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운 은행, 얼마나 아세요?

오늘 느지막하게 점심 먹으러 가다 보니 길에 은행 열매가 떨어지기 시작했네요. 성한 것보다는 행인들 발길에 짓밟혀 으깨진 것이 훨씬 많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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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 전 내가 창원에 처음 왔을 때 썼던 기사가 시민들이 은행 열매를 따려고 가로수를 심하게 훼손시킨다는 기사였습니다. 이후 창원시가 시내 전역을 몇몇 그룹으로 나눠 민간에 은행열매 수확을 위탁하고 수익금을 어려운 이웃을 돕는데 쓰기로 한 적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네요.

하여튼, 우리집 큰 녀석이 야뇨증이 심했던 적이 있습니다. 민간요법에 은행 열매를 하루 서너개씩 볶아 먹이면 효과가 있다 해서 한참을 그리했던 적이 있습니다. 효과를 보지는 못했구요, 그렇다고 비뇨기과 치료를 받고도 개선되지 않아 고생했답니다. 아, 야뇨증은 나이가 드니 저절로 해결되더군요^^

그런 은행 열매지만 딱딱한 핵을 감싸고 있는 과육(?)에는 독성이 있어 알러지 반응을 일으키는 사람도 많습니다. 우리 동네에서는 은행 열매로 인한 알러지 반응을 ‘옻 올랐다’고 했습니다. 정말 옻 오른 것처럼 몹시 가렵고 피부가 짓무르기도 합니다.

그런 은행 열매지만, 가로수마다 죄다 열리는 것은 아닙니다. 은행은 암수나무가 있는데 서로 가까이 있지 않으면 전혀 열매를 맺지 않고, 가까이 있다 하더라도 숫나무는 결실이 없습니다. 이런 암수가 다른 나무로는, 경상도에서는 ‘제피’라고 하는 초피나무가 있습니다. 경상도 등 남부지방에서만 향신료로 쓰이는데 김치에 넣기도 하고, 추어탕에 넣어 먹기도 합니다.

열매는 이정도로 하구요, 이제는 잎입니다. 은행잎은 두가지 사람에게 유용한 구실을 합니다. 하나는 살충효과이고, 다른 하나는 피를 맑게 하는 효능입니다.

20110921ginko03은행 주변에는 파리나 모기 같은 해충이 잘 몰리지 않는데요, 이는 은행잎 성분 중 살충·살균작용을 하는 ‘프라보노이드(Ginkgo-flavon glycosides)’와 ‘터페노이드(Ginkgolides and bilogalides)’ 등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랍니다. 실제 내가 어렸을 때 장농 서랍에 은행잎을 넣어뒀는데요, 그렇게 하면 좀이 슬지 않기 때문이라고 들었습니다. 또, 은행잎을 봉지 봉지 담아 집안에 바퀴벌레가 나올 만한 곳에 놓아두면 바퀴벌레도 퇴치할 수 있습니다.

이런 효과를 보고 서울시가 은행잎을 모기 박멸에 활용하기로 했답니다. 은행잎을 그물망에 담아 정화조에 담궈두면 모기 유충이 없어진다는데요, 이런 시도가 성공했으면 좋겠습니다.

‘프라보노이드(Ginkgo-flavon glycosides)’와 ‘터페노이드(Ginkgolides and bilogalides)’는 살충 살균작용뿐만 아니라 혈액을 맑게 해준다 해서 관련 약품이 판매되고 있지요. 의학계에서는 이러한 은행잎 추출물질의 혈액제제 효능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시각도 있긴 합니다. 뇌졸중 같은 질환 예방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인데요, 그렇다 하더라도 말초혈관 질환 예방에는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답니다.

가로수로 많이 쓰이는 은행, 여름이면 그늘을 만들어주고 가을이면 낭만적인 분위기를 만들어주며, 탁한 공기를 정화하는 기능까지 하는 은행. 벌써부터 노랗게 물든 가로를 걷는 환상에 빠져봅니다.

아 참, 창원시는 늦가을에 은행잎이 지기 시작하면 바로 청소하지 않고 시민이 은행 낙엽을 즐길 수 있게 합니다. 송풍기로 차도에 떨어진 은행잎을 인도로 불어 올려두는데요, 위 사진처럼 수북히 쌓인 은행잎 길이 한참동안 유지된답니다.

디지로그

축구가 좋은 축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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