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대강 현장, 희망버스에서 길어올린 사랑앓이
“그곳에 나무 한 그루 있었네
만경강과 동진강이
서해와 만나는 길모퉁이
그곳에 나무 한 그루 있었네그대였나요
먼 바람이그대였나요
저 물결이그대였나요
저녁노을이그곳에 나무 한 그루 있었네
오래갈 인연 새기며
해마다 돌아온 봄을 함께 맞던
애틋함 스며든 길모퉁이
그곳에 나무 한 그루 있었네
바람나무가” (시 ‘그대였나요’ 전문)
창원민예총 대표를 맡고 있는 김유철 시인이 네 번째 시집를 내고 오는 25일 오후 7시 경남도립미술관 다목적홀에서 출판기념회를 연다.
시 100편을 모았는데 시인은 이에 대해 “백편이 모인 시집은 / 백가지 주제로 쓰인 것이 아니라 / 한 단어를 백 날 동안 써내려 간 것”(‘한단어’ 부분)이라고 밝혔다. 그 ‘한 단어’는 무엇일까?
시를 읽어나가다보면 자연스레 떠오르는 것이 ‘사랑’이다. 박노정 시인은 발문에서 “그대에게 아직 줄 수 있는 것이 있어서 참 행복하다고 노래하는 화자의 열정은 끝이 없다. ‘내가 있는 한 그대는 가엾지 않다’를 반복하고 있는 화자는 오직 너만을 생각하는 저 ‘우라질 사랑’의 주인공인 것이다. 먼 훗날 어느 때 맞이할 그대가 아니라 지금 바로 이 자리에서 충만한 사랑이다”라고 했다. 박구경 시인도 “死대강사업 공사 현장, 함안보 고공 크레인, 제주의 강정마을, 희망버스 속에 있었던 김유철이 돌아와 사랑시집을 턱 내놓는다. 윗옷 주머니에 꽂고 다니던 펜으로 적의를 쏘지 않고 스스로 내면으로 가져와 ‘그대였나요’라 자문한다. 그래서 그의 시 속에는 따뜻한 눈물이 가득 고여 있다”고 했다.
시인은 그 ‘사랑’을 인간에게서 자연에서 온갖 만물에서 느낌으로 철학으로 종교로 역사적 안목으로 심지어 사회과학으로도 다 담아내려 한다. 뜨거움도 있고 열렬함도 있고 진정함도 있고 때론 저무는 나이 탓인지 고마움과 애틋함도 느껴진다. 우주와 그 우주의 많은 것들과 관계 맺은 시인이 그것들에 대한 인식론의 한 종합으로 사랑이라는 화두를 붙잡은 듯하다. 귀한 체험이고 결단이다. 청춘의 뜨거움을 걸러낸 가을 빛 같은 눈으로 보편의 힘을 획득한 사랑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느낄 수 있다는 것은 위대하다. 그가 길어올린 사랑노래를 들으며 지금껏 덜 사랑하고 덜 그리워하면서 살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보게 된다.
김 시인은 그동안 시집을 냈다.
한편, 출판기념회는 김유철 시인과 창원민예총 사무국장인 음악인 박영운 씨와 함께 공연 형식으로 진행한다. 김 시인은 “한 남자는 사랑을 시로 쓰고, 또 한 남자는 노래를 부른다”고 밝혔다.
143쪽, 리북, 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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