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SM3를 내 생애 4번째 차로 결정한 까닭

엊그제 토요일 계약을 했습니다. 내 생애 4번째 차입니다. 결정할 때까지 기아 딜러 2명, 현대 딜러 2명, 대우 딜러 1명, 삼성 딜러 3명을 만났습니다. 물론,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을 들여 온라인 써핑을 했구요. 그럼에도 르노삼성 SM3 RE(18.900.000원)를 선택했습니다.

처음부터 준중형차로 사겠다는 마음을 단단히 먹고 접근했으므로 기아 포르테, 현대 아반떼, 대우 라세티 중에서 고민했고, 그러다 보니 쏘나타나 K5, SM5 같은 중형차에 흔들리지 않고 처음 마음대로 차종을 결정하게 됐으므로 큰 아쉬움은 없습니다. 그럼에도 전문가가 아니다보니 잘못된 선택을 한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은 있습니다.

일단 왜 SM3였는지 설명은 나중에 하고, 내 생애에서 만난 차 얘기부터 합니다.

내 생애 첫 차는 기아자동차에서 나온 12인승 승합차 하이베스타였습니다. 아마 1993년쯤이었던 것 같네요. 경남 5아 88**였습니다. 2700cc였구요, 당시 갓 출시된 따끈따끈한 모델이었습니다. 경유값이 리터당 200원으로 1주일에 기름값 1만원이면 떡을 쳤지요. 친구들과 어울리기 좋아했고 놀러다니기 좋아하다보니 딱 어울리는 차였습니다. 학원을 하다보니 주된 용도는 아이들 실어나르는 일이었지만, 2년 반만에 팔아치울때까지 10만 km를 주행할 정도로 애마였습니다. 심지어 저녁먹고 할 일 없으면 남해고속도로로 진주에서 산인 분기점 가서 구마고속도로 타고 화원까지 가서는 88고속도로 타고 함양까지 갔다가 다시 국도 타고 진주로 돌아올정도로 내 방랑기질을 든든하게 뒷받침해줬던 차였습니다.

이 차를 갖고 있는 동안 내 못된 운전 버릇도 생성됐지요. 음주운전이 그것입니다. 당시 참 운이 좋았습니다. 한 서너번 음주운전으로 구속될 정도의 상황이 있었는데도, 대부분 운이 좋아 위기를 넘겼습니다. 예를 들면 이렇습니다. 소주 두어병 마시고 운전해 가는데, 조금이라도 거리 단축하려고 골목길로 접더들었습니다. 그런데 이 골목은 교행이 안돼 거의 일방통행이었는데 음주단속을 하고 있었습니다. 차를 돌리거나 도망갈 여지는 전혀 없었지요. ‘아 죽었구나’ 생각하고 있었는데 내 앞에 택시가 있었고, 그 앞에 코란도가 있었는데 갑자기 코란도 운전자가 도주를 하는겁니다. 단속하던 경찰관이 택시 타고 추적에 나섰고 나는 ‘룰루랄라’ 하면서 택시를 추격했지요. 아, 물론 나와 방향이 같은 길에서만 말입니다. 따라가다가 나는 내 갈길로 해서 집에 무사히 도착했지요. 베스타 운전하면서 이런 일이 모두 3번 있었습니다. 이때 못된 음주운전 버릇이 생겨 뒤에 호되게 고생했습니다.

