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기장 해동용궁사

부산 기장에 있는 ‘해동용궁사’. 오래전부터 한번 가봐야지 했으면서도, 기장에 다시마니 피데기(반건오징어) 사러 그렇게 왔다갔다 했으면서도 가보지 못하다가 엊그제 일요일에야 갔다 왔네요.

원래 절(사찰)에 가도 절하거나 기도하는 것은 고등학교 1학년 때 불교학생회 활동하면서 밤새 3000배 한 뒤로는 안하고 있지만, 이 절에 가서는 절 하고픈 생각이 싹 달아나버렸습니다. 그렇다고 이 절이 나쁘다는 얘기는 아니고, 나름 돈 좀 들여서 관광객들에게 이러저러한 재미를 주려고 애는 썼구나 싶어 그다지 나쁜 감정 갖고 오지는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절실하게 뭔가를 기도하고픈 마음은 안들었구요.

텨얼썩 텨얼썩 치는 파도와 파도에 쓸려 촤르르 촤르르 구르는 몽돌 소리를 들으며 불현듯 잊고 있었던 최남선의 ‘해(海)에게서 소년에게’ 시를 떠올렸습니다. 그래봐야 첫 연도 제대로 다 외우지 못하지만 그 느낌과 정감은 오롯이 살아나더군요.

아래는 최남선 시입니다. 해에게서 소년에게.

처……ㄹ썩, 처……ㄹ썩, 척, 쏴……아.
때린다 부순다 무너 버린다.
태산 같은 높은 뫼, 집채 같은 바윗돌이나,
요것이 무어야, 요게 무어야.
나의 큰 힘 아느냐 모르느냐, 호통까지 하면서,
때린다 부순다 무너 버린다.
처……ㄹ썩, 처……ㄹ썩, 척, 튜르릉, 꽉.

처……ㄹ썩, 처……ㄹ썩, 척, 쏴……아.
내게는 아무 것 두려움 없어,
육상(陸上)에서, 아무런 힘과 권(權)을 부리던 자라도,
내 앞에 와서는 꼼짝 못하고,
아무리 큰 물건도 내게는 행세하지 못하네.
내게는 내게는 나의 앞에는
처……ㄹ썩, 처……ㄹ썩, 척, 튜르릉, 꽉.

처……ㄹ썩, 처……ㄹ썩, 척, 쏴……아.
나에게 절하지 아니한 자가,
지금까지 있거든 통기(通寄)하고 나서 보아라.
진시황(秦始皇), 나파륜, 너희들이냐.
누구 누구 누구냐 너희 역시 내게는 굽히도다.
나하고 겨룰 이 있건 오너라.
처……ㄹ썩, 처……ㄹ썩, 척, 튜르릉, 꽉.

처……ㄹ썩, 처……ㄹ썩, 척, 쏴……아.
조그만 산모를 의지하거나,
좁쌀 같은 작은 섬, 손뼉만한 땅을 가지고,
고 속에 있어서 영악한 체를,
부리면서, 나 혼자 거룩하다 하는 자,
이리 좀 오너라, 나를 보아라.
처……ㄹ썩, 처……ㄹ썩, 척, 튜르릉, 꽉.

처……ㄹ썩, 처……ㄹ썩, 척, 쏴……아.
나의 짝 될 이는 하나 있도다.
크고 길고 넓게 뒤덮은 바 저 푸른 하늘.
저것은 우리와 틀림이 없어,
작은 시비, 작은 쌈, 온갖 모든 더러운 것 없도다.
조따위 세상에 조 사람처럼.
처……ㄹ썩, 처……ㄹ썩, 척, 튜르릉, 꽉.

처……ㄹ썩, 처……ㄹ썩, 척, 쏴……아.
저 세상 저 사람 모두 미우나,
그 중에서 똑 하나 사랑하는 일이 있으니,
담 크고 순진한 소년배(少年輩)들이,
재롱처럼 귀엽게 나의 품에 와서 안김이로다.
오너라 소년배 입 맞춰 주마.
처……ㄹ썩, 처……ㄹ썩, 척, 튜르릉, 꽉.

