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지역 스마트폰 앱, 아직 갓난아기 수준
얼마 전 창원대 박동규 교수가 그의 블로그에 창원시 관광앱에 대한 혹평을 포스팅했다.
한마디로 형편없는, 또는 앱이라고 이름붙이기가 부끄럽다는 내용이었다. 실제로 ‘창원관광’ 앱을 설치해봤더니 박 교수가 지적한 대부분의 문제가 그대로 재현됐다. 이미 박 교수는 ‘창원투어’를 촬영하면 그 사진을 어디서 찍었는지 정보가 사진 속에 들어갈 정도다. 그런데 ‘창원관광’ 앱은 여기서부터 오류가 뜬다. 나침반 같은 경우 자기장 영향을 많이 받는다. 전선 위에 아이폰을 놓고 나침반 앱을 구동하면 엉터리 방향을 가리킨다.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러나 창원관광 앱은 시도때도 없이 나침반 간섭이라는 경고창이 뜬다. 주변을 둘러봐도 자기장에 영향을 미칠만한 요소가 안 보이는데다, 다른 앱을 실행 해봐도 자기장 영향은 없는데도 유독 창원관광앱에서만 그러니 문제다.
제공하는 정보라는 것도 ‘허접’하기 이를 데 없다. 증강현실을 이용해 주변 정보를 찾아볼 수 있지만, 카메라로 또는 지도로 표출되는 내용에 대한 더 많은 정보를 찾아보고 싶어도 찾아볼 길이 없다.
그 흔한 링크 하나도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관광정보라면서 이미지 하나 없는 경우도 있으니 더 말할 까닭이 없다. 실제 지난 13일 기준으로 ‘창원관광’ 앱은 142명이 조회했고 42명이 설치했다. 5점 척도의 평점은 다운로드 받은 아무도 매기지 않았다.
◇창원 관련 앱은 어떤 게 있나 =
애플 앱스토어에서 ‘창원’이나 ‘changwon’으로 검색하면 여러 가지 앱이 나온다. 예의 박동규 교수가 관여한 앱이 서너 가지 있고, 창원시가 개발한 것, 창원대학교가 개발한 것, 그밖에 개인이 개발한 앱 등이다.
그 중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석동중학교’ 앱이다. 이제는 졸업하고 고등학교로 갔지만, 창원대 과학영재원 사사과정에 있던 중학생들이 모교를 소개하는 앱을 개발한 것이다. 기능이나 유저 인터페이스(UI) 등 특별하게 잘 만든 것은 아니지만, 중학생 수준에서도 충분히 앱을 개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양산 교통 정보를 담은 앱에서 찾은 부산 방향 시내버스 정보.
KT에서 진행한 IT 서포터즈 경남팀에서 만든 ‘누비자’ 앱도 눈에 띈다. 자전거 도시 창원에 걸맞은 퀄리티에는 약간 못미치지만, 기본에 충실한 앱이다. 창원시내 모든 정류장 정보를 지도상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해당 정류장별로 총보관 대수, 대여가능 자전거, 반납 가능 자전거 대수를 확인할 수 있다. 창원시 누비자 시스템 DB를 활용해 실시간 업데이트 되는 점이 강점이다.
◇경남도는 앱 없나? =
그럴 리가 있나. ‘당근’ 경남도의 앱도 있다. 그러나 활용도 면에서는 ‘글쎄’다. 경남도는 대한민국 번영 1번지 ‘경남도청 전화번호부’ 앱을 내놨다.
부서 찾기, 직원 찾기, 청사 안내라는 3가지 메뉴로 구성돼 있는데, UI는 비교적 깔끔하고 부서 찾기나 직원 찾기 메뉴는 잘 돼 있다. 찾은 직원이나 부서 담당자에게 앱을 벗어나지 않고 바로 전화를 걸 수 있는 점도 좋았다.
한 가지 걱정스러운 건, 도청 같은 경우 크고 작은 인사가 적어도 1년에 2번은 있는데, 그때마다 업데이트가 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제때 업데이트만 된다면, 경남도와 관련한 사업을 하려는 사람이나 도청 공무원 중 아는 사람이 있는 이들에게는 바로바로 찾아서 연락할 수 있는 훌륭한 도우미가 되겠다.
