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사회는 공정한가? 공정하지 않다면…

<페어 소사이어티> 김세원 외 지음

“우리 사회는 불공정한가? 시장경제에서 공정한 경쟁이 지켜지는가? 누구에게나 기회가 균등한가? 법 집행이 공평하게 이뤄지는가? 더 많은 복지 혜택이 제공되는가? 그러나 무엇보다도 누구의 간섭 없이 성공할 기회를 똑같이 얻어야 한다는 데에 이의는 없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해 8·15 경축사에서 진정한 선진 일류 국가를 만드는 국정과제로 ‘공정한 사회’를 제시했다. 이후 우리 사회가 ‘공정한 사회’인지, 공정한 사회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지금 정부가 하는 일은 그 공정한 사회라는 가치와 들어맞는지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벌어지고 있다.

사실 이 대통령의 이런 언급이 있고 없고를 떠나 우리 국민은 ‘공정’에 대해 매우 다층적인 인식을 드러내 보이기도 한다.

‘나는 가수다’ 프로그램은 미리 알린 룰을 지키지 않으려 했다가 혹독한 비판을 받고 해당 피디가 교체되면서 앞으로 프로그램이 지속할 수 있을지마저 의심되는 상황까지 내몰렸다. 여기서 말하는 ‘룰’은 ‘공정’과 통하는 부분이다.

거제 대우조선해양 정문 부근 고압 송전 철탑에 올라가서 한 달 넘게 고공 농성을 벌이고 있는 강병재 하청노동자 조직위원회 의장의 외로운 투쟁은 우리 사회의 정규직-비정규직에 대한 ‘절대’ 공정하지 않은 현실에 대한 처절한 절규이다.

그러함에도, 두 사안에 대한 반응은 천양지차다. ‘나는 가수다’는 큰 변화가 불가피해졌지만, 강 의장은 한 달이 넘게 악천후와 고압 전기에 생명을 내맡긴 채 싸우고 있건만 회사는 여전히 불공정한 제안을 하는 정도다. 강 의장은 이런 제안을 거부하며 투쟁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지난 한 해 ‘정의’가 한국사회를 뜨겁게 달구기도 했다. 영어로 말하자면 정의는 Justice, 공정은 Fair로 다르지만, 우리가 느끼는 정서로는 그 둘이 일맥상통한다.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저서로 촉발된 ‘정의’는 공정한 사회에 대한 욕구로 이어졌고 수많은 사람이 공정한 사회로 가기를 희망한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드러내 보이는 계기가 됐다. 이러한 욕구는 새로운 것이 아니라 이전부터 있던 것이었지만, 그 쉽지 않은 길로 아무도 들어서려고 하지 않았다.

학문적으로도 깊이 있는 논의가 없었으며,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걱정과 고민만 해왔다. 심지어 ‘공정한 사회’를 선진사회 진입의 국정과제로 제시한 정부마저도 결코 ‘공정’하달 수 없는 정책을 아무렇지도 않은 듯 내놓고 집행하고 있다. 수도권과 지역의 균형·동반 발전에는 관심 없고 정치적이거나 수도권 편향적인 시각에서 동남권 신공항을 백지화한 것을 들 수 있겠다.

실제로 우리나라 사람 10명 가운데 7명이 우리 사회를 ‘불공정하다’고 여긴다고 한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산업화로 경제적 기반을 다지고 민주화로 정치적 안정을 찾았다면 이제는 시민이 한층 고양된 가치인 ‘공정성’을 추구하려는 의식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즈음에서 ‘도대체 공정한 사회란 무엇인가’ ‘공정사회로 가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하나’라는 질문, 그에 앞서 ‘과연 우리 사회는 공정한가’라는 진지한 성찰이 있어야 한다. 그러한 성찰과 토론, 사회적 합의 없이 ‘공정한 사회’가 저절로 주어질 수 없다.

‘공정’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사회 질서의 고귀한 덕목으로 간주됐지만 인류 역사상 구현된 예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현실에 적용하기 어려운 화두이기도 하다. 실패한 실험이었던 공산주의는 ‘기회의 공정’은 이뤘지만 ‘분배의 공정’에서 실패했다. 자유주의에 바탕한 자본주의는 ‘분배의 공정(?)’은 이뤘지만 ‘기회의 공정’에서는 젬병이었다. 그 극단을 절충한 유럽의 ‘복지사회’는 기회와 분배에서 공정할지는 모르겠으나 ‘세대간 공정’에서는 낙제점이다. 지금 세대의 부채를 다음 세대에게 떠넘기는 형식이라는 비판이 설득력을 얻기 때문이다.

김세원 서울대 명예교수를 비롯한 국내 석학들이 공동 작업으로 내놓은 <페어 소사이어티>는 이런 근원적 물음에서 시작해, 사회 분야별로 ‘공정한 사회’가 무엇인지,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를 탐구한 성과물이다.

거제 대우조선해양 정문 부근 송전탑에서 벌이는 강병재 하청노동자 조직위원회 의장의 투쟁은 우리 사회의 정규·비정규직에 대한 공정하지 않은 현실에 대한 절규이다. 동그라미 부분이 강 의장의 고공농성 위치. /경남도민일보 DB

이 책에서는 공정사회의 실현이 우리 생활과 직간접적으로 관련 있는 현실이며 사회 각 분야에서 불공정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지적한다. 모든 분야에 아울러 적용되는 원칙을 제시하는 것은 물론, 각 분야에서 부딪치는 불공정 사례를 들며 개선 방향과 실천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또한, 이 책은 총론에서 사회적 연대, 경제 정의, 그리고 기회의 균등이라는 중요 키워드를 제시함으로써 페어 소사이어티의 정의를 간접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딱딱한 이론이나 교과서 같은 원칙에만 머무르지 않고 우리의 현실을 진단하고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 책은 일정한 한계를 갖고 있다. 다양한 필자가 참여하다 보니 일관된 철학적·사회·경제학적 체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겠지만 대체로 시장경제주의나 자유주의적 관점에서 사회 현상을 들여다보고 대안을 내놓고 있다는 점이다. 이 시점에서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로운 사회는 단순히 공리를 극대화하거나 선택의 자유를 확보하는 것만으로는 만들 수 없다. 좋은 삶의 의미를 함께 고민하고, 으레 생기기 마련인 이견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문화를 가꾸어야 한다”( <정의란 무엇인가> 361쪽)는 고민을 함께 할 필요가 있다.

383쪽, 한국경제신문, 1만 3000원.

디지로그

경남도민일보에서 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2017년부터 체육부에 와서 경남FC, 내셔널리그 등 축구를 담당하고, 겨울시즌에는 창원LG세이커스 농구도 담당합니다. 물론 전국체전이나 각종 아마추어나 학교스포츠도 맡아 합니다. 원래는 뉴미디어, IT 등에 관심이 많고, 그에 따른 글을 많이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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