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 언제까지 흡연자 탓만 할텐가

사천에 있는 BAT코리아의 2010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587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하지만, BAT코리아의 기부금은 고작 3억 727만 원으로 매출액 대비 0.052% 수준이다. 물론, 기부금이 적다고 사회공헌 활동이 적다고 할 수는 없지만, 국내 기업인 KT&G와 비교해 보면 BAT코리아의 사회공헌 활동이 소극적이라는 비난에 대해 반박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BAT코리아의 기부금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도 보이지 않는다. 본사에 대한 높은 현금 배당률과 로열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BAT코리아는 2010년 당기순이익 122억 원 전부를 100% 지분을 가진 ‘브리티시 아메리칸 토바코 p.l.c’에 배당금으로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2009년에는 주당 5778%라는 높은 배당금을 지급했고, 매출 5989억, 순익 77억 원을 기록한 2008년에는 200억 원 정도 로열티를 지불한 것으로 추정된다. <경남도민일보> 6월 28일 자 1면 기사 중

한국사회의 모든 것을 역사적 기록으로 남기겠다며 한국 사회문화사 시리즈를 내고 있는 강준만 교수가 이번에는 ‘담배’를 들고 나왔습니다.

<죄의식과 희생양: 대한민국 반공의 역사>, <고종 스타벅스에 가다: 커피와 다방의 사회사>를 비롯해 축구, 강남, 입시전쟁, 어머니, 휴대전화, 실업, 룸살롱 등에 이어 내놓은 열 번째 저작입니다.

저자가 주목한 부분은 담배를 끊는 것이 흡연자의 의지로 치환돼서는 안 된다는 점입니다. 일본의 환경사회학자 토다 키요시는 담배를 ‘구조적 폭력’으로 간주하고 담배 생산·판매·소비를 테러에 비유했다는데요, 결국 담배와 정부 권력의 밀착에 의해 ‘악마’인 담배가 없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해마다 대한민국 정부는 300억 원에 이르는 금연 정책 예산을 쓰고 있는데도 흡연자 비율은 크게 줄어들지 않고 있습니다. 심지어 9년 째 계속 줄던 성인 남성 흡연율이 2008년 하반기 이후 상승세로 반전한데다, 2009년 하반기 흡연율이 상반기보다 높아진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저자는 이렇게 된 까닭은 금연 운동을 흡연자 개인의 의지로 보고 그에 맞춘 금연 정책을 펼쳐온 데 있다고 봤습니다. 그래서 “사실 세계 각국의 금연 운동가들이 정작 싸워야 할 대상은 흡연자가 아니라 자국 정부인 셈이다. 담뱃값을 올려 흡연율을 줄이겠다는 생각에도 일리는 있지만 이것은 좀 뻔뻔한 수법이다. 끝까지 정부는 면책해놓고 흡연자만 탓하겠다는 발상을 근거로 하기 때문이다.”(227쪽)라고 혹평합니다. 담배 산업은 정부의 세금 징수원이라는 지적입니다.

실제로 대한민국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은 1990~1995년 사이에 ‘내고장 담배 사기’라는 해괴한 운동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1989년 국세였던 담배소비세가 지방세로 전환되자 자치단체들이 시민 건강이야 도외시하고 내 고장 담배를 사 피우자는 운동을 벌인 것입니다.

그러나 이마저도 미국, 그 중에서도 미국 담배 산업의 압력에 정부가 굴복하면서 폐기되고 맙니다. 내고장 담배사기 운동이 외산 담배를 배격하고 국산 담배를 사는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동안 있었던 금연 정책과, 이에 맞서는 ‘흡연권’ 주장도 짚고 있습니다.

정부는 보건소 등을 통해 금연을 하려는 이들을 돕는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고, 점차 금연 구역이 확대됐습니다. 특히 금연구역 확대는 최근 들어서는 “공원에도 버스 정류장에도 금연구역 표시는 없습니다. 금연구역 표시가 없으면 흡연해도 될까요?”라는 식으로 아예 ‘흡연구역’ 표시가 없으면 금연구역이라고까지 홍보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그동안 담배에 붙이는 경고문을 지속적으로 강화해왔습니다. “담배는 당신의 건강을 해칠 수도 있습니다”에서 지금은 “흡연은 폐암 등 각종 질병의 원인이 되며 내가족, 이웃까지도 병들게 합니다. 담배연기에는 발암성 물질인 나프틸아민, 니켈, 벤젠, 비닐 크롤라이드, 비소, 카드뮴이 들어 있습니다”에까지 이르렀습니다.

그런데, 정부는 이런 독극물이 들어간 상품을 제조·판매하게 할까요? 담배로 인해 가장 많은 돈을 버는 곳은 담배 회사가 아니라 정부이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의 지방자치단체는 담배소비세로 7조 원이라는 세금을 거두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흡연자의 의지로 내몰지 않고 정부가 제대로 금연 정책을 펼칠 방법은 무엇일까요? 저자는 ‘담배 제조·매매 금지법’을 제시합니다. 담배를 제조하거나 매매하는 것 자체를 불법화하자는 것입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몇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담배 재배 농민들의 몰락입니다. 이를 위해 서양의 환경 운동가들이 지지하는 ‘올바른 과도기’라는 개념을 도입하자고 합니다. 흡연 감소로 인한 비용을 재배농민에게 전담시킬 것이 아니라 전 사회가 그 짐을 나눠 져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과연 ‘소문난 골초 국가 대한민국’이 악마 담배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까요?

<담배의 사회문화사>(강준만 지음) 248쪽, 인물과사상사, 1만 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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