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야만과 테러를 나무랄 수 있나

남북전쟁 당시 서부의 한 요새로 부임한 독립군 병사인 존 던버 중위가 수우족 인디언에게 동화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영화 <늑대와 춤을>을 보고 있자면 서구 문명인들이 ‘인간의 야만성’을 이야기 할 수 있는지 진지한 의문을 던지게 됩니다.

대부분의 ‘서부개척’ 할리우드 영화가 백인의 시각으로 역사를 재단한 데 비해, 이 영화는 인디언의 시각으로 백인의 침략을 다뤘다는 점에서 많은 한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잔잔한 감동을 선사하고 있습니다. ‘미국 인디언 멸망사’라는 부제가 붙은 <나를 운디드니에 묻어주오>라는 책은 <늑대와 춤을> 같은 에피소드의 총합이라고 볼만 합니다.

그러나 그에 그치지 않고, 유럽인들의 아메리카 대륙 침략과 그에 따른 인디언 멸족에 얽힌 잔혹함과 비겁함이 녹아 있습니다. 그에 맞서는 용감한 인디언 추장과 판단착오거나 비겁함이거나 겁쟁이거나 백인과 타협해 살 길을 찾으려 했지만 끝내 종족을 보존하지 못한 추장 이야기도 녹아 있습니다.

영화  한 장면.

영화 <늑대와 춤을> 한 장면.

19세기 초 루이스와 클라크가 태평양 연안을 탐험한 이래 미국 서부의 개막을 서술한 책은 숱하게 많습니다. 서부에서의 체험과 관찰을 기록한 책은 대개 1860년에서부터 1890년까지 30년간에 집중됐는데, 그 기간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폭력, 탐욕, 호기, 감상, 어디에 쏟아야할지 모를 정력 등이 뒤엉켜 난무했습니다. 문제는, 이 시기가 미국 인디언의 문화와 문명이 파괴된 때라는 점입니다.

모피교역상이나 산사나이, 증기선 수로 안내인, 노다지꾼, 도박꾼, 총잡이, 기병대, 카우보이, 매춘부, 선교사, 여선생과 개척농에 관한 이야기 같은 것이 백인들에 의해 무용담으로, 신화로 쏟아질 때 아메리카 인디언은 살아남고자, 종족을 보존하고자 오지로 오지로 쫓겨들어갔으며 결국에는 인디언 보호구역으로 내몰리게 됐습니다. 이때 검은 매, 작은 까마귀, 붉은 구름, 미친 말, 앉은 소, 쓸개, 점박이 꼬리, 무딘칼, 아침별, 키는 소, 매부리코, 작은 갈가마귀, 외로운 늑대, 차는 새, 열마리 곰 같은 탁월한 인디언 추장-지도자들은 1890년 12월 운디드니에서 인디언들에게 자유의 종말이 닥치기 훨씬 전에 땅속에 묻히고 맙니다.

342704_258866_3335그럼 1890년 12월 운디드니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1877년께면 거의 모든 인디언 종족이 백인에 투항하거나 멸족되는데, 가장 용감했던 종족인 수우족의 일파인 훙크파파족이 ‘앉은 소’를 추장으로 해서 캐나다에 망명해 있었습니다. 이들은 3000여 명에 이르며 나름대로 강력한 전투력도 갖추고 있었지요. 그러나 캐나다 정부의 비협조와 혹독한 날씨 탓에 그는 결국 1881년 미군에 투항했지만, 미군은 사면해주겠다는 약속을 어기고 그를 요새에 감금합니다. 이후 훙크파파족의 땅을 뺏으려는 위싱턴 정가의 음모와 이에 맞서는 수우족은 서로 전력을 낭비해가며 총성없는 전쟁을 벌였습니다.

그러나 앉은 소 추장도 나이 들어 기력이 쇠했고 내분에 의해 붉은 소는 암살당하고 맙니다. 지도자를 잃은 훙크파파족은 운디드니 샛강 가로 피신했지만, 미군은 이들을 집단 학살합니다.

이 책을 옮긴 최준석은 이렇게 썼습니다. “인디언 레저베이션을 인디언 보호구역으로 아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사실은 이와 다르다. 레저베이션은 인디언의 생존을 위해 만든 보호구역이라기보다는 멸족을 촉진시킨 유폐지역이었다.” 한겨레출판사. 591쪽. 2만원

디지로그

경남도민일보에서 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2017년부터 체육부에 와서 경남FC, 내셔널리그 등 축구를 담당하고, 겨울시즌에는 창원LG세이커스 농구도 담당합니다. 물론 전국체전이나 각종 아마추어나 학교스포츠도 맡아 합니다. 원래는 뉴미디어, IT 등에 관심이 많고, 그에 따른 글을 많이 썼습니다.

%d 블로거가 이것을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