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을 탈당합니다”
“한나라당을 탈당합니다.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는 것은 농민을 배신하는 것입니다. 도의원이기 이전에 농민인 나는 그런 한나라당에 있을 수가 없습니다.”
한나라당 공천을 받아 지난 2006년 5.31지방선거 당시 거창선거구에서 경남도의원으로 당선됐던 김재휴 경남도의원이 어제 한나라당을 탈당한다고 기자회견을 했다.
한나라당이 대한민국의 여당이 된 것은 그다지 오래되지 않았지만, 경남의 여당이 된 것은 창당 이래 줄곧 그래왔다. 정당 공천을 받아 선출직 공직자가 된 사람이 중간에 탈당하는 짓을 나는 싫어한다. ‘탈당’이라는 것은 공천해준 정당에 대한 배신이라는 뜻도 있지만, 자신의 신념에 대한 배신이라는 것이 훨씬 더 무겁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지난 2006년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공천을 받아 당선됐던 김 의원이 제시한 탈당 이유에는 눈길이 간다. 김 의원은 “나는 도의원이기 이전에 농민의 자식으로 태어나 농업을 천직으로 축산업을 하는 농사꾼이다.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 협상을 타결지은데 대해 분노를 느껴 한나라당을 탈당한다”고 밝혔다고 한다.
또 “나는 도의원의 당선과정이나 당선되고 나서도 서민과 농민을 위해 목숨 걸고 일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쇠고기 수입을 당론으로 정한 한나라당에 이대로 남아 있는 것은 농민에 대한 배신이라고 느껴 탈당을 결심하게 됐다”고도 했단다.
도의원이라면, 단일 조직으로 보면 중견간부쯤 되는데, 그런 자리에 있는 이가 한나당의 본질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공천 신청했다가 덜컥 당선되고보니 정당이 자신의 정체성과 전혀 맞지 않아 탈당한다고 말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그러나, 이런 분석은 국외자의 사후적 분석·비평에 불과할 수도 있다.
이이의 전력을 살펴보면 이해되는 부분이 있다. 내 기억이 정확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2000년 무렵에 이이는 거창축협 조합장이 됐다. 2003년에 재선됐으니 최소한 6년을 축협 조합장으로 재임했다. 축협은 소나 돼지를 키우는 사람이 최대 지분을 갖고 있는 조직이다. 그런 조직의 수장 역할을 여러 해동안 지냈으니 축산인의 고충을 누구보다 많이 알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여담이지만 농협이나 수협, 축협 같은 조직은 해당 조합에 빚을 많이 지고 있으면 조합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바 ‘꺽기’라고 하는 것인데, 대출 받을 때마다 일정 비율로 출자를 해야하니, 빚이 많으면 출자 금액도 커 그만큼 발언권이 강화되는, 야릇한 모양새가 갖춰진다.)
이이가 아직도 축협 조합장인지는 모르겠지만, 한나라당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받아들이는 쪽으로 당론을 정한데 반발해 한나라당을 탈당한다는 것이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여론이 들끓고 있는데도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모르쇠하고 있다. 한나라당 내부에서 이런 양심적인 사람들이 많이 있어 지도부에 입바른소리도 하고, 당론 결정에도 영향을 미치고 그런다면 한나라당도 민주정당으로 태어날텐데…
너무 큰 꿈을 꾸는가? 하여튼 경남 거창에서 그래도 입바른 소리 하는 사람이 한 명 나와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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