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사각형을 대각선으로 4등분하면…

아침을 먹다가 작은 녀석이 불만이었습니다.

직사각형인 식빵을 아내가 먹기 편하라고 가위로 대각선으로 잘라 네조각으로 내어 놓았는데, 큰녀석이 자꾸만 둔각 삼각형인(옆으로 펑퍼짐한·그림에서 B와 D) 조각만 골라가면서 먹었지요. 작은 녀석은 예각 삼각형(위로 뾰죽한·그림에서 A와 C) 조각을 먹으면서 “왜 오빠는 큰 것만 골라 먹는거야?”라고 따지더군요.

큰 녀석이 “아니다. 다 크기는 같다”라고 하는데, 가만 생각해보니 네조각이 다 같을 것 같기는 했지만 어떻게 증명할 수 있을까 걱정되더군요. 초딩에게 삼각함수가 어떻고 하는 것은 알아듣지 못할 것이고, 실제 종이를 4등분 해서 면적을 구해볼까라고까지 생각했습니다.

그러면서 생각한 그림이 이것입니다.

삼각형 A의 면적은 (밑변 y 곱하기 2분의 x) 곱하기 2분의 1이고, 삼각형 D의 면적은 (밑변 x 곱하기 2분의 y) 곱하기 2분의 1이라는데까지는 생각했습니다. 식을 정리하면 둘 다 (4분의 xy)로 같은 크기라는 것을 알 수 있겠더군요.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아들녀석이 아주 간단하게 “네조각은 항상 크기가 같다”라고 잘라 말하네요.

왜그런지 설명해보라하니 그냥 말 몇마디로 간단히 정리해버렸습니다. 말을 옮기면 “대각선으로 자르지 말고 각 변의 이등분 점에 따라 열십자 모양으로 네조각을 내면 네조각은 모두 크기가 같잖아요. 그 네조각을 각각 대각선으로 한번씩만 잘라주면 모두 8조각이 되는데 이것도 다 크기가 같은데, 우리가 먹는 빵은 이렇게 자른 8조각 중 두조각을 옆으로 붙였느냐 위로 뾰죽하게 붙였느냐만 다를 뿐 어쨌든 같은 크기 2개씩이므로 같은 크기지요.”

이렇게 설명한 것을 그림으로 나타내면 이것입니다. 먼저 파란색 선을 따라 4조각을, 다음으로 빨간 선을 따라 각각 2조각으로 나눈 뒤 같은 크기 2개씩을 붙였다는 것이었습니다.

각이 어떻고 길이가 어떻고 따질 것 없이 직관적으로 이해하는 녀석이 대견했습니다. 별로 많이 알지도 못하면서 이것저것 짧은 지식을 들이대면서 안쓰던 머리 괴롭혔던 내가 속으로 생각했던 것을 아이에게 얘기해주지는 않았습니다. 나는 대상을 개념화하고 개념으로 도형을 이해했는데, 아이는 개념에 의한 사고는 아니었고, 도형을 도형 그 자체로 인식하는 차이라고 할까요, 그런 것을 느꼈습니다. 이런 때 배운게 병이라는 말을 써도 되겠지요.

그러고보니 ‘4등분’이라는 말 속에 이미 답이 숨어 있었습니다. 같을 등, 나눌 분. 같이 나눈다는 것이지요. “네조각으로 같이 나눈다” 해놓고 네조각이 같은 크기라는 것을 증명하라 한 셈입니다.

여기까지 왔는데도 작은 녀석의 불만은 가시지 않았습니다. 사람 손으로 가위로 음식물을 자르는 것은 자와 칼로 종이 오리듯이 정확할 수는 없지요. 더구나 가운데 잼 발라 겹친 식빵은 미끄러져서 크고 작은 조각이 생기게 마련이죠. 아마도 큰녀석이 그렇게 큰 조각만 골라 먹었나봅니다.

디지로그

축구가 좋은 축구입니다.

3 Responses

  1. 승환 댓글:

    C 맞고요. 존 내쉬가 다듬은 ‘게임 이론’을 쉽게 설명한 책에서 첫 예로 나오는 게 케이크 자르는 것이었습니다.
    글에 주제가 제대로 드러나지 않다거나 그런 것은 아니고요.

  2. 이승환 댓글:

    이 문제에 대한 답이 ‘게임 이론’에 있습니다.
    게임 이론은 … ‘작은 녀석’에게 빵을 자르도록 하고 ‘큰 녀석’에게 빵을 고르도록 합니다.

    • 돼지털 댓글:

      내가 아는 이승환 c가 맞나염? 게임의 법칙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류는 제법 있을 거라고 봅니다. 근데, 내가 하고싶었던 얘기는 직관적 사고와 개념적 사고의 차이였슴돠. 글에서 그게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다면 내게 문제가 있겠지요.

      하여튼, 어린 우리 아그들뿐만 아니라, 이미 늙는 길로 들어선 나도 상대보다는 크고 좋은 것에 욕심을 내니, 그 게임의 법칙을 자주 활용해야겠네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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