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마을을 지키는 사람들의 소리를 들어라

강정마을은 대추리와 하나도 다르지 않아. 아픈 곳이니까 온 거야. 몸이라도 함께 있어야지. 그게 우리의 신분이야. 가난하고 고통받고 빼앗기고 있는 사람들 곁에 있는 것…. 이게 성직자의 본분이야. 하늘이 주신 신분을 버리고 어디로 가겠어? 성직자는, 사제는 항시 자유로워야 해. 가난하고 고통받고 빼앗기고 있는 사람들 곁으로 주저 없이 다가설 수 있게, 묶여 있으면 못 가잖아. 언제든지 길에 나설 수 있게 자유로워야 해. 그래서 우리 종교에선 독신을 요구하는 거고, 유혹도 없는 것은 아니지만 잘라내야지, 그래야 이렇게 올 수 있지. –제주 강정마을 주민이 된 길 위의 신부 문정현.

현대 언어학의 거장이자 미국 내 진보적 지식인의 아이콘이 된 에이브럼 놈 촘스키(Avram Noam Chomsky)가 한국 현실, 그것도 첨예한 대립이 벌어지고 있는 현실에 말을 보탰습니다.

“제주 강정마을의 해군 기지 반대투쟁은 최소한 두가지 측면에서 중요하다. 먼저 이 투쟁은 세상을 갈등과 투쟁이 아니라 좀 더 평화스러운 곳으로 이끌어가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라는 점이다. 또 다른 측면은 4·3항쟁이라는 역사적 비극과 오랜 투쟁의 경험,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아름다운 제주도를 보존하고 유지하려는 노력 역시 중요하다는 것이다. 제주도민들의 용기 있는 투쟁은 세상을 좀 더 나은 곳, 평화로운 곳으로 만들려는 이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

지금은 한미FTA에 가려 여론의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지만 불과 한두달 전만 해도 골리앗 크레인에 올라있는 김진숙 한진중공업 노조 지도위원과 함께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투쟁이 핫이슈였습니다.

마치 4·3 항쟁 때처럼 ‘뭍’의 경찰이 제주도로 대거 몰려가 평화롭게 살겠다고 외치는 현지인들을 겁박했고, 아직도 진행형입니다. 도대체 강정마을 주민들은 왜 그렇게 갈갈이 찢겨 생업마저 팽개치고 대한민국의 핫 이슈 중심에 서게 된 것일까요?

이 책의 제목에 등장하는 ‘구럼비’는 제주 강정마을 해안가에 넓게 펼쳐진, 길이가 1.2킬로미터나 되는 너럭바위의 이름입니다. 연산호 군락과 붉은발말똥게를 포함해 여러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종이 서식하며, 제주 올레 7코스에 속하는 아름다운 곳입니다. 이 구럼비가 사라질 위기에 있습니다. 강정마을 주민들과 민주당·민주노동당 등 정치권에서는 세계자연유산 3관왕(세계자연유산, 세계지질공원, 생물권보존지역) 지역인 강정마을 일대에 해군기지를 건설하려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고 지적합니다.

반면 한국 정부는 남방해상무역 보호 등의 이유로 해군기지 건설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이런 정부 입장에 대해 군사전문가들은 제주해군기지가 중국을 압박하는 미군의 기항지로 활용되면서 ‘관광의 섬 제주’가 ‘동북아의 화약고’로 바뀔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미군은 한·미안보동맹과 한·미행정협정 등에 근거해 언제든지 한국의 기지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 강정마을은 매향리―대추리에 이어 반전과 평화의 아이콘이 됐습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길 위의 신부’로 매향리·대추리에서 주민과 함께했고 강정리에서 ‘강정상단 대행수’ 노릇을 자처한 문정현 신부, 조상과의 인연마저 끊고 강정마을과 운명을 같이하겠다는 뜻에서 ‘강정 김씨 시조’가 된 김민수 씨. 강ㅈ어마을 회장 강동균 씨, 놈 촘스키의 지지를 얻어낸 고길천 작가, 대만에서 온 평화운동가 왕에밀리, ‘바다의 딸’로 살아온 범환마을 잠녀 강애심 씨, 강정 ‘트위터 영화’ 만드는 여균동 감독 등등 많은 이들이 그 중심에서 주민들을 묶어 세우고 질 수 없는, 져서는 안되는 싸움을 벌여나가고 있습니다.

강정마을 싸움에 대한 다양한 시선이 존재합니다. 얼마 전 퇴원한 석해균 선장을 두고 ‘아덴만의 영웅’ 어쩌고 하는 이들은 석유를 비롯한 각종 물류의 해상유통로를 우리 해군력으로 지키는데 제주 해군기지는 필수적이라고 합니다. 정 반대쪽에는 국제 평화도시 제주에 해군기지가 들어서게 되면 중국 일본을 비롯한 동북아 세력 균형에 영향을 미쳐 일촉즉발의 군사 긴장상태가 조성될 수도 있다고 합니다.

이 책을 읽고 있자면 ‘국익’이라는 형체 없는 유령 앞에 수백 수천년을 어깨 곁고 살아온 마을 주민들이 어떻게 갈갈이 찢겼는지, 그 속에서도 사람들은 어떻게 함게 숨쉬고 어울려 살아가는지를 통해 강정마을에 닥친 실체적 위기를 되짚어 볼 수 있습니다.

<구럼비의 노래를 들어라> 이주빈 글, 노순택 사진, 280쪽, 마이북, 1만 4000원.

디지로그

경남도민일보에서 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2017년부터 체육부에 와서 경남FC, 내셔널리그 등 축구를 담당하고, 겨울시즌에는 창원LG세이커스 농구도 담당합니다. 물론 전국체전이나 각종 아마추어나 학교스포츠도 맡아 합니다. 원래는 뉴미디어, IT 등에 관심이 많고, 그에 따른 글을 많이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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