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청바지를 입으시려나요?

청바지 한 벌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물이 얼마나 되는지 아시나요? 자그마치 1만 2000리터나 된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우즈베키스탄 근처의 아랄 해가 90퍼센트나 말라버렸다니 정말 충격적입니다.

자유와 성적 판타지의 대명사인 청바지. 내가 고등학교 3학년 때 교복 자율화가 되면서 1년 내내 청바지를 입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러나 대학 다닐 때는 청바지는 미국 문화의 상징이라 해서 청바지 안입기 운동도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크게 격식 차리지 않아도 되는 자리에 갈 때는 청바지를 즐겨 입습니다.

그런데 오늘 받아본 새 책 한 권을 읽던 중 저런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캐나다 시민권을 가진 뉴욕디자이너가 한국 문화의 근원인 오방색, 오간색을 찾아 헤맨 사연을 다룬 ‘색에 미친 청춘’이 그 책입니다.

이 책을 보면 청바지는 원래 쪽풀에서 얻어지는 ‘인디고’라는 색소로 염색된 자연친화적인 파란색 바지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제는 화학염료로 대량생산되는데 이때문에 아랄해 바닷물 90%가 말라버렸답니다. 그리하여 저자는 천연염색을 찾아 긴 여정을 떠나게 됐다네요.

원래 ‘오방색’이라는 것은 예전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우리 문화나 중국 문화 곳곳에 녹아 있습니다. 청색 백색 붉은색 검은색 노란색인데요,  다섯가지 방향에다 색을 입혔으니 좌청룡 우백호 남주작 북현무 중황룡 식으로 나타납니다.

나무 목은 청색, 불 화는 적색, 흙토는 황색, 쇠 금은 백색, 물 수는 흑색을 상징하기도 하구요, 동방청제 서방백제 남방주제 북방흑제 중앙황제라고도 하죠. 중국이 천자를 ‘황제’라 칭한 것도 자신들이 중앙이라는 중화사상과 함께 흙의 기운으로 일어선 나라라는 표현이고, 우리나라 삼국시대 ‘백제’는 쇠의 기운을 받아서 또는 서쪽의 기운으로 일어선 나라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오간색’ 개념은 처음 알았습니다. 아마도 오방색을 섞어 나오는 색을 칭하는 듯한데요, 녹색, 벽색, 홍색, 유황색, 자색을 이릅니다.

이 오방색과 오간색이야말로 한국의 전통 색상인데요, 아직도 전국 곳곳에 이런 자연색으로 염색을 하는 공방 같은 곳이 남아 있답니다.

저자가 찾아간 곳은 모두 13곳에 이릅니다. 그곳에서 천연염색을 하는 사람들의 삶과 도전을 담았습니다. 차분히 한번 읽어봐야겠습니다.

다양한 사진을 써서 원색으로 제작해서 볼거리도 많네요. 책 구성도 재밌습니다.

10가지 색상에 저자의 느낌을 붙여놨습니다.

백색-인생은 원래 백색이다. 누구나 아름다우려고 태어났으니까.

청색-검푸른 세상의 바다에서 푸르게 우뚝 서기. 황색-세상 끝나는 날까지 ‘자유’를 중심에 둬라!

적색-한 번뿐인 우리의 삶! 붉은 꽃의 열정을 피워야 하지 않겠는가!

흑색-자연의 흑색처럼 어떤 것도 받아들여라!

녹색-꿈이 있다면 포기하지 말라! 녹색의 세상에서라면.

벽색-저 청한 하늘 저 구름 위로 ‘청춘’의 꿈을 꿔라

홍색-당신의 가슴을 진정으로 불태우는 즐거운 일에 몸을 바쳐라.

유황색-고백하라, 지금 이순간. 네 안의 꼭꼭 담겨진 진실을!

자색-더 끈끈한 네트워크로 세계와 당신을 묶어라.

당신은 어떤 색이 가장 가슴에 와 닿나요?

나는 유황색이 절절합니다.

<색에 미친 청춘> 김유나 지음, 368쪽, 미다스북스, 2만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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