◇눈길 끄는 돌 조각상

해동용궁사는 바닷가 바위 위에 지은 절이다 보니 곳곳에 바위나 돌 조각, 시비(詩碑) 같은게 서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입구에 있는 12지신상과 각종 돌 조각상이 눈길을 끄네요.

해동용궁사 입구에 있는 12지신상. 올 해는 쥐띠 등 3개 띠가 삼재에 든다고 석상 아래 붙여놨더군요. 울집 딸래미가 소띠인데 잠시 착각하는 바람에 딸래미 삼재 어떻게 보해줄까 마눌하고 한참 얘기하기도 했습니다.

해동용궁사 입구에 있는 12지신상. 올 해는 쥐띠 등 3개 띠가 삼재에 든다고 석상 아래 붙여놨더군요. 울집 딸래미가 소띠인데 잠시 착각하는 바람에 딸래미 삼재 어떻게 보해줄까 마눌하고 한참 얘기하기도 했습니다.

입구에 있는 다양한 석상.

입구에 있는 다양한 석상.

이처럼 돌로 만든 조각상이나 구조물이 많았는데, 한가지 아쉬웠던 점은 지하로 내려가서야 맛볼 수 있는, 대한민국 절이라면 하나쯤 다 갖고 있는 약수터였습니다. 물 맛이야 다 그렇고 그렇게 맛있었지만, 지하 바위동굴처럼 꾸며놓은 약수터는 인공이었습니다. 사방을 둘러싼 벽은 천연 암반이 아니라 플라스틱 비스무리한 것으로 만든, 그래서 손가락으로 튀기면 손가락이 아픈 것이 아니라 벽에서 통통 소리가 나는 그런 것이었지요.

◇시면 어떻고 경구면 어떠리

돌 조각상만 많은 건 아니었습니다. 인생에 경구가 될 만한 여러 문구를 큰 돌에 새겨 세워두기도 했더군요.

◇자죽림? 아 붉은 대나무구나

입구에 있는 자죽림도 눈길을 끌더군요. 흔히 ‘산죽’이라고 하는, 내가 어릴 때 크던 마을에서는 ‘수무대’라고 했던 대 숲도 있었는데 특이하게 대 색깔이 검붉은 색이었습니다. 오죽헌에 있는 검은 대하고는 느낌이 다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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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대나무 숲이라고 하는데, 정말 검붉은 대나무가 있네요ㅣ

붉은 대나무 숲이라고 하는데, 정말 검붉은 대나무가 있네요ㅣ

◇곳곳에 있는 달마조사

해동용궁사 주차비는 2000원입니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절로 들어가는 입구에 보면 이름은 기억나지 않는데 달마 선사를 주제로 한 선원 비슷한게 하나 있더군요. 무시하고 지나쳤습니다만, 해동용궁사로 가는 길 뿐만아니라 해동용궁사 내부에도 곳곳에 달마 선사 조형물이 곳곳에 있더군요

마치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 해동용궁사에서 소원을 비는 이들을 어루만져주고자 함이었는가라는 의문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활짝 웃는 달마상을 보면서 내 마음도 활짝 개이더군요. 달마상이 있는 곳마다 놓인 불전함이 거슬리기는 했지만, 썩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그만큼 절 자체가 엄숙함이나 경건함 같은 것과는 거리가 있었기 때문이지 않을까 생각해봤습니다.

◇그보다 더 많은 불전함

참 많은 불전함이 놓여 있었습니다.

대한민국 곳곳에 있는 절에 대부분 있는 것처럼 동전을 던져 넣는 장치도 있더군요.

◇용궁해물야채쟁반짜장

해동용궁사 앞에는 다양한 먹을거리도 있었습니다. 그 중에서 나는 용궁해물야채쟁반짜장 집에 들러 해물짜장과 국물 있는 해물용궁짬뽕을 시켜 먹었습니다.

