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기’ 종편에 ‘누더기’ 미디어 시장

4사 가세로 암울한 방송 광고시장…지역언론사 매출 타격 적잖을 듯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시중)가 지난달 31일 종합편성채널에 조선·중앙·동아·매일경제를, 보도전문 채널에 연합뉴스를 각각 선정했다. 이로써 언론관계법 날치기 통과 및 헌재 결정 등을 거치면서 2년 이상 끌어온 TV 채널 다양화 작업이 큰 고개를 넘겼다. 그렇지만 이번 종편 선정이 논란의 종점이 아니라 분쟁의 도화선이 되고 있는데다 앞으로 미디어 시장 전망도 밝지 않아 논란은 가열되고 있다.

더구나 지역 언론계도 종편에 따른 급격한 시장 축소 등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확산하는 ‘종편선정 무효’ 주장

민주당이 지난달 31일 종편 선정 사업자 발표가 있고 나서 반발한 데 이어 앞으로 종편 선정 무효화는 물론, 지난 2009년 말 국회에서 날치기 통과된 방송법 재개정 운동을 벌여나간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문방위 주최로 5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긴급 종편 토론회 ‘언론 4대강, 종편을 규탄한다’가 열리고 있다. /뉴시스

민주당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는 5일 오전 국회에서 긴급토론회 ‘언론 4대강, 종편을 규탄한다’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박지원 원내대표를 비롯해 천정배 최고위원, 최문순·박영선 의원 등 민주당의 대표 ‘미디어법 저격수’들이 총출동했다. 이 자리에서 천정배 최고위원이 “종편에 선정된 4개사는 언론계의 비좁은 광고시장 수조에 풀어놓은 네 마리 식인상어”라며 “앞으로 우리를 노예로 삼는 신분사회로 가려는 대량살상무기가 종편”이라고 성토했다. 최문순 의원도 “‘역사적으로 언론정책은 그 정권의 성격을 반영한다’는 말이 있다”며 “최근 ‘땡이뉴스’로 전락한 뉴스를 보면 이명박 정부는 명백한 독재정권”이라고 비난했다.

선정 과정에서의 공정성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보도전문채널 사업권을 신청했다 탈락한 CBS와 머니투데이가 심사 과정의 공정성 여부를 확인하겠다며 4일 정보공개청구 요청에 나섰다.

◇방송 송출까지 절차는

방통위는 선정된 법인이 선정 결정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승인 신청 서류상 계획한 자본금 납입을 완료한 후 법인 등기부 등본을 제출하면 승인장을 줄 계획이다. 이에 따라 종편에 선정된 매경은 현재 운영 중인 MBN 채널을 반납해야 하며 조중동도 자본금 납입과 함께 방송 송출 준비를 거쳐 이르면 하반기에는 방송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본방송이 시작되더라도 지상파 3사가 선점하고 있는 방송광고 시장을 4개 종편이 가세해 나눠 먹으려 들 것이어서 그렇지 않아도 줄어드는 올드미디어 광고시장에서 ‘진흙탕 개싸움’이 벌어질 것이라는 걱정도 일고 있다.

한국방송협회에 따르면, 지상파방송의 매출액·광고점유율·영업이익률·TV 시청시간·시청점유율 등이 모두 하락 추세다. 광고점유율은 지상파, 케이블, 인터넷 중 2002년 지상파방송은 87%를 차지했으나 2009년에는 46%로 급격히 하락했다. 2002년 대비 2008년 국내 지상파 3사 영업 이익률은 16%까지 감소했으며, 하루 평균 TV 시청시간도 이미 유료방송(142분)이 지상파방송(111분)을 앞서고 있다. 여전히 다른 채널을 통해 지상파방송 콘텐츠가 방영되는 등 아직은 견고하다고 할 수 있지만, 실시간 TV 시청 시간을 줄일 수 있는 스마트TV까지 출현한 상황이다.

◇’특혜 더 달라’ 징징대는 선정사들

국내 방송시장은 180여 개 채널이 약 3조 원의 방송광고 시장을 놓고 경쟁하는 레드오션(Red Ocean)이다. 여기에 종편 등 5개 채널이 가세함으로써 이제 ‘피의 바다(블러드 오션·Blood Ocean)’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종편 선정 사업자들은 출범 2~3년 내에 흑자를 달성하겠다고 밝혔지만, 사정은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종편사업자들로 선정된 신문사들은 지분 30% 남짓을 보유하고 있어 최소한 1000억 원 이상을 출자해야 하는데 적절한 수익을 내지 못한다면 이른바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도 있다. 증시에서도 반응이 차갑다. ‘콘텐츠 업체만 수혜를 볼 것’이라는 것인데 현재 ‘4676억 원 규모인 외주제작 시장이 4개의 종편이 등장함에 따라 1조 원에 육박하는 시장으로 성장할 것’이란 추측이다.

‘조·중·동·매경·연합’이라고 해서 이런 사정을 모를 리는 없다. 그래서 정부에 더 ‘화끈’한 특혜를 요구하고 있다. 대체로 자사 신문 지면을 통해 요구하는 특혜는 3가지 정도로 압축되는데 △KBS2 광고폐지 △비대칭 광고 규제 △지상파 사이 황금 채널 보장 등이다. KBS2 방송의 광고를 폐지함으로써 종편이 그만큼의 광고를 수주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이는 KBS 시청료 인상 문제와 맞물려 있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비대칭 광고 규제는 방송도 통신사처럼 후발 사업자 육성 정책을 펼쳐 달라는 것인데, 구체적으로 의약품과 생수 등 기존 방송광고가 금지됐던 영역의 광고를 허용해 달라는 것이다. 이 역시 방송도 시작하기 전 특혜부터 준다는 여론의 역풍을 걱정해야 할 사안이다.

◇지역 언론에 미치는 영향

지역 언론사들도 그 파장을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방송법에 따라 지역 방송사들의 광고시장이 위축될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다 조·중·동·매경·연합은 종편과 보도전문채널에서 2~3년간 부담해야 할 자금을 신문 광고를 통해 보충하려 들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지역 언론을 통해 주로 광고를 해 왔던 지방자치단체나 지역의 중견 기업 등으로까지 광고 영업을 확대한다면 인력과 영업력 등에서 뒤처진 지역 언론의 매출 축소는 분명해 보인다. 이일균 전국언론노조 경남도민일보 지부장은 “아무래도 정보의 생산 전달 기능이 종편을 같이하게 된 일부 중앙언론에 집중될 것”이라며 “정보뿐만 아니라 광고까지도 서울 집중이 가속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경남도민일보 2011년 1월 6일자 미디어면에 보도된 내용입니다. 기록차원에서 포스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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