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펀한 섹스파티, 병풍 뒤 검사는 뭔 짓 했나?

<검사와 스폰서, 묻어버린 진실> 정용재 증언, 정희상.구영식 정리, 296쪽, 책보세, 1만 5000원.

“우리 재미있는 놀이 한번 하자. 여기서 자기 파트너하고 즉석 섹스를 하는 아가씨한테 2차비를 다 몰아주자. 물론 쌍방이 합의해야 한다.” 지난해 4월 ‘스폰서 검사’ 의혹을 폭로한 정용재(53) 씨가 돈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그러자 김 검사가 자원했다. 그의 파트너도 동의했다. 그래서 두 사람은 룸의 병풍 뒤에서 옷을 벗고 성관계를 맺었다. 실제로 그 짓을 하는 광경을 병풍 뒤에서 정씨를 포함한 사람들은 구경하고 박장대소했다고 정씨는 전한다. <검사와 스폰서, 묻어버린 진실> 101~102쪽

지난해 4월 <PD수첩>을 통해 ‘검사와 스폰서’편이 방송되면서 시작된 ‘스폰서 검사’, ‘섹검’ 파동은 검찰 진상규명위원회와 특검까지 진행됐지만, 국민 정서는 사건의 실체가 온전히 드러났다고 믿지 않고 있습니다.

그로부터 1년, 정 씨를 밀착취재해온 <시사IN> 정희상 기자와 <오마이뉴스> 구영식 기자가 정씨의 구술과 자술서를 바탕으로 ‘스폰서 검사’의 막전 막후를 정리해 <검사와 스폰서, 묻어버린 진실>이라는 책을 내놨습니다.

이들은 책을 낸 배경에 대해 “너무도 명백한 물증과 숱한 증인이 있었음에도 스폰서 검사들은 손끝 하나 다치지 않고 전원 무사했다”며 “이 책을 발간하여 스폰서 검사 전원을 ‘시민법정’에 세우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이들은 정 씨가 접대했던 검사들의 실명을 전부 공개했는데요 “고위직 검사들뿐 아니라 일반 검사들조차도 스폰서 문화에 포획된 현실을 가감 없이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고 공개 이유를 밝혔습니다.

여기에 공개된 적나라한 접대 실태를 읽고 있노라면 대한민국 최고 엘리트·권력기관 구성원들이 맞는지 한심스러운 점이 한둘이 아닙니다.

정 씨는 책에서 “지청을 떠나는 검사들에게 전별금으로 30만~50만 원을 건넸다”며 “카페 등 술집 외상값도 다 갚아줬다”고 폭로했습니다. “1986년부터 순금 마고자 단추를 선물로 줬다”며 “3돈짜리 순금 단추 두 개를 한 세트로 선물했는데 검사들도 신기하니까 아주 좋아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정씨는 또 한동안 한 달에 두 번씩 지청장 100만 원, 평검사 30만 원, 사무과장 30만 원, 계장에게 10만 원씩 상납했다고도 적었습니다. 퇴직 검사들까지 포함하면 한 번 이상 접대한 사람은 200명 이상이 된다고 했네요. 이 중 검사 56명의 실명을 가나다순으로 정리해 공개했습니다.

정씨가 이처럼 검찰의 치부를 폭로한 대가는 너무도 참혹했답니다. 가족 친인척은 물론이고, 압수해간 휴대전화에 기록된 모든 전화번호를 추적하고, 심지어 친구의 초등학생 아들 계좌까지 추적하면서 엄청난 압박을 가하기도 했다는데요, 이 책 제1장 ‘검사들의 스폰서, 나는 왜 그들을 고발하게 되었나’에서 “폭로 이후 하루에도 수십 번 자살을 생각하며 지냈다”며 “내가 지금까지 직접 수백 명의 검사를 겪어왔지만 이렇게까지 야비하고 치졸하게 보복을 가할 줄은 몰랐다”고 토로했습니다.

정 씨는 마지막 기대를 걸었던 특검에 대해서도 검찰에서 10명의 검사가 지원된다는 사실을 알고는 기대를 접었다고 기술했습니다. 실제 조사 과정에서 특검에 파견된 현직 여검사로부터 성희롱에 가까운 모욕도 당했다고 밝혔습니다.

정씨의 구술을 정리한 정희상, 구영식 기자는 검찰의 출간 저지 의혹도 제기했습니다. “정씨가 부산구치소에 있을 때 부산지검 검사가 이 책 초고를 입수하려고 그의 방으로 들이닥치기도 했다”며 “간발의 차이로 우편으로 내보낸 뒤여서 (검사가) 허탕을 치고 돌아갔다”고 주장했습니다.

“대한민국 검찰에 아직도 지킬 명예가 한 줌이나마 남아 있긴 한걸까? 명예는 고사하고 시중의 조롱거리로 전락한 것이 오늘날 대한민국 검찰의 참모습이다. 참으로 뜻이 있는 반듯한 검사라면 어디 가서 검사 명함을 내밀기도 부끄러운 현실이다”(78쪽)는 정 씨의 주장이 큰 울림으로 돌아옵니다.

디지로그

축구가 좋은 축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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