특별하게 맛있다거나 하지는 않았구요, 특이한게 면에 채소 즙을 넣어 면 색깔이 녹색에 가까웠습니다. 그냥 먹어줄만한 정도? 배가 고팠으니 맛은 있었지만 또가고 싶지는 않더군요. 그 옆집은 제주갈치 전문점이었는데 다음에 간다면 그집에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등대 박물관

점심을 먹고는 기장군의 자랑(?)인 대변항에 갔습니다. 예전에는 이곳에 가면 오징어 피데기(흔히 반건 오징어라고 하지요)를 몇 축씩 사오곤 했는데, 이번에 갔을 때는 완전히 젖 담았더군요.(갱상도 사투리입니다. 아무것도 없더라, 그냥 싹쓸이 했더라 뭐 그런 의미죠). 오징어 한 축에 4만원 정도 하네요. 예전에 왔을 때는 만원~2만원 정도에 살 수 있었던 건데, 너무 비싸더군요. 그래서 상인들도 10마리를 묶어 2만원 선에서 팔고 있네요.

왜 이리 비싸냐고 물었더니 오징어를 안 먹던 중국사람들이 오징어를 먹기 시작했다나요. 10억 인구가 먹어제끼니 그쪽으로 수출 물량이 늘어난데다 원양 오징어잡이도 잘 안돼 그렇답니다. 겨울철이면 피데기는 안떨어지게 먹었는데 올 겨울에는 그런 호사도 포기해얄까 봅니다.

대변항에서 마을 끝까지, 수협 가공공장 있는 곳을 지나 계속 가면 영화 친구 촬영지도 나오고, 그곳을 지나 좀 더 가면 월전마을이 나옵니다. 가는 도중에도, 월전마을에도 다양한 등대가 있습니다.

월전 마을에 있는 등대.

월전 마을에 있는 등대.

월전마을에 있는 등대인데요, 내부에 계단이 있어 중간 정도까지는 올라가볼 수도 있더군요. 이밖에도 기장군 해안에는 정말 다양한 등대가 있습니다. 같은 모양이 둘도 없는 것 같더군요. 아이폰으로 찍다 보니 멀리 있는 등대 사진은 찍지 못했는데, 정말 다양한 등대가 있었습니다. 등대 구경만으로도 한번쯤은 가볼만한 곳이더군요.

◇월전마을 바람언덕

월전마을로 들어서기 전에 저 멀리 언덕위에 SUV 차 한대가 서 있었습니다. 아내와 얘기하길 저 언덕에 올라가 영화찍는 기분 함 내보자 그러고 갔는데, 보통 승용차로는 미끄러워 올라가지 못할 것 같더군요. 나도 SM3로 올라가려 했는데 거의 정상에 다 가서는 타이어가 헛도는 바람에 포기하고 내려왔습니다. 꼭 올라가려면 못갈 것도 없어보였습니다만, 차가 상할까 걱정돼 그냥 포기하고 말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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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바람언덕위에 서 있는 산타페는 무척 부럽더군요. 저 차 안에 타고 있는 남녀 한쌍은 무슨 관계였을까요? 아내와 나는 정상적인 부부일 것으로 잠정 결론 지었답니다. 적어도 일요일에 남녀가 단둘이 여행한다는 것은 ‘불륜’이라면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여튼 이 바람언덕에서는 영화 한편 찍어도 될 정도로 좋아보였습니다. 언덕 아래쪽으로는 군부대가 주둔했던 흔적인 듯 싶은 콘크리트 조형물도 일부 있긴 했지만 촬영한다면 충분히 가리고 멋진 그림을 담을 수 있겠더군요.

디지로그

경남도민일보에서 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2017년부터 체육부에 와서 경남FC, 내셔널리그 등 축구를 담당하고, 겨울시즌에는 창원LG세이커스 농구도 담당합니다. 물론 전국체전이나 각종 아마추어나 학교스포츠도 맡아 합니다. 원래는 뉴미디어, IT 등에 관심이 많고, 그에 따른 글을 많이 썼습니다.

2 Responses

  1. Ymcaman 댓글:

    자장면집 유명하다더만, 별로였나 봅니다.
    저는 근처에 있는 짚불장어를 맛있게 먹은 기억이 있습니다.

  2. Ymcaman 댓글:

    자장면집 유명하다더만, 별로였나 봅니다.
    저는 근처에 있는 짚불장어를 맛있게 먹은 기억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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