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집단행동, 밥그릇 싸움 맞다

사법연수원생들이 집단행동을 했다가 말썽이 되니 ‘선배’인 변호사들이 집단행동을 대신하겠다고 나섰습니다. 로스쿨 졸업하기 전에 법학전문대학원장 추천을 받아 검사를 임용하겠다는 방침에 대한 반발인데, 이러쿵 저러쿵 말이 많습니다.

하지만 이용훈 대법원장이나 촌동네 걍 판사까지 정신 챙기지 않으면, 연수원생이나 변호사들의 반발은 국민의 지지를 받게 됩니다. 그런 반발이 국민적 지지를 받는 상황은 국민의 사법 서비스를 받을 권리를 심각하게 가로막을 수 있기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이용훈 대법원장은 얼마 전, 사법권 독립을 가로막는 몇가지 요인을 들었는데요, 언론과 정부 국회권력을 꼽았습니다. 우리 사회가 ‘완벽하게’ 열린 사회라면 이 대법원장의 주장은 완벽하게 옳습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그처럼 열려있지는 않기에 적절하지 못한 발언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내 개인적으로는 연수원생이나 변호사의 주장을 귀담아 들을 필요는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일부일지라도 사건의 본질과 진실을 담은 주장이라는 점도 동의합니다. 그러나 본질적인 문제를 풀려면, 지금 연수원생이나 변호사가 주장하는 내용이 ‘밥그릇 싸움’이고 ‘집단이기주의’에 바탕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고 봅니다. 왜 그렇느냐면, 10여 년 됐나요? 의약분업을 두고 의사회와 약사회 사이에 분쟁이 벌어졌을 때, 양쪽 모두 ‘밥그릇 싸움이 아니다’고 했습니다. 국민은 모두 밥그릇 싸움이라고 인식하는데도 양 당사자가 아니라고 우기니 전문성도 없고 핵심 쟁점이 뭔지 알기도 어려운 국민은 그냥 내버려뒀습니다. 그 결과 의사회가 승리했고, 당시 그들 주장대로라면 국민의 의료환경, 건강권은 훨씬 강화돼야 했는데도 전혀 그렇지 못한 채, 멀쩡히 대학병원에서 잘 가르치고 잘 진료하던 베테랑 의사교수들이 그만두고 개업하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국민건강보험 재정은 달랑거리게 됐구요. 결국 전문가들의 밥그릇 싸움이라는 걸 인정하고, 챙겨줘야 할 밥그릇이라면 챙겨주고, 과한 욕심이면 ‘떼끼놈’하고 나무라면서 국민이 주도하는 개혁이 됐어야 했는데도 그렇지 못하다 보니 진짜 밥그릇만 챙겨주고 국민은 ‘밥풀떼기’가 되고 만 기억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연수원생·변호사와 정부간 대립점에는 ‘사법개혁’이라는, 내팽개칠 수는 없는 가치가 내재돼 있습니다. 온 국민이 저렴하게, 만족할만한, 그리고 필요할 때는 언제라도 사법 서비스를 받게 하겠다는 정신을 어떻게 관철시키느냐는 것이지요.

참여정부 당시, 로스쿨을 둘러싼 대학간의 한바탕 비무대회가 벌어질 때, 국민은 이 제도가 정착되면 적어도 지금보다는 훨씬 양질의 사법 서비스를 받을 수 있으리라 기대했습니다. 그리고, 워낙에 이런 국민적 여망이 컸기에 변호사회를 비롯해 기득권을 가진 사법서비스 제공자들이 적극적인 반발 모션을 취하지도 못했습니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났고, 내년 2월이면 제1기 로스쿨 졸업생이 사회에 배출됩니다. 그들이 자격시험을 치고 합격하게 되면 판사, 검사, 변호사로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거죠. 이렇게 시간표대로 진행됐더라면 지금같은 연수원생·변호사의 집단 반발 모드가 만들어지지 않았을 수도 있을 겁니다.(아, 물론 전적으로 그리 됐으리라 장담은 못합니다. 그 때는 그때대로 뭔가 그럴싸한 핑계를 대고 엉겨붙었을 수도 있다고는 봅니다)

그러나, 본격적인 배출 1년을 앞두고 각 사법서비스 제공 주체별로 우수한 인재를 영입하겠다는 경쟁이 붙은 겁니다. 내년 2월 첫 졸업자가 나오는 로스쿨의 인재들을 데려오기 위해 법원과 검찰, 로펌이 앞다퉈 유치경쟁을 벌이는 것이죠.

