 있다.
삼성이 안드로이드 기반으로 출시했던 스마트폰 갤럭시S가 최근 100만대를 돌파했다고 한다. 공교롭게도 아이폰4가 국내 출시되는 날 삼성이 새로운 디자인을 내놓으면서 눈총을 사긴 했지만 대한민국 대표 스마트폰으로 자리잡고 있는 모양새다. 업계에서는 내년까지는 갤럭시S가 200만 대는 팔릴 것으로 예측하기도 한다. 스마트폰 시장을 밝게 보는 쪽에서는 내년말이면 국내 스마트폰 이용자가 500만에 이를 것으로 보기도 한다.
한국인 트위터 사용자는 15일 오전 현재 146만여명에 이른다. 트위터 한국인 인덱스(http://twkr.oiko.cc/count)에 따르면 지난 8월 5일 100만명을 돌파한 이래 급격한 사용자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페이스북 사용자도 마찬가지다. 페이스베이커즈(http://www.facebakers.com/countries-with-facebook/KR/)에 따르면 지난 8월 31일 현재 167만 여명을 정점으로 최근 조금 줄어들고는 있지만 여전히 153만여명이 이용하고 있다. 한가지 흥미로운 점은 위치를 한국으로 설정하고 중국어 간체를 쓰는 사용자가 15만여명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번에 이러한 사용자를 배제했기에 줄어들었다는 분석도 있다.
트위터는 이미 전통 미디어를 제치고 최신 뉴스 유통채널로 자리잡은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위협하고 있다. 일례가 지난번 김태호 총리후보 지명 발표였다. 청와대에서는 정오까지 엠바고를 요청했지만 11시도 안돼서 트위터에는 총리후보뿐만 아니라 주요 각료 인선 명단까지도 광범위하게 유포됐다.
이런 폭풍우 속에서 이용자는 말할 것도 없고, 정부나 기업도 정신 못차리고 우왕좌왕하고 있다. 이런 큰 혼란을 맞은 배경은 뭐라해도 지난 몇 년간 진행돼온 ‘IT쇄국주의’를 꼽는 사람이 많다.
대한민국은 지난 2007년에 전세계에서 최초로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휴대전화 망인 3G를 전국에 설치했다. 스마트폰의 네트워크 역할을 신경망이 깔린 것이다. 아이폰으로 촉발된 3G와 WiFi망을 결합하고 기존 휴대폰에 비해 큰 액정을 가진 단말기는 그보다 먼저 대한민국에서 선보였다. 삼성이 만든 Nexio 시리즈가 그것이다. 당시 유행했던 PDA 중에서도 넥시오 시리즈는 탁월한 것이었다. 3G망을 통해 전화를 할 수 있었고 유선랜이나 WiFi 망을 통해 인터넷도 할 수 있었다. 물론 기본적인 터치화면에 윈도우CE를 운영체제로 탑재했으며 동영상 음악 감상도 할 수 있었으며 일부 얼리 어댑터들은 외부 GPS 장치와 연동해 내비게이션으로 개조해 쓰기도 했다. 하지만, 삼성은 전망이 어둡다며 이 사업을 접어버렸다. 자체 OS 개발이나 앱 개발 같은 개념도 생겨나기 전에 그 맹아를 없애버린 것이다.
이는 통신사들이 망 내에 사용자들을 가둬두고 ‘알량한’ 콘텐츠 이용료를 챙기려했고, 정부 정책도 이를 뒷받침해주면서 개방·공유·참여라는 시대의 흐름에 역행한 일이었다. 그 여파는 지금 우리가 겪는 혼란으로 다가왔다.
지금의 10대들은 모르겠지만, 우리에게는 아련한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인맥서비스가 있었다. 전국에 흩어진 동창을 찾아 연결해줬던 아이러브스쿨이 그것이다. 처음에는 열광했고, 나중에는 잦은 불륜 중개사이트처럼 되면서 많은 이용자들의 기억에서 사라졌지만, 오프라인 인맥을 찾아 온라인에서 확장해나가는 전형적인 SNS의 기초단계였다.
트위터 페이스북 열풍에 ‘어마 뜨거라’면서 최근 openAPI를 도입하고 법석인 싸이월드는 페이스북의 한국버전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페이스북이 싸이월드의 국제화 버전이라는 게 맞겠다. 그러나 싸이월드가 미국에 진출했다가 참담한 결과를 얻고 철수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역시 ‘개방 참여 공유’라는 트렌드를 읽지 못하고 망 내에 사용자들을 가둬두려 했기 때문이다. 트위터에 필적할 단문베시징 서비스로는 네이버가 인수한 미투데이도 있다. 그러나 초창기 연예인 팬클럽 같은 10대들이 주도권을 쥐면서 소소한 일상의 소통이라는 역할은 해냈지만 거대 담론을 담아내지 못하면서 트위터에 밀릴 수밖에 없었다.
국산 SNS, 또는 그 단초와 트위터·페이스북과의 가장 큰 차이는 얼마나 개방하고 참여를 유도했느냐이다. 사실 트위트는 굉장히 불편한 서비스이다. 트위터 자체에서 해결되는 것이 거의 없다는 혹평까지 나올 정도로 사진, 음악, 동영상 등 멀티미디어 공유 기능을 외부 애플리케이션에 의존하고 있다. 페이스북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지금의 시대 흐름은 이러한 부족함을 외부의 다양한 개발자들을 동원해 넉넉함으로 채우는 것이다. 페이스북이 API를 공개한 이후 지금까지 페이스북에서 돌아가는 애플리케이션은 20여만 종에 이른다고 한다. 구글에 위협을 느낀 마이크로소프트사가 최신 오피스 버전인 MS Officd 2010 버전을 DOCS 라는 서비스로 페이스북에 무료로 제공했다. 문서작업이나 엑셀, 프리젠테이션 같은 것을 이제는 비싼 돈들여 오피스 프로그램 사지 않고도 페이스북 안에서 편안하게 쓸 수 있게 된 것이다.
윌리엄 더간 컬럼비아대 경영대 교수가 했다는 말이 의미심장하다. “애플 스티브잡스와 마이크로소프트 빌 게이츠는 결코 새로운 뭔가를 발명한 것이 없다. 그들은 아이디어를 모두 훔쳤다. 밖으로 나가 끊임없이 뭔가를 찾고(search) 최선의 것이 발견되면 가져와서 조합(combine)했을 뿐이다. 그것이 그들이 한 창조다.”
개방함으로써 외부 전문가 집단에게 비즈니스 기회를 제공하고 참여를 이끌어내 새로운 세상을 열었다는 것이다.
‘IT강국’이라는 집단최면과 ‘IT쇄국주의’라는 트렌드 몰이해에 따른 댓가를 혹독히 치르고 있지만, 이제 포스트 스마트폰, 포스트 SNS에 대한 집단 지성을 이끌어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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