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자살 보도 이래서는 안된다

내일(9월 10일)은 국제자살예방협회(IASP)와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세계자살예방의날이다. 그런 날을 앞두고 유명 연예인의 자살 소식이 전해져 안타까움이 더하다. 그런데, 기존 미디어 보도 내용도 그렇고 블로그 포스팅은 좀 심하기도 한 게 너무 선정적으로 보도해 사자의 명예를 더럽히고 살아남은 가족이나 지인들의 슬픔을 더하는 경우가 많다. 정말 지양해야 할 황색 저널리즘이고, 개떼 저널리즘이다.

그러던 차에 어제 보건복지가족부 정신건강정책과 류지형 씨와 한국자살예방협회 홍강의 회장 명의로 자살 언론보도 권고기준을 반영해 달라는 요청 편지가 왔다.

각 언론·방송사 기자님께

세계자살예방의날 행사를 앞에 두고 인기 연예인의 비보를 듣게 되어 행사를 준비하는 관계자로서 슬픈 마음이 앞섭니다.

전문가들은 자살이 전염력이 매우 크다고 합니다. 자살사망으로 인한 목격자, 가족, 동료, 친지 등 모두가 심각한 영향을 받고 특히 유명 연예인의 자살 사건에 대한 구체적인 묘사로 인한 영향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보다 매우 큰 것이 입증되어 ‘베르테르 효과’라 명명짓기도 한 바 있습니다.

최근 매스미디어와 정보화의 발전으로 누구나 쉽게 정보를 선택하여 볼 수 있는 시대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자살과 관련된 감염과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기자님들의 협조가 매우 중요합니다.

이에 세계보건기구 및 주요 여러 국가에서는 자살에 대한 언론보도 기준을 제정하여 자살예방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 부에서도 한국자살예방협회, 한국기자협회와 함께 자살에 대한 언론보도권고기준을 제정하여 발표한 바 있습니다.

자살에 대한 보도 그리고 국민의 할 권리도 물론 중요합니다. 하지만, 자살소식을 전하면서도 그 영향이 더 이상 번지지 않고 최소화 하기 위하여 첨부해 드린 자살에 대한 ‘언론보도권고기준’을 반영하여 주시기를 간청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그러면서 자살보도 권고기준을 첨부해 보냈다. 이 기준은 2004년 7월에 한국자살예방협회, 한국기자협회, 보건복지부가 제정해 발표했다.

자살 보도 권고기준

언론은 자살에 대한 보도에서 매우 신중해야 합니다. 언론의 자살 보도 방식은 자살에 영향을 미칩니다. 자살 의도를 가진 사람이 모두 이를 실행에 옮기는 것이 아니며, 자살 보도가 그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더 나아가 자살 보도는 사람들이 삶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한 방법으로 자살을 고려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자살이 언론의 정당한 보도 대상이지만, 언론은 자살 보도가 청소년을 비롯한 공중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충분한 예민성과 책임감을 가져야 합니다. 우리는 언론인들이 자살에 대한 보도에서 아래의 권고기준을 지켜주실 것을 권고합니다.

1. 언론은 자살 보도에서 자살자와 그 유족의 사생활이 침해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중요한 인물의 자살과 같은 공공의 정당한 관심의 대상이 되는 사건이 아닌 경우에는 자살에 대한 보도를 자제해야 합니다.

2. 언론은 자살자의 이름과 사진, 자살 장소 및 자살 방법, 자살까지의 자세한 경위를 묘사하지 않아야 합니다. 다만 사회적으로 중요한 인물의 자살 등과 같이 공공의 정당한 관심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경우에 그러한 묘사가 사건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경우는 예외입니다.

3. 언론은 충분하지 않은 정보로 자살동기를 판단하는 보도를 하거나, 자살 동기를 단정적으로 보도해서는 안됩니다.

4. 언론은 자살을 영웅시 혹은 미화하거나 삶의 고통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오해하도록 보도해서는 곤란합니다.

5. 언론이 자살 현상에 대해 보도할 때에는 확실한 자료와 출처를 인용하며,통계 수치는 주의 깊고 정확하게 해석해야 하고, 충분한 근거 없이 일반화하지 말아야 합니다.

6. 언론은 자살 사건의 보도 여부, 편집, 보도 방식과 보도 내용은 유일하게 저널리즘의 기본 원칙에 입각해서 결정하며, 흥미를 유발하거나 속보 및 특종 경쟁의 수단으로 자살 사건을 다루어서는 안됩니다.

또 실천세부내용도 있다.

실천 세부내용

【1】자살은 전염된다.

– 자살에 대한 보도는 대중의 모방자살을 부추길 수 있다는 사실을 항상 명심하자.
– 자살이 유행하고 있다거나 특정 지역의 자살률이 세계에서 가장 높다는 등의 표현을 피한다.

【2】자살은 다수의 복합적인 원인들에 의해 발생한다.

– 실연, 실업, 질병 등의 고통스러운 사건들 자체가 유일한 자살의 원인은 아니다.
– 자살자의 90%이상이 사망 당시 정신 질환을 앓고 있었지만 드러나지 않은 경우가 많다.
– 유명인사의 자살은 일반인의 자살보다 모방을 유발하기 쉽다. 유명인사의 자살이 특별한 주목을 받더라도 그의 개인적인 매력이나 명성 때문에 정신건강상의 문제나 약물 남용 문제가 가려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3】자살 보도문에서의 언어적 표현이 자살의 전염성을 높일 수 있다.