대법원은 일정 자격을 갖춘 로스쿨 출신자 등을 로클럭(Law clerk.법률연구관)으로 선발, 판사를 보조케 하면서 재판업무에 대한 기초 조사와 판결문 초안 작성 등 실무를 맡길 예정이라고 하네요. 대법원은 3~5년 간 로클럭을 거친 사람들 중 일부를 법관으로 임용한다는 방침입니다.

최근 사법연수생들이 단체 반기를 들었던 법무부의 ‘추천제 검사선발’은 아예 로스쿨생 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법무부는 각 로스쿨 원장들이 추천한 3학년 1학기 학생들을 졸업 전 검찰 실무과정을 거치게 한 뒤, 일부를 검사로 임용하겠다는 방안을 내놨지요.

로펌은 가장 활발하게 ‘로스쿨생 선점’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네요. 국내 굴지의 로펌 중 한군데는 로스쿨생 10여명을 이미 스카웃 해 인턴으로 채용했으며, 다른 대형 로펌들도 잇따라 채용공고를 내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법조 3륜(판사·검사·변호사)의 이같은 과도한 유치경쟁이 사법연수원생의 집단반발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불러온 것으로 보고 있답니다.

결국 수요대비 공급이 넘쳐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데요, 올해 사법연수원에 입학하는 ‘사법고시’ 합격생들로서는 예상하지 못했던 강력한 경쟁 상대를 만난 것입니다. 그것도 미리 예고되지 않았던, 로스쿨 3학년생들하고 맞붙어야 할 처지라는 것이죠. 연수원생 중 수료한 뒤 판사나 검사로 임용될 비율은 절반이 채 안된다고 압니다. 절반 이상이 대형 로펌이나 대기업 등에 취업해야 하고, 그도 안되면 연고가 있는 ‘시골’에 가서 바로 변호사로 개업해야 합니다. 판검사로 임용되는 사람은 그나마 양호합니다. 그러나 바로 변호사로(로펌이거나 개업이거나) 바로 진출해야 하는 이들에게는 적어도 앞으로 10년 동안은 죽었다 하고 열심히 일해 기반을 닦아야 합니다.  그동안 부장판사니 부장검사니 하는 이들이 변호사 개업 하는 것을 숱하게 볼 것이고, 그 때문에 전관예우니 뭐니 시달리며 설움도 톡톡히 겪어가며 자신의 입지를 다져야 합니다. 그런데 뜬금없이 로스쿨 졸업생도 아니고 3학년에게 인턴이니 뭐니 그럴싸한 이름을 붙여 현직에 배치한다고 하니 반발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연수생 변호사 반발이 이해는 됩니다.

더구나, 이들이 이해가 되는 예를 하나 더 들자면 이렇습니다. 작년에 경남에서 국회의원 한 명이 국회의원직을 상실했습니다. 이권 청탁을 대가로 한 금품이 오갔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국회의원 한 명을 날릴 파괴력을 가진 범법자 2명은 얼마 전 보석으로 풀려났습니다. 그 둘 새 변론을 맡은 변호사가 얼마 전 창원지법 부장판사를 그만두고 개업한 이였습니다. 정색하고 ‘전관예우’ 아니냐고 따진다면 아마도 내가 명예훼손으로 감방 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절대 ‘전관예우였다’고 주장할 수 없습니다. 하필 갓 개업한 변호사에게 사건을 맡겼는데,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고, 보석을 받을 만한 조건이 충족됐기 때문에 그들이 보석으로 풀려날 수 있었을 겁니다. 그게 구체적 증거 없는 이들이 상황을 파악하고 발언할 수 있는 수준일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공정한 룰’이나 ‘공정한 경쟁’이니 하는 말은 개 풀 뜯는 소리밖에 안됩니다. 사법시험에 합격하려면 남들보다 성실해야 하고, 엉덩이도 무거워야 하고, 여러 조건이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머리도 좋아야 합니다. 그렇게 머리 좋은 사람들이 지금 사법 서비스(계속 서비스라는 말을 쓰는 까닭을 눈치 빠른 이들은 알아챘을 겁니다) 주체간에 벌어지는 상황을 모를 리가 없겠죠. 이대로 가다가는 변호사 개업해도 정말 개풀만 뜯어먹어야 할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을 느낄 수밖에 없겠죠.

여기까지가, 연수원생이나 변호사가 주장하는 주장에 숨어있는 밥그릇 챙기기 논리입니다.

