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하마을 들판 ‘사람사는 세상’에 숨은 비밀
봉하마을 들판에는 벼논에 자색벼로 새긴 ‘사람사는 세상’ 글이 있습니다. 김경수 비서관이 사진으로 찍어 트위터에 올리면서 꽤 알려졌고 관심을 많이 받았지요. 지난 16일 봉하마을에서 블로거 간담회를 할 때 그 글을 꼭 보고 와야겠다고 생각하고 갔는데, 시간이 어중간해서 글을 알아볼 위치인 사자바위나 부엉이바위에 올라가서 보진 못했습니다. 봉하 방앗간 2층에서 보니 글이 있는 부분이 시커멓게 보이는 정도만 확인하고 말았습니다.
- 노무현 전 대통령 탄생(1946년 9월1일,음력8월6일) 64주년을 하루 앞둔 8월 31일 김해시 진영읍 본산리 봉하마을 노 전대통령 사저 앞 들판에 자색벼로 새긴 ‘사람사는 세상’이란 글귀를 경남도민일보 김구연 기자가 찍어왔습니다.
간담회를 하면서 들어보니 여기에 재밌는, 그러면서도 묵묵히 봉사하는 분들의 정성과 땀이 숨어 있더군요. 알려진대로 이 글은 신영복 선생의 글을 받아와서 논에 자색 벼를 심어 표현한 것입니다. 약간의 공을 쏟았으리라 짐작했지만, 생각보다 많은 노력이 들었더군요.
우선 글은 김경수 비서관이 직접 받아왔답니다. 김정호 비서관이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작업 관여한 몇 사람이 매주 주말마다 멀리서 내려와 신영복 선생님 서체에 가장가깝게 하기 위해 무지 애를 쓰는 과정들이 ‘내 마음 속에 대통령 가치’를 논에다 외화시킨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런 정성들이 다 우리마음에 있는데 몇 사람들이 그렇게 잘 표현 했다고 생각되기도 하고요. 노 전 대통령의 정신이나 가치를 6자로 한다면 ‘사람사는 세상’ 글귀라고 생각하고 체에도 혼이 담겼다 하잖아요. 어렵지만 신영복 선생의 서체를 구해 혼연일체 된 것 같습니다. 작업을 마치고 나니 참 좋아 보입니다.
서체를 구해오자 매주 찾아오는 20~30명에 이르는 자원봉사자들이 서체를 격자로 분석해서 논에 촘촘하게 줄을 치고 손으로 하나하나 자색 벼를 심었다고 합니다. 그게 생각보다 쉽지 않은데다, 손으로 모를 심고 나면 뜬모가 생기기도 하는데 일일이 살펴가며 새로 심기도 하는데 4주정도 걸렸답니다.
- 지난 6월 6일 자원봉사자들이 논에 자색 벼로 글자를 새기고 있습니다. 봉하사진관에서 퍼왔습니다.
위치 선정도 고심했다네요. 사자바위에서 잘 보이는 곳으로 하려고 보니 비닐하우스 등에 가려 잘 안보이더랍니다. 그래서 부엉이바위에서 잘 보이는 곳으로 잡았다네요. 노무현 대통령이 잘 볼 수 있게 하겠다는 생각도 있었답니다.
이렇게 자색미도 다른 벼와 같이 익어가고 있습니다. 추수할 때도 자색미는 손으로 베어 타작해야 하는데요, 김경수 김정호 두 비서관은 이 일도 자원봉사자들이 해주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김경수 비서관의 말입니다.
자원봉사자 20~30명은 매주 오는 사람들입니다. 그 분들은 대통령께 드리는 선물이고 마음이라 생각하시는 듯합니다. 추수 할 때도 글씨부분 먼저 베어야 할텐데 그분들이 나서주시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추수하면 도정하고 대통령께 올리고 그분들께도 나둬드렸으면 합니다. 그분들의 마음이고 선물이라 생각합니다.
그럼 왜 자색미였을까요? 자색미는 나락 껍질은 자색을 띠지만 방아를 찧어보면 쌀은 희답니다. 색깔있는 벼로는 흑미, 홍미, 녹미가 있는데 이들은 쌀 색깔이 검거나 붉거나 녹색이랍니다. 반면 일반 벼와 자색미는 도정하면 흰색이랍니다. 그렇지만 이 다섯가지로 5색미로 가공하면 더 비싼 값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더군요.
다시 김정호 비서관의 말입니다.
쌀만 팔아서는 부가가치가 낮습니다. 색깔 있는 벼는 흑미 홍미 녹미가 있습니다. 쌀도 고품질 기능성 쌀로 가면 단위면적당 소득이 높아집니다. 콘셉트를 오색미로 정해 색깔 있는 애들 섞어 조금 가치 있게 팔고자 합니다.
최근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