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뇌 스트레칭]아이들 나이는 몇 살이지?

중앙북스에서 펴낸 <한여름 밤이 꿈>

엊그제 서점에 갔다가 중앙북스에서 펴낸 ‘두뇌 스트레칭’ 시리즈 중 한 권인 ‘한여름 밤의 꿈’을 사서 읽고 있습니다. 발상 전환을 통한 기발한 답을 찾아내는 일종의 퀴즈 책입니다.

어제 저녁 먹고 두 아이에게 책에 나오는 문제를 하나 내면서 풀어보라고 했습니다. 참고로 나는 풀지 못하고 정답을 보고야 이해하게 된 문제입니다.

할머니, 어머니, 누나, 여동생. 이 중에서 셋은 공통점이 있고 나머지 하나는 공통점이 없다. 무엇일까

아들은 “할머니, 어머니, 여동생은 3글자이고 누나는 두 글자”라고 말했습니다. 딸은 “할머니, 어머니, 누나는 나보다 위이고 여동생은 나보다 아래”라고 말했습니다. 듣고 보니 둘 다 맞는 말이었습니다. 그러나 책에서 제시한 답은 “할머니, 어머니, 누나는 글자 그대로 부르지만 여동생은 지칭과 호칭이 다르다”는 것이었습니다. 여동생을 부를 때 “여동생아”라고 부르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여기서 아들녀석의 역습이 시작됐습니다.

영국 고전 퀴즈입니다. 매우 친한 사이인 제자와 스승이 있었습니다. 제자가 스승에게 물었습니다. “스승님, 자녀가 몇 명입니까?” 그러자 스승이 “3명이라네”라고 답했지요. 제자가 “그럼 나이는 몇입니까?” 그러자 스승이 “나이를 모두 곱하면 36이 나온다네”라고 했지요. 제자가 “그 정보만으로는 나이를 알 수 없습니다”라고 하자 스승이 “셋의 나이를 더하면 우리 집 번지가 된다네”라고 했습니다. 제자는 “그래도 정보가 부족합니다”라고 했습니다. 제자를 그윽히 지켜보던 스승은 “첫째가 피아노를 치며 금발이라네”라고 하자 제자는 곧바로 아이들의 나이를 주루룩 읊었다네요. 아이들의 나이는 어떻게 될까요?

이 문제 역시 나는 풀지 못했습니다. 단지 쌍둥이가 있을 것 같다는 정도만 말했습니다. 복잡한 계산을 싫어할 만큼 내가 늙었다는 것인지 씁쓸했습니다.

일단 풀어보겠습니다. 아이가 셋이라고 했고, 나이를 곱하면 36이라고 했으니 3 숫자의 곱이 36이 되는 경우의 수를 살펴보면 이렇습니다.

1x1x36, 1x2x18, 1x6x6, 2x2x9, 2x3x6, 3x3x4

이처럼 다른 정보가 없을 때 첫번째와 두번째 힌트로만은 아이들의 나이를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두번재 정보, 셋의 나이를 더했을 때 집 번지가 나온다는 힌트를 주목할 수밖에 없는데요, 일단은 집 번지가 무엇인지는 힌트에 나오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위 경우의 수를 모두 더해보겠습니다.

1x1x36 –> 1+1+36=38
1x2x18 –> 1+2+18=21
1x6x6 –> 1+6+6-13
2x2x9 –> 2+2+9=13
2x3x6 –> 2+3+6=11
3x3x4 –> 3+3+4=10

경우의 수를 모두 더한 결과입니다. 일단은 제자가 스승의 집 주소를 모른다고 합시다. 그렇다면 위의 경우의 수 어느 것도 정답이라고 말할 근거가 없게 됩니다. 따라서 현재까지의 힌트로 나이를 알 수 없습니다. 다음으로, 제자가 스승의 집 주소를 안다고 합시다. 그렇다면 제자가 지금까지의 힌트로 나이를 알 수 없다고 했으므로 위의 경우의 수 중 나이를 더한 값이 한가지로 나오는 경우는 정답이 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집 주소를 알고 있으므로 더한 값이 집 주소와 같다면 그 조합이 아이들 나이의 조합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제자는 세번째까지 힌트를 듣고도 정답을 찾지 못했습니다. 세 숫자의 곱이 얼마인지 알고 있지만 더한 값=집주소라는 힌트로도 정답을 찾을 수 없게 됐네요.

해결의 고리는 ‘매우 친한’이라는 전제에 있습니다. 매우 친한 스승과 제자라면 집을 오갔을 수도 있고, 집 주소쯤은 알고 있을 개연성이 크겠지요. 따라서 3 숫자를 더한 값이 제자가 알고 있는 스승의 집 주소와 같다면 그것이 정답일 것입니다. 그러려면 위에 제시한 경우의 수 합에서 합의 값이 1가지인 경우에는 나이의 조합이 없다는 뜻입니다. 즉 집 주소가 38번지라면 1x1x36 조합 하나밖에 없습니다. 그렇지만 36살의 자녀를 ‘아이라고 할 수는 없는데다 1살과 36살이라는 형제는 거의 불가능하므로 이 조합은 정답과 관계 없겠지요. 두번째 1x2x18 조합도 18살을 아이라 하기에는 무리가 따르는데다 역시 1살과 18살이라는 터울도 일반적이지 않으므로 배제하더라도 4가지 조합이 가능합니다. 제자가 스승의 집 번지를 모른다면 답을 알 수가 없는 것이죠.

제자가 집 주소를 안다면 10번지나 11번지 둘 중 정답이 아닌 한, 곧바로 정답을 알았겠지요. 그렇지만 제자는 나이를 더한 값이 주소와 같다는 힌트에도 정답을 못 찾았다는 것은, 결국 세 숫자를 더한 값이 같은 두 가지 조합이 있다는 뜻입니다.

위 조합에서 보듯이 세 나이를 더한 값이 13이 되는 경우의 수가 2가지 있는 반면 나머지 조합은 모두 같은 합이 나오는 조합이 없는 유일한 조합입니다. 즉, 합이 13이 되는 두 가지 경우의 수 말고는 정답이 될 수 없다는 뜻입니다.

결국 1x6x6 또는 2x2x9 조합 중에 답이 있다 하겠습니다. 그렇기에 제자는 두 가지 중 어느 것이 정답인지 알 수 없다고 했지요.

여기서 교수는 “첫째 아이가 피아노를 치고 금발”이라는 힌트를 줬습니다. 여기에서 ‘금발’이라는 힌트는 혼란을 주는 허수입니다. 첫째가 피아노를 친다는 게 결정적인 힌트입니다.

첫째라고 했으므로 6살 쌍둥이와 1살짜리 아이 조합은 배제하고 2살 쌍둥이와 9살 조합이 정답이 됩니다. ‘피아노’와 ‘금발’은 함정이었던 셈이죠.

이런 추리와 연상력이 나이 들어가니 점차 떨어지게 됩니다. 슬픈 일이죠. 그래서 시답잖아 보이기도 하는 문고판 책을 사서 이리저리 두뇌 훈련을 해보고 있습니다.

디지로그

축구가 좋은 축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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