그러면 이런 주장을 하는 그들이 정말 밥그릇만 챙기는 걸까요? 맞습니다. 그들은 밥그릇을 챙기고 있습니다. 그러면 이번에도 국민은 그들의 밥그릇 전쟁을 지켜만 보고 있어야 할까요? 아뇨, 절대 그래서는 안됩니다. 니 밥그릇 너무 커 그러니 줄여, 지금까지 니 밥그릇 너무 컸거등 그러니 그만 징징대 하고 따끔한 회초리 좀 맞아 하고 회초리를 들어야 합니다.

회초리를 들 때는 들더라도 이유는 들어봐야지 않겠습니까. 그들이 주장하는 말 중에 ‘음서제’라는 게 있습니다. 고려시대 조선시대에나 있었다는 얘기가 대명천지 21세기에 나오고 있습니다. 사실, 노무현 전 대통령만 해도 고등학교 졸업 학력으로 토굴에서 공부한 공력으로 사법시험에 합격했고, 판사로 근무하기까지 했습니다. 지금이야 많이 달라졌다고 하지만, 그래도 개천에서 용 날 수 있는 조건이 사법시험 제도였지요. 그렇지만, 새로 도입된 로스쿨 제도는 개천에서는 죽었다 깨나도 용이 될 수 없는 제도라는 게 연수원생&변호사들의 주장입니다.

대학 4년을 졸업하기도 전에 신용불량자가 무더기로 만들어지는 상황에서, 대학 4년 졸업하고 로스쿨 4년 공부할 수 있는 사람은 적어도 중산층 중에서도 상류층에 속하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얼마 전 외교부장관이 지 딸래미를 특채하려다가 망신살이 뻗친 경우가 있지만, 우리 사회 이른바 지도층 인사들은 국민을 지도할 생각은 일찌감치 내팽개치고, 지 집안, 지 딸래미 아들내미나 지도하려고 든 경우가 많습니다. 적어도 자식 로스쿨 보내려면 연봉 1억 쯤 돼야 자식에게 부담 지우지 않고 공부시킬 수 있다는 얘기는 그다지 새삼스럽지도 않습니다.

부모 돈으로 공부하는 로스쿨생, 대학 4년 졸업하면서 이미 신용불량자가 됐지만, 그래도 애비 똥묻은 빤츠 팔아가며 알바해가며 공부한 로스쿨생, 그들의 경쟁이 공정할 수 있을까요? 그러니 음서가 어떻고 하는 얘기가 나오는 겁니다.

이런 얘기는 사회 낙오병들의 불만일 수도 있습니다. 좋다구요. 그렇다고 인정하자 이겁니다. 정말 어렵게 공부했고, 뛰어난 성적을 거둔 이가 있다고 합시다. 그 사람이 로스쿨 원장 추천 받아 검사 하려고 할까요? 글쎄요. 내가 그렇다면 원장 추천 거부하고 판사로 임용될 길 찾겠습니다. 진짜 성적으로 자신 있는 이들은 그런 쥐구멍 기대 안할 겁니다. 에미애비 빽 믿는 어중개비들이 그런 길을 기대하겠죠.

연수원생이나 변호사들이 강하게 어필하는 부분이 여기입니다. 어차피 로스쿨 다닐 정도면 중상류층 자제이고, 그 중에서도 머리 좋고 공부 잘하는 ‘넘’들은 그런 뒷길 찾지 않고 성적으로 ‘쇼부’ 볼 거라는 얘깁니다. 그도 저도 안되면서 빽그라운드 좋은 넘들이 결국 추천으로 검사 되고 판사 되고 로펌 유능한 변호사 된다는 얘깁니다.

그래서, 이번 다툼에서 국민은 누구 편을 들어야 하느냐, 결국 국민 편을 들어야 한다는 겁니다. 변호사들 데모하고 집단행동하고 대굴빡 피 터지게 싸우라는 겁니다. 그러나 애먼 국민 핑계 대지 말고 밥그릇 핑계 대라는 겁니다. 그렇게 싸우되, 절대 지지는 마라는 겁니다. 싸워 이기라고 응원합니다.

이렇게 결론 내리니 허전합니다. ‘자유주의’ ‘시장경제주의’에 대한 얘기가 빠졌기 때문입니다. 자유기업원 같은 자유주의자들이 이 문제에 대해 왜 안나서는지 모르겠습니다. 내 나름대로 그에 대한 분석은 이 다음 포스팅으로 설명해 보겠습니다. 일단 오늘은 여기까지~

디지로그

축구가 좋은 축구입니다.

2 Respons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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