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삼성 공화국’ 정국을 보는 눈

김용철 변호사가 정말 용기있는 결단을 했다. 세간에 김 변호사를 욕하는 말이 나돌기도 하지만, 백 번 양보해 김 변호사가 개인적인 욕망을 위해, 또는 욕망의 좌절 탓인 ‘복수’를 위해서라고 하더라도, 그의 ‘폭로’는 제 삶과 심지어는 목숨까지도 내건 용기있는 결단이 분명하다.

나는 김 변호사의 폭로 내용이 사실인지에는 그다지 관심 없다. 그럴 수도 있으리라는 개연성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지금 돌아가는 형국이 김 변호사가 폭로했던 내용과 크게 어긋나지 않다는데 눈길이 간다.

김 변호사의 폭로가 품는 뜻은 무엇일지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을 했다. 불법적인 비자금 조성, 불법적인 뇌물 제공, 불법적인 재산 상속…. 김 변호사의 폭로가 겉으로 드러내는 모습이다. 그러면 그 뒤에 감춰진 뜻은 무엇일까?

나는 이미 우리 사회가 ‘삼성’이 뜻하는 대로 움직인다는 게 숨은 뜻이라고 본다. 아니, 엄밀히 따지자면 이씨 부자의, 이건희 삼성 회장의 뜻대로 움직인다는 것이다.

나는 불과 얼마 전 대한민국의 모든 언론이 ‘개떼’같이 덤벼들어 신정아 씨를 벌거벗겼던 일을 기억한다. 그 당시 변양균 전 청와대 실장이나 신정아 씨에 대해 이번 김 변호사와 맞먹을 만치 구체적인 증언을 공개적으로 한 사람이 없었다. 그런데도 언론은 경쟁을 하면서 새로운 사실을 밝혀냈으며 검찰을 압박했다. 누드 사진이라는 부작용도 있었지만 사건의 실체를 드러내는데 언론이 크게 이바지했다고 본다.

그런데 이번 삼성 건에 대해서는 언론이 꿀 먹은 벙어리 행세를 한다. “뭐 새로운 것은 없느냐”며 오로지 김 변호사와 정의구현사제단 입만 바라볼 뿐 스스로 무엇인가를 밝혀내겠다는 어떤 노력도 안 하고 있다. 그러는 새에 이 일의 본질은 엉뚱하게도 ‘떡값 검사’라는 데로 쏠리고 있다. ‘어느 넘이 떡값이라는 뇌물을 받았누’로 관심이 쏠리는 새에 삼성은 이미 증거를 없앨 충분한 시간을 벌었다. 국회에서 특검법을 통과시켰지만 삼성은 느긋해질 것이다. 특검마저도 삼성 입맛에 맞는 사람을 앉힐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을 만도 하다. 청와대는 물론, 민주노동당에도-삼성 떡값을 받았는지 여부와는 관계없이- 삼성이 시간을 벌게 해 준 책임을 물어야 한다.

나도 삼성과 관련된 아픈 기억 몇 조각이 있다. 집 앞 뻗치기는 기본이었던 삼성이 초등학교때 앞집 살던, 10년 넘게 소식이 끊겼던, 외국 공장에 나가있던 아는 형이 헝뜬금없이 한밤중에 전화를 걸게 할 정도로 집요했던 삼성임을 알고 있기에, 이번 일에 대한 언론의 대응 방식에 대해 최소한 ‘자기 검열’이라는 혐의를 거둘 수가 없다.

이미 우리나라는 ‘삼성 공화국’이 아니라 ‘이건희 왕국’이 됐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데도 어느 누구도 이를 깨겠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 삼성은 꾀돌이처럼, 우리 사회가 이렇게 돌아갈 것이라는 것을 알고, 그렇게 돌아가는 과정에서 지네가 난처해질 때 도와줄 수 있는 이른바 ‘엘리트 집단’을 지네 편으로 묶어뒀다. 그게 국민 전체를 설득하고 국민을 감동시키는 것보다는 훨씬 싸게 먹힌다고 봤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이번 대선보다도 삼성 문제를 제대로 밝혀내고 단죄하고 용서하는 것이 몇백 배는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김용철 변호사보다는 김경준이라는 사기꾼의 입에 더 주목하고 있는 듯해 안타깝다. 물론, 김경준이라는 입을 통해 얻어낼 일도 많다. ‘도둑놈’이 누구인지, ‘몹쓸 놈’이 대통령이 될 수 있는지를 따지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정권은 5년이고 삼성 권력은 이대로 둔다면 앞으로 50년은 더 갈 것이다. 5년을 도둑놈에게 맡기는 한이 있더라도 부도덕한 삼성 왕국을 50년간 지속하게 하는 것이 더 나쁜 일이다. 내 자식 세대가 아니라 손자·증손자 세대까지 굴욕적인 삶을 물려주는 것이다. 이제는 행동으로 이른바 ‘엘리트’를 구워 삶는 방식이 훨씬 돈이 많이 드는 것이고, 상식이 용납되지 않는 왕국은 무너뜨리는 것이 국민경제를 위해서도 효율적이라는 것을 보여줘야 할 때이다. 그것이 근 20년 만에 ‘민주화’라는 화두에서 벗어나 ‘삼성 왕국’에 총대를 겨눈 천주교 정의구현 사제단이 선택한, 이 시대 양심적인-선량한-힘없는 시민에게 주어진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자, 무엇을 할 것인가?

디지로그

경남도민일보에서 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2017년부터 체육부에 와서 경남FC, 내셔널리그 등 축구를 담당하고, 겨울시즌에는 창원LG세이커스 농구도 담당합니다. 물론 전국체전이나 각종 아마추어나 학교스포츠도 맡아 합니다. 원래는 뉴미디어, IT 등에 관심이 많고, 그에 따른 글을 많이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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