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작 했지만 올해도 한숨만…

좀 늦은 타작을 했습니다. 닷 마지기 조금 못 미치는 논인데 올해는 멸구가 설치는 바람에 양식하기 빠듯할 정도 소출에 그쳤습니다. 농사 짓는데 논 가는 일부터 타작까지 모두 현금이 들어가는데, 현금은 단 한 푼도 회수하지 못하게 됐다는 얘깁니다.

어쨌거나 처음부터 소출이 적을 것으로 예상은 했습니다만, 그래도 타작할 때는 타작 밥을 먹여야 한다며 어머니께서는 찰밥 찌고 고추전 굽고 이것저것 준비를 많이 했습니다만, 날씨 때문에 꼬이고 말았습니다.

원래 약속하기로는 23일 오전 이슬 깨면 바로 타작하기로 했는데, 전날 타작하던 논에 콤바인이 빠지는 바람에 오후 3시 넘어서야 타작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우리 논에서도 100여 평 남겨놓고 자꾸만 콤바인이 빠지고 미끄러지는 바람에 결국 타작을 마무리 짓지 못했네요.

가을에 비가 자주 와서 논에 물이 덜 빠져 그렇답니다. 우리 논 타작하고 이어 골짜기 아래에 있는 다른 논도 타작 했는데 뒷날 아침 가보니 그 논도 결국 다 못하고 말았더군요. 곳곳에 콤바인 무한궤도 자국만 움푹 패어 있고요.

아버지 말씀이 올해는 대체로 벼농사 작황이 좋지 않다시네요. 작황이 안 좋으니 나락 값은 올라야겠지만, 농민들이 현실가 보장을 요구하는 걸 보면 여전히 나락 값은 제자리인가 봅니다.

식량이 곧 무기인 시대가 이미 시작됐다는 주장도 있는데, 타작할 때마다 이처럼 농민들 한숨만 나와서야 어디 나라 건사할 수 있겠습니까.

이래저래 가슴이 묵직합니다.

콤바인이 열심히 타작하고 있습니다.
타작한 벼를 트럭에 옮겨 싣고 있습니다. 이렇게 1톤 트럭으로 3대 분량을 거둬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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