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의사가 들려주는 ‘시골의 삶’이란

산청군 전화번호부에 가장 많이 등록된 업종은? 식당이다. 391개이니 인구 3만 5000명을 나누면 90명당 하나씩 있는 셈이다. 관광객이 많이 온다고는 하지만, 그 많은 식당은 뭘 먹고 사는 걸까 의문이 든다.

그 다음은 절이 92개, 종합건설 62개, 다방 53개, 교회 49개로 절의 절반 정도, 모텔·여관·여인숙 45개 순으로 많다. 생비량면 인구는 1300명인데 모텔이 5개 있다. 대부분 평생을 생비량에 살아온 할아버지, 할머니들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역시 모텔은 뭘 먹고 사나 궁금하다.

‘시골의사’ 양성관 씨가 <생초보 의사의 생비량 이야기>라는 책을 냈다. 그는 김해 출신으로 지난 2008년 의사 자격 취득 후 산청군 생비량면 보건지소장으로 부임했다. 군 복무를 대신한 것으로 3년간 복무해야 했으니 지금쯤은 산청을 떠났을 수도 있겠는데, 스물일곱 피 끓을 청춘이 ‘중국집’ 하나 없는 생비량에서 머문 기간의 무료함에 지친 나머지 시작된 지역 관찰 일지인 셈이다.

스스로 “권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극이 필요했다”는 저자는 권태에 절어 살다가 어느날 그 권태를 자세히 관찰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관찰한 것을 글로 써내려갔다. 도시 사람들에게 시골의 삶을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에서. 20대라고는 믿기지 않는 입담으로 써내려간 책은, 그래서 참 읽기 수월하다. 하룻밤이면 충분히 읽어낼 정도로 쉽게 읽히지만, 들어 있는 내용은 그렇게 가볍지 않다. 2005년 프랑스 이민자 폭동을 떠올리면서 농촌마을에 많은 결혼 이민여성에도 주목한다. 남편보다 평균 18살 어린 외국인 아내에서 난 아이들. 그들이 성인이 될 20~30년 후 그들이 아무런 차이나 차별을 느끼지 못하고 살 수 있도록 우리는 준비하고 있는지 진지하게 묻기도 한다. 농촌 의료체계의 문제도 짚고, 귀농에 대한 다양한 정보도 간추렸다. ’20대 초보의사가 본 더 리얼한 시골의 웃음과 눈물’이라는 책 수식어처럼, 리얼하다 못해 가슴이 저리다.

<생초보 의사의 생비량 이야기>, 양성관 지음, 284쪽, 북카라반,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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