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난민수용소에서 펼쳐지는 일상

‘철조망에 걸린, 희망'(임연태 글·이승현 사진)

혹시 ‘누포캠프(Nu Pho Camp)’라고 들어보셨나요?

정식 명칭은 ‘Nu Pho Temporary Shelter Area’. 누포 임시 보호구역이라는 뜻입니다.

누포캠프가 있는 반누포(Ban Nu Pho)라는 마을은 미얀마와 태국의 국경 밀림지대에 있는데 태국 영토 전체를 놓고 보면 중앙에서 서북쪽에 있습니다. 이 일대에만 미안먀 난민 수용소가 9개나 있고 난민 수는 대략 30만 명으로 추산됩니다. 그러나 정확한 수치는 집계할 수 없다고 합니다.

미얀마와 태국의 국경 북쪽 메홍손에서 남쪽의 상글라부리까지 800km에 이르는 지역의 난민 캠프는 수백 개에 이르고 난민 수도 300만 명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그곳이 정글이어서 바깥세상에 잘 드러나지는 않지만 수시로 총격전이 벌어지고 인명이 살상되고 있는 지역입니다.

이 지역이 우리에게 가슴 아프게 와 닿는 까닭은, 우리가 거쳐왔던 민주화를 향한 고달픈 행군의 길을 그들이 뒤따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얀마는 2007년 ‘샤프론 혁명’으로 불리는 승려들의 민주화 요구 시위 이후 집권 군부의 개량화 조처가 있었습니다. 그에 따라 2010년 11월 20년 만에 총선이 치러지고 민정체제로 출범하겠다는 정부 발표가 있었지만, 재야에서는 정부를 신뢰하지 않습니다.

5·16 군사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는 정국이 안정되면 민정이양을 약속했지만, 군복을 양복으로 바꿔 입고는 나라를 장악했습니다.

군부 독재자의 말로는 비참했지만, 과거의 잘못을 보고 깨치지 못했던 신군부세력은 12·12와 5·18을 거치면서 앞선 군부독재자와 똑같은 길을 걸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유도 모르고, 어떻게 죽었는지도 모르는 ‘의문사’로 우리 곁을 떠났는지 모릅니다.

누포캠프는 미얀마의 오랜 독재로 말미암은 정치·경제적 소외와 공포로부터 탈출한 난민들 수용소입니다. 여기서 사는 이들은 우리나라의 민주화 과정보다 훨씬 힘들고 오랜 독재와의 싸움에 지쳐 탈출한 이들입니다.

미얀마 민주화의 상징인 아웅산 수치 여사에 대한 가택연금이 해제되면서 ‘개량화’ 국면으로 접어들었다고는 하지만, 수용소에서 생활하는 이들이 민주화된 미얀마에서 언제쯤 살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그들을 돕는 작은 움직임이 곳곳에서 일고 있는데요, 태국 정부도 국제 여론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난민을 받아들여 산악지대에 있는 난민촌을 벗어나지 않는다는 조건 아래 난민촌을 설치했습니다.

그러나 이들 난민이 눈엣가시 같은 존재입니다. 전기와 상하수도 등의 기반시설을 설치해주길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난민촌 설립 초기에는 이들도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할 처지였지만, 국제사회가 구호에 나서고, 난민촌도 사람들이 사는 세상인지라 나름대로 질서를 세우고 생계를 유지할 수 있게 되면서 2세 교육에도 많은 공을 쏟고 있습니다.

이런 이야기는 사실, 이 책이 나오지 않았더라도 위키피디아나 각종 뉴스 등을 통해 손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 책은 그러한 건조하고 딱딱한 뉴스나 보고서에서는 볼 수 없는 사람을 향한 뜨거운 가슴을 갖고 그들의 삶 자체를 보여주고 있어 눈길을 끕니다.

저자는 “길은 좋을 리가 없어서 해발 1000m 안팎의 산능선 길만 100km, 현지인들도 꾸웩꾸웩 멀미를 해대는 험한길 245km, 그렇게 20시간 넘게 이동해” 간 현지에서 새벽닭울음 소리에 잠이 깬 뒤 “이들의 생활상을 취재하겠다는 것이 개인적인 목적이었지만, 어떤 목적을 가지고 왔다는 사실이 부질없게 느껴집니다. 목적을 던져버리고 그저 보이는 대로 보고 들리는 대로 듣고 느껴지는 대로 느끼고 돌아가야 한다”고 느꼈다고 했습니다.

이 책 <철조망에 걸린, 희망>은 감성과 식견을 지닌 글솜씨로 널리 알려진, <현대불교> 편집부국장을 거쳐 현재는 논설위원인 저자가 오래전부터 이곳에 도움의 손길을 주고 있는 영봉 스님을 따라 열흘간의 일정으로 누포캠프와 태국의 국경도시 메솟 인근을 다녀온, 그 짧은 시간의 취재기록입니다.

이 책의 수익금은 미얀마난민수용소의 교육지원사업에 쓰인다고 합니다.

디지로그

경남도민일보에서 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2017년부터 체육부에 와서 경남FC, 내셔널리그 등 축구를 담당하고, 겨울시즌에는 창원LG세이커스 농구도 담당합니다. 물론 전국체전이나 각종 아마추어나 학교스포츠도 맡아 합니다. 원래는 뉴미디어, IT 등에 관심이 많고, 그에 따른 글을 많이 썼습니다.

%d 블로거가 이것을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