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센병, 한센인을 아시나요?

한센병을 아시나요? 한센인은 또 무엇일까요? 그럼 경남 산청군에 있는 ‘성심원’은 아시나요?

제가 어릴 적에 마을에 한번씩 양 손가락이 없는 사람들이 떼를 지어 동냥을 오곤 했습니다. ‘문둥이’라고 놀렸지요. 정말 무서운 사람들이어서 가까이 가진 못하고 멀찌기서 돌도 던지고 놀리곤 했습니다. 그랬는데 언제부턴가 그들이 오지 않았습니다. 왜 그런지 알아보려고 생각지도 않았습니다. 아니, 안온다는 사실마저 인지하지 못했다는 게 맞겠지요.

세견이 들고부터 그들이 나병 환자이며, 그들이 모여 사는 마을을 ‘환자촌’이라 한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리고, 환자촌에서 나오는 약(藥)은 정말 효과가 좋다는 얘기도 많이 들었지요. 그냥 그런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최근들어 한 블로거의 활동을 보면서 내가 가진 편견과 잘못을 깨달아가고 있답니다. 오늘 쓰려는 얘기는 그 블로거와 얽힌 얘기 중 한 부분입니다.

아래 글은 오늘자 경남도민일보에 실린 독자와 톡톡 원본 글입니다. 이걸 편집자가 또 줄여버렸네요 ㅠㅠ;

경남도민일보 18면에 날마다 실리는독자와 톡톡‘은 그날 아침 당직자가 작성해야 합니다. 어제 아침 당직을 섰지만, 아침 인터넷 신문을 편집하다 보니 어느 독자를 인터뷰할지도 정하지 못하던 차에, 갱블에 재밌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독자와 톡톡’을 패러디 해서 ‘기자와 톡톡‘이라는 글을 쓴 ‘바람이 불어오는 마을 성심원’ 블로그 지기 김종신 씨의 글이었습니다.

‘아, 이 양반이 뭔가 할 얘기가 많은가 보다’ 싶어 연락을 했고, 반갑게 응해줬습니다. 할말이 많다며 전자우편으로 정리해 보내 주겠다네요. 그런데, 받고 보니 200자 원고지 13장 분량이 넘었습니다. 기껏 5.5매 들어가는 난인데 대략 난감….

할 수 없이 제목을 쓴 뒤 한가지 주제에 대해서만 쓰겠노라고 양해를 구했습니다. 그가 말하고 싶었던 주제는 △한센인에 관한 올바른 호칭 △사회복지 시설에 대한 관심과 애정부탁 △사회복지사에 관한 처우 개선 △’잃어버린 꿈… 다시 꿈꾸는 사람들’이라는 다큐멘터리 영화 홍보 이 네 가지였습니다.

산청에 있는 성심원은 흔히 ‘나병’이라고 부르는, 이제는 ‘한센병’으로 순화해서 쓰이는 병을 앓은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입니다. 복지시설이지요. 최근 사회복지 공동모금회 비리로 연말을 앞두고 사회복지시설에 대한 기부금이 줄어들지 않을까 걱정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그 부분을 다루기로 했습니다.

“이른바 사회복지의 대목인 12월을 앞두고 성금 등이 줄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사회복지 예산이 자연증가분(물가상승 등)을 제외하고는 인상율이 적습니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 최소한의 인격을 갖추고 노후를 맞을 수 있도록 정부와 시민 여러분의 관심과 애정을 부탁합니다.”

이렇게 줄이고 나니 많이 미안했습니다. 그나마 그가 블로거로 활발히 활동 하는만큼, 이 ‘독자와 톡톡’ 인터뷰도 블로그로 발행할 것이라 믿고 과감히 줄였습니다.

그렇게 신문이 나왔지만, 미안한 마음은 가시지를 않네요. 그래서 이렇게 포스팅 합니다.

아래 글은 김종신 씨가 제게 보내온 메일 전문입니다.

오전에 매일 하루하루에 한 번 이상 블로그에 글을 올리자는 나름의 목표 의식에 오늘은 어떤 메뉴로 올리나 고민하다 그동안 눈여겨 보아온 경남도민일보 <독자와 톡톡>을 패러디해서 성심원 블로그에 올렸습니다.

오전에 올리고 점심 먹고 나서 손님 기다리는 와중에 이렇게 전화를 받아 말 그대로 놀란척도 좀 했네요 .

1. 한센인에 관한 올바른 호칭.

