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란수괴 전두환을 기리겠다고?

‘전두환 전 대통령을 사랑하는 모임(전사모)’이 전두환 기념관을 세울 계획이라고 한다.(오마이뉴스 보도)

나는 이 단체 창립 취지나 정관 같은 것은 모른다. 그러나 지난해 경남 합천군이 이름도 해괴한 ‘일해공원’이라는 이름을 붙였을 때, 전국에서 들불처럼 반대운동이 일었는데, 중뿔나게 나서서 찬성 집회를 하고, ‘새천년 생명의 숲(이게 본래 공원 이름이었는데, 심의조 합천군수가 일해공원이라고 이름을 바꿨다)에서 ‘화려한 휴가’ 영화상영을 못하게 하겠다고 몸으로 막아서기도 하는 짓을 보고는 ‘아, 정말 몹쓸 사람들이다’는 생각을 했더랬다.

지난 8월 23일 오후 합천군 일해공원(새천년 생명의 숲)에서 전두환(일해)공원 반대 대책위와 새천년 생명의 숲지키기 합천운동본부, 광주에서 온 오월 어머니회가 ‘화려한 휴가 ‘영화 상영에 앞서 새로 준비한 ‘새천년 생명의 숲’ 현판을 세우자 전사모 회원들이 이를 뽑아가려다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사진출처: 경남도민일보

그런 몹쓸 사람들이 이번에는 역적 수괴 전두환 기념관을 세운단다.

전두환이 누군가. 1979년 박정희가 죽었을 때 자신의 상관이었던 정승화 계엄사령관을 불법 연행하고, 12.12 쿠데타를 일으켰으며, 1980년 광주에서 대학살을 일으킨 주범이었다. 군대를 배경으로 최규하 대통령을 겁박해 쫓아낸 뒤 대통령 자리까지 강탈했다.

집권 7년간은 또 어땠나. 얼마나 많은 나라를 걱정하고 정의로운 사람이 의문사하고, 잡혀가서 가진 고문 끝에 죽어나갔던가. ‘정의사회 구현’이라는 요란한 구호속에 애꿎은 사람이 삼청교육대에 끌려가 죽거나 불구가 된 사람도 부지기수다. 역사상 ‘가장’이라는 수식어는 붙일 수 없겠지만 전혀 정의롭지 못한 사회였던 것만은 분명하다.

이런 얘기는 80~90년대까지만 해도 일부 ‘몰지각’하거나 ‘사상이 불온’ 하거나 ‘빨갱이’들이 ‘우매’한 국민을 선동하기 위해 지어낸 이야기쯤으로 치부됐다. 그렇지만 이제 이런 말은 법원도 인정한, 그래서 법률에 의해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예우도 받지 못하는 전두환 노태우는 역적이고 반란 수괴라는 점을 대한민국이 공식으로 인정하는 이야기다.

나는 학교 다닐 때 그다지 존경하지는 않았지만, 그이의 말 중 몇가지는 가슴 깊이 새겨 지금까지 영향을 받는 이를 스승으로 모신 적이 있다. 그분은 “역적에게는 성을 붙이면 안된다”고 말씀하시면서 그 서슬 시퍼렇던 5공 치하에서도 ‘두환이 놈은 천하 역적이다”고 대놓고 말씀하시곤 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그렇기에 사상의 자유도 있고 집회결사의 자유도 있다. 설령 그 사상이, 그 집회 결사가 대한민국의 근간을 뒤집을 정도로 위험하고 불온하다 할지라도 그렇게 생각한다는 이유만으로는 처벌 할 수 없고, 해서도 안된다.

전두환을 사랑하든, 을사오적의 수괴 이완용이를 사랑하든, 내 뭐라 할바는 아니다. 속으로 욕이야 하겠지만…

그렇지만 전사모라는 데서 역적 수괴 전두환을 기리는 기념관을 짓겠다고 하면 말이 달라진다. 역적이었음이 밝혀지면 죽은 뒤에라도 무덤을 파헤쳐 시신을 참했던(부관참시) 역사가 있는 나라다. 그러니 역적 수괴를 사랑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삼족을 멸하는 화를 입어야 할 역적질이다. 대놓고 그렇게 떠들고다녀도 되는 ‘대한민국’이라고 하지만, 그런다고 해서 민주공화국의 뿌리가 흔들릴리야 없지만, 참 몹쓸 사람들이다.

이참에 그들에게 충고하나 하고싶다.

정말 전두환을 사랑한다면 죽으로 가만히 있으라고. 그들이 그렇게 떠들고 설칠수록 전두환을 더욱 욕되게 할 뿐이라는 걸 정말 모를까? 그들은 ‘전두환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전두환을 사달내려는 모임’은 아닐까?

좋다. 국민이 애써 낸 나랏돈을 전혀 지원받지 않고 그들이 힘써 돈을 마련해 기념관을 세웠다 치자. 그러면 나는 아이들을 데리고 그곳에 방문할 것이다. 입장료를 받는다면 내고 가겠다. 가서 역적 수괴 전두환의 만행을 생생하게 얘기할 것이다. 박정희야 내가 어렸을 때 겪었기에 듣고 배운 지식이지만, 전두환 노태우는 내가 머리 굵어 겪은 역적이기에 기억도 생생하다.

전사모가 전두환을 존경하고 사랑해서 기념한다고 세운 기념관은 머잖아 역적 경계관, 반란 수괴 징치관이 될 것이라는 것을 생각이나 해봤을까.

진짜 전두환을 사랑한다면 죽으로 가만히 있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