경남미디어영상위원회가 내놓은 ‘로케이션 인 경남’ 앱도 눈길을 끈다. 주로 영상미디어 제작자에게 정보를 제공하고자 만든 앱이지만, 경남지역을 관광하려는 이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추천, 주제, 지역, 시대별 로케이션 정보를 담고 있는데 아쉬운 점은 ‘연락처 정보 없음’이 너무 많다는 것. 위치정보를 이용해 찾아가는 길이라거나 주변 맛집, 가볼만한 곳 등 관련 정보를 담을 수도 있었을 텐데 전혀 없다는 점도 급조됐음을 쉽게 알 수 있다.
◇교통 앱은 정말 수준 이하 =
스마트폰용 앱이라는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면 아무리 잘 만든 앱이라고 할지라도 사용자의 관심을 끌지 못한다. 스마트폰이라는 게 항시 손에 들고 다니며 필요할 때 바로바로 관련 정보를 찾아볼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각종 센서가 들어 있어 굳이 내가 어디 있는지, 주변에 뭐가 있는지 입력하지 않아도 스마트폰 자체에서 알아서 검색해준다는 것이다.
교통관련 정보를 제공하는데 기본은 이러한 각종 센서를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는 것이다. 그렇지만 경남도내 각 지자체가 내놓은 교통관련 앱은 한마디로 수준이하이다.
최근 창원시내버스 앱은 업그레이드 돼 약간 개선되긴 했지만, 이용하기에 많이 불편하다.
애플 스마트폰 아이폰4로 구현된 경남지역 앱들.진주시 가이드 앱 중 맛집 소개 정보(오른쪽), 창원시 관광 앱.
이를테면, 신세계 백화점 앞에서 버스를 타고 경남도청을 가려고 할 때, 시내버스 정류장이 이중으로 검색된다. 신세계 백화점 바로 앞 정류장과 건너편 정류장이 동시에 검색되는 것이다. 경남도청 앞 정류장도 마찬가지.
그밖에도 김해시, 진주시, 양산시 등 자치단체별로 시내버스 앱이 개발돼 있지만 지역별 연동이 되지 않아 큰 도움이 안되는 경우도 있다. 이를테면 김해시 시내버스 앱에서 창원시 버스가 김해 장유면까지 운행하는데도 그런 정보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거나, 김해시 시내버스가 창원대 앞에까지 운행하지만 창원시 시내버스 앱에서는 반영되지 않는 식이다.
박동규 교수 “사용자 편리성 우선돼야”
– 최근 창원시 관광앱에 대해 혹평을 했지만, 박동규 교수가 개발한 앱이나 관여한 앱도 퀄리티 측면에서 봤을 때 그다지 뛰어나지는 않은데….
“맞다. 주로 학생들이 개발하다보니 수준이 조금 떨어지는 측면이 있다. 그렇지만, 더 중요한 문제는 지방자치단체가 갖고 있는 각종 데이터에 접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시내버스 정보나 관광 정보 같은 경우 관련 데이터를 공유하게 되면 다양한 부류의 개발자들이 그 데이터에 기반해 앱을 개발할 수 있고, 그 앱에서 제공하는 정보는 정확할 수 있다. 그렇지만, 자치단체가 정보를 공개하지 않으면 개발자들은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정보나 개별적으로 수집한 정보만 활용하게 돼 부정확한 정보를 앱에 반영하게 된다. 자치단체가 수집해 보관하는 정보는 공공재이다. 독점할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이미 민간에서는 오픈 API라는 게 기본으로 돼 있다. 자치단체도 적극적인 마인드로 정보를 공개할 필요가 있다.”
-앱 개발에서 가장 신경 써야 할 부분은 무엇인가?
“이용 편리성이다. 스마트폰 용 앱은 기본이 손에 들고다니며 주변 정보를 검색해서 내가 있는 위치를 기준으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이를테면 창원시 성주사를 소개하는 내용이 들어있는 앱이라면 시청 공무원이 책상에 앉아 PC 상에서 구현되는 것을 검수할 것이 아니라 실제로 스마트폰을 들고 성주사 근처로 갔을 때 어떻게 구현되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지역 기반 앱이 그다지 큰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그런 측면이 있다. 이는 스마트폰 이용자 수와 관계 있다. 미국에서는 올해 안에 스마트폰 이용자가 피처폰 이용자보다 많아질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우리나라도 시차는 있겠지만 스마트폰 이용자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이미 1000만 명 정도가 스마트폰을 쓰는 것으로 집계되는데 절반 정도는 서울과 수도권 인구이다. 아직은 지역에서 스마트폰 사용자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현재 이용자가 적다고 해서 무시할 일은 아니다. 스마트폰 이용자는 폭발적으로 늘 것이다. 지금부터 체계적이고 전략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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