그동안 전화 인터뷰가 오면 무엇을 제일 먼저 말할까 고민했지만 그것은 두달없이 ‘한센인’에 관한 올바른 용어입니다.

한센인 하면 아직 모르는 분들도 있을겁니다. 예전에 나병환자 또는 문둥이라고 불렸습니다. 아하 이제 기억이 나시겠네요. 근데 왜 한센인, 한센병이라고 부를까요?

실제 한센병은 노르웨이 의사가 나균을 처음 발견한데 따라 그의 이름을  붙인 것입니다. 물론 그 이유 중 하나는 나병환자, 또는 나병이라는 단어가 주는 형용할 수 없는 주홍글씨 때문입니다. 나병환자와 문둥이에 덧씌워진 오명을 순화하기 위해 2000년부터 나병을 한센병, 나병환자를 한센인이라 부르고 있습니다.

결혼을 앞두고도 부모가 한센인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 깨지기 예사고 심지어 결혼한 딸이 강제로 이혼당하고 자녀를 빼앗겨 친정으로 오는 가슴 아픈 사연을 가진 분들도 있습니다. 또한 결혼식장의 부모 석에 당당히 앉지 못했습니다. 일가친척을 대신해서 부모석에 앉히기도 했지요.

아무튼 이 오랜 편견과 오해는 우선 한센병은 유전된다는 그릇된 오해 때문입니다. 한센병은 유전되지 않습니다. 또한 한센병은 피부질병으로 제3종 전염병입니다. 질병관리본부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는 한센병 신규환자가 5명으로 한센병은 소멸중이라고 했습니다. 리팜피신이라는 약 4알을 드시면 나균의 99%가 죽습니다. 이것은 한센병연구소장인 가톨릭의과대학 채규태 박사님의 말씀입니다. 그래서 전혀 전염력이 없습니다.

아무튼 한센병은 이제 더이상 과거처럼 무서워하거나 두려워할 병이 전혀 아닙니다. 오히려 암보다 결핵보다 완치가 쉬운 질병입니다. 지난해에 우리가 감기 걸렸다고 지금도 감기환자라 하지 않습니다. 암에 걸려 완치했는데 우리가 암인, 암환자라고 하나요? 결핵걸렸다고 결핵인이라고 하지 않습니다.

지금 현재 성심원을 비롯 소록도 등에 계신 분들은 한센병을 완치한 분들입니다. 정 구별하자면 한센병력인 또한 순화한 말인 한센인이라 불러야 합니다. 물론 이것도 이른바 건강인(한센인들이 비 한센인을 일걷어)들의 편의로 부르는 호칭입니다.

2. 사회복지 시설에 대한 관심과 애정부탁

최근 사회복지 공동모금회의 잇따른 비리 등으로 모금이 지난해 대비 많이 줄었다고 합니다. 또한 이른바 사회복지의 대목인 12월을 앞두고 성금 등이 줄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사회복지 예산이 자연증가분(물가상승 등)을 제외하고는 인상율이 적습니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 최소한의 인격을 갖추고 노후를 맞을 수 있도록 정부와 시민 여러분의 관심과 애정을 부탁합니다.

3. 사회복지사에 관한 처우 개선

사회복지사 둘이 결혼하면 기초수급권자로 떨어진다는 자족적인 말도 있습니다. 저 역시 사회복지를 전공한 것은 아니고 실제 성심원에 근무하기전에는 사회복지 관련 일들을 하시는 분들을 보면 좋을 일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당연히 희생정신이 필요한 직업이라 여겼습니다. 그러면서도 정작 그들의 처우는 내몰라라 했습니다.

사회복지 현장에서 묵묵히 그들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분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그들에게 <경쟁>의 논리로 바라보지 말고 처우 개선에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합니다.

4. ‘잃어버린 꿈… 다시 꿈꾸는 사람들’이라는 다큐멘터리 영화 홍보

2008년 <바람이 불어오는 곳>이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자체 제작한 역량을 모아 11월24일부터 26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세계한센포럼에 다큐멘터리를 상영합니다. 2008년부터 2010년까지 성심원 어르신들의 일상을 중심으로 한센의 역사 등을 나름 살펴본 영상물입니다. 성심원에 오시면  공짜로 구경하실 수 있습니다.

차후에는 영화제 등에 상영될지도 모르겠네요.

아참 그럼 저는 이제 입봉(?)하는 것인가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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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포스팅하고나서 보니 성심원 블로그에 ‘미끼를 문 기자’로 포스팅이 돼 있네요. 이렇게 많은 이들이 한센병 한센인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없앨 수 있었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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