학원을 하다가 그 길은 내 인생에 걸맞지 않다고 생각해 접으면서 베스타도 처분했습니다. 소득이 없으면서 차를 운행할 수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러고 얼마 안있어 통영에서 직장을 마련했고, 현대에서 나온 그레이스 승합차를 주로 운전하게 됐습니다. 회사 차였지요. 통영에는 ‘다찌집’이라고 해서 술집이 유명합니다. 맥주 소주 값은 비싼데 안주가 공짜입니다. 통영사람들은 퇴근 후 저녁밥 대신 다찌집에서 맥주 한 잔 기울이면서 저녁밥 먹는 것보다 많은 영양소를 섭취하지요. 그날 나도 다찌집에서 저녁을 해결했습니다. 아마 소주 1명에 맥주 두세병 마셨을 것으로(평소 그리했으므로) 짐작합니다. 그렇게 마신 시간이 1시간 남짓 했을 것입니다. 그러고는 예의 그레이스를 운전해 가다가 음주 단속에 걸렸습니다. 앞의 베스타 운전하면서 ‘나는 음주운전 면허증이 있다’는 이상한 도그마를 내 스스로 만들고 최면에 걸려 있던 때였지요. 음주 단속에 걸렸는데, 막 화가 나는겁니다. 그래서 담배를 피우려 했는데 단속한 의경이 와서 그러네요. 지금 담배 피면 측정 수치 높게 나오니 좀 참으라고요. 참 많이 갈등했습니다. ‘의경 나부랭이 말 듣고 피고 싶은 담배 안피워야 되나’라구요. 그렇지만 자존심을 접고 담배를 안피웠습니다. 그리고 경찰 버스에 올라탔는데, 곧 제대로 된 음주측정기 든 경찰관이 버스에 타더니 누가 먼저 측정하겠느냐고 묻더군요. 나도 사실 겁이 나서 선뜻 나서지 못하다가 다른 사람이 아무도 안나서자 ‘에이, 될대로 되라지 뭐’ 싶어 먼저 불겠다고 자청했습니다. 결과는 0.049. 0.05가 넘으면 면허 정지에 들어가는데 0.049라니 참 복도 많았지요. 차 키 돌려주면서 조심해서 들어가라는 경찰관 말을 듣고 집에까지 운전해서 왔습니다. 뒷날 아침 그런 일이 있었다는 사실마저 기억을 못했는데, 경찰서 기자실 갔다가 그 얘길 듯고 깜놀했습니다.

이 일도 음주운전을 계속하게 된 이유가 됐죠. 나는 음주운전면허증이 있다고. 그러나 이런 영화는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그로부터 얼마 안돼 음주운전에 걸려 0.1이 넘는 수치가 나와 면허가 취소되고 말았습니다.

겨우 면허취소로 인한 제한기한을 넘기고 면허를 재취득하자마자 마련한게 쏘나타 3였습니다. 쏘나타3 1.8 SOHC 였는데 경남 34마 33**였습니다. 당시는 진주에 있는 한 주간신문사에 일할 때였습니다. 그런데 얼마지 않아 사장이 사기치고 베트남으로 튀는 바람에 졸지에 실직자가 됐고, 얼마지 않아 IMF사태까지 벌어졌습니다. 도저히 차를 운행할 능력이 되지 않아 헐값에 차를 팔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차 없이는 살 수가 없어 곧바로 마티즈를 구입했는데, 그게 지금까지 11년동안 타고 다닌 현재의 애마입니다. 경남 34마 31**입니다.

이녀석이 내 나름대로 길을 잘 들여서 지금도 연비가 17km 나올 정도로 좋습니다. 엔진이고 액셀레이터고 브레이크고 내가 마음 먹은대로 즉각 반응하는게 정말 분신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내 맘과 소통하는 ‘기계’이지요. 고속도로에서 맘 먹고 밟으면 155km/h는 우습게 나올 정도고 평균 속도 130km/h로 달리는 준마입니다.

그런데도 이녀석과의 인연을 정리해야겠다고 맘 먹은 것은 지난 여름 휴가철에 겪은 일 때문입니다. 거창 국제연극제 갔다 오던길이었는데 갑자기 계기판 조명이 흐릿해지면서 엔진 소리가 이상해지더니 그냥 멈춰버리는 것였습니다. 알고보니 엔진오일이 하나도 없더군요. 뒤에 들은 얘기로는 당시 출시된 마티즈가 엔진오일을 많이 먹는다는 거였습니다. 4400km쯤 뛰었는데 엔진오일이 하나도 없어 엔진이 멈춘거였습니다. 다행히 엔진에는 문제가 없어 현재 3000km쯤 탔는데도 별 문제는 없습니다. 20리터 들어가는 엔진오일 25리터 주입했는데 아직까지도 25리터 주입하고 찍은 게이지와 큰 차이 없이 오일량이 유지되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렇지만 장거리 갈 때는 은근히 겂도 나고 걱정도 됩니다. 그래서 새 차로 바꾸기로 한 것입니다.

이제 내 생애 4번째 차를 계약해서 이르면 화·수요일 중에 새 차를 인수합니다. 그러고보니 쌍용차를 제외하곤, 국내 완정차 메이커 차를 모두 내 차로 가져본 경력을 쌓게 됐네요. 지금까지 차 때문에 크게 애 먹어본 적이 없습니다. 대체로 운이 좋았다고 하겠지요. 이번 차도 별 말썽 없이 앞으로 10년쯤은 거뜬히 나와 함께 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디지로그

축구가 좋은 축구입니다.

3 Responses

  1. 칭찬해주시니 고맙습니다.

  2. Bong Seok Kim 댓글:

    잘 읽었습니다. 아 글이 깔끔하다고 느끼면서 읽고 있었는데 기자분이시네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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