– 헤드라인에 자살이라는 말을 쓰거나 사인이 자해라고 표시하는 것은 위험하다.
– 자살한 사람의 신분에 상관없이 헤드라인에 이름, 나이, 거주지를 밝히는 것은 좋지 않다.
– ‘자살’, ‘자살하다’ 보다는 ‘자살로 사망하다’라고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 전자의 표현은 기사의 초점이 죽음에 국한되어 있거나 그 죽음을 죄악시하는 것을 암시할 수 있다.
– ‘자살 사망’ 혹은 ‘자살 미수’란 표현이 ‘자살 성공’ 내지 ‘자살 실패’ 라는 표현보다 바람직하다.

【4】자살 보도문이 암시하는 태도가 자살의 전염성을 높일 수 있다.

– 자살이 사회적이나 문화적인 변화 내지 타락 때문에 일어나고 있다는 식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언급을 삼간다.
– 자살한 사람을 순교자로 미화하거나 자살 행위 자체를 용감하거나 아름다운 행위로 묘사할 경우, 자살 가능성이 있는 사람에게 자살을 실행에 옮기도록 부추길 수 있다. 그보다는 자살한 사람의 사망 사실에 대한 애도를 강조해야 한다.

【5】자살사건의 특성도 모방자살에 영향을 줄 수 있다.

– 특히 유명인사일 경우 자살을 흥미위주로 다루는 것을 피해야 한다. 유명인의 경우에는 그 사람이 앓고 있었을지 모르는 정신질환 문제에 대해 반드시 언급해야 한다. 특히 자살한 사람이나 자살 장면, 자살 방법에 대한 사진 등을 개제하지 말아야 한다. 1면 머리 기사로 싣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
– 특히 자녀를 포함한 가족동반자살의 경우 희생된 아이들과 그 아이들을 살해한 부모의 비정함에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경우 자살을 결심한 부모에 대한 정보가 전달되지 못하거나 왜곡될 수 있으므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6】어떤 방법으로 자살했는지에 대해 자세하게 묘사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 연구에 의하면, 자살에 대한 미디어 보도는 자살 빈도보다는 자살 방법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 특정한 절벽, 고층빌딩, 철도 같은 전통적으로 자살이 자주 발생하는 곳을 보도하면 대중의 관심을 환기?집중시켜 더 많은 사람들이 그 장소를 선호하게 된다 (예: 한국의 반포대교).

【7】자살로 인해 일어날 수 있는 부정적인 결과를 함께 밝혀준다.

– 자살에 대한 기사에는, 자살에 대한 편견과 정신적 충격으로 그 가족이나 주위 사람들이 겪을 고통이 언급되어야 한다.
– 자살을 시도했으나 실패하여 신체적 후유증(뇌 손상, 사지마비 등)을 입을 수 있음을 자세히 보도하면 자살을 억제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8】자살보도시 자살을 극복할 수 있는 정보도 함께 전달해야 한다.

– 자살률의 추이와 자살 위기에 놓인 사람들을 위한 최신 치료법을 알려 준다.
– 자살한 사람이 자살하는 대신 선택할 수 있었던 대안을 함께 알려 준다. (위기상담을 할 수 있는 곳의 전화번호와 인터넷 사이트 주소 등)
– 치료나 상담을 받고 위기를 넘긴 사람의 사례를 보도한다.

【9】시민들이 자살에 대해 보다 정확하게 알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 자살에 대한 편견을 소개하고 자살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돕는 정보를 포함 한다.
– 통계수치는 반드시 주의 깊고 정확하게 해석하여 인용해야 한다.
– 자료 출처는 정확하게 제시한다.
– 자살 예방전문가들의 조언을 정기적으로 제공한다.
– 죽음을 너무 가볍게 여기거나 터부시하지 않고 진지하게 이야기 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를 조성한다.
– 시민 자신과 가족의 정신건강을 체크하고 위기에 대처할 수 있도록 자살 징후가 무엇인지, 그런 징후를 발견하면 어떻게 대처해야하는지를 설명한다.

모든 글 쓰는 이들에게 이런 기준을 지켜달라고 요청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이 기준이라는 것이 내가 봐도 정말 흠잡을 수 없을만치 잘 돼 있는 것 같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적어도 한 사람의 죽음을 다루고자 한다면 적어도 ‘사람’에 대한 애정, ‘생명’에 대한 경외심, 내가 아닌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 같은 것은 있어야 할 것이다.

안재환 씨의 죽음이 안타깝다. 실신했다는 정선희 씨도 빨리 슬픔을 딛고 다시 일어서기를 기대한다.

디지로그

경남도민일보에서 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2017년부터 체육부에 와서 경남FC, 내셔널리그 등 축구를 담당하고, 겨울시즌에는 창원LG세이커스 농구도 담당합니다. 물론 전국체전이나 각종 아마추어나 학교스포츠도 맡아 합니다. 원래는 뉴미디어, IT 등에 관심이 많고, 그에 따른 글을 많이 썼습니다.

2 Responses

  1. 부지깽이 댓글:

    저도 방송을 보면서 화가 마구 나더군요.
    고인이나 유가족을 전혀 생각하지 않는 모습들에 tv를 그냥 꺼버렸습니다.

  2. 실비단안개 댓글:

    잘 읽었습니다.
    오늘 기사들이 많이 씁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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