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귀성이라고? 귀경이라고?

해마다 설이나 추석이 지날 때쯤이면 신문과 방송을 보고 들을 때마다 울화통이 터진다. 서울 사는 사람들의 ‘촌 사람’ 무시가 지나쳐도 너무 지나치기 때문이다.

설이나 추석때 고향을 찾아 가는 일을 ‘귀성(歸省)’이라고 한다. 돌가가서 살핀다는 뜻이다. <동아 새국어 사전>(1990년 판)을 찾아봤다.

[고향에 돌아가 어버이께 문안을 드린다는 뜻으로] 객지에서 지내다가 고향에 돌아옴(돌아감)

이라고 한다. 이 단어에서 중요한 것은 ‘고향’이라고 본다. 고향에 계신 부모님이나 가족 친지를 찾아뵙고, 성묘를 하고, 미처 벌초 하지 못한 사람들은 늦은 벌초도 하고자 고향으로 돌아오는 것이 이른바 ‘귀성’이다.

그럼 ‘역귀성(逆歸省)’은 무엇인가? 고향을 찾아갔다가 사는 집으로 되돌아 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흔히 쓰이듯이 대처에 있는 아들네 집으로 노인이 찾아가는 것을 뜻한다고 볼 수는 없다.

분명히, 대처에 있는 자식에게로 설이나 추석 쇠러 가는 노친네들이 많고, 꼭 그렇지 않더라도 제사를 모시는 큰 형님이 고향이 아닌 다른 도시에 살고 있어 그리로 찾아가는 젊은이들도 많은게 현실이기는 하다. 그렇다면, 그것은 그대로 ‘귀성’이면 된다. 조상의 묘소를 찾아가는 것은 아닐지라도 차례라도 지내고, 그동안 자주 보지 못했던 형제자매, 친지를 만나고자 모이는 것이라면 그냥 ‘귀성’이라고 하면 된다. ‘고향 가는 길’이라고 하면 더 좋다. 서울서 나서 서울서 자라 서울이 고향인 사람들도 많다. 부산이나 대구, 마산, 청주, 대전 등등 모든 도시가 다 그렇다. 그렇게 고향인 곳을 떠나 있다가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은 귀성이고, 고향찾아가는 길이다.

그런데도 굳이 ‘역귀성’이라고 말하는 것은 서울 사는 사람들의 못된 서울 중심 사고에서 나온 말 지어내기에 지나지 않는다. 꼭 서울 사는 사람들이 고향 찾아가는 것만 ‘귀성’이고 그 반대로 시골 사는 사람들이 설 추석 쇠러 서울로 가는 것은 ‘역귀성’이어야 할 아무런 까닭이 없기 때문이다.(아, 여기에는 토를 달 사람들도 있겠다. 부산 으로 추석 쇠러 거는 것도 역귀성이라고 하고, 김해나 진주 같은데로 인근 군에서 설 쇠러 가는 것을 역귀성이라고도 하니 말이다. 그러나 근본은 서울 사람들이 그렇게 지어낸 말을 아무런 비판의식 없이 막 쓰는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본다.)

귀경은 더 나쁜 말이다. 우리나라 인구 중 천만명 이상이 서울에 산다. 경(京)을 좀 폭넓게 해석해 수도권이라고 하더라도 국민 절반정도가 그곳에 산다. 나머지 절반은 그 ‘경’에 살지 않는다. 나도 경남 김해에 산다. 고향은 하동이고, 부모님은 진주에 사신다.

그런데, 설 추석때 부모님 뵙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을 두고 신문 방송은 모조리 ‘귀경’이라고 싸잡아 말한다. 언제 저네들이 내가 사는 김해를 서울로 만들어 줬다는 것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또, ‘역귀성’이라는 해괴한 말로 표현했던 그 경우, 그러니까 서울로 설 추석 쇠러 갔던 이들은 이미 서울로 가 있는데, 집으로 돌아가는 것도 ‘귀경’이라고 한다. 집에 가야하는데 언제까지 서울에다 묶어두려는 심보인가. 그냥 ‘귀가’라고 하면 된다. 그보다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라고 하면 더 쉽고 자연스럽다.

그래서인지, 연휴 앞뒤로 도로 사정을 전하는 라디오 소식도 모조리 서울서 떠난 사람들이나 서울로 돌아가는 사람들에게만 유용할 뿐, 진주를 떠나 김해로 오는 내게는 소음일 뿐이다.

디지로그

경남도민일보에서 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2017년부터 체육부에 와서 경남FC, 내셔널리그 등 축구를 담당하고, 겨울시즌에는 창원LG세이커스 농구도 담당합니다. 물론 전국체전이나 각종 아마추어나 학교스포츠도 맡아 합니다. 원래는 뉴미디어, IT 등에 관심이 많고, 그에 따른 글을 많이 썼습니다.

3 Responses

  1. 박종원 댓글:

    저는 고향이 서울입니다.
    중랑구 망우동이죠.
    귀성, 역귀성이라는 말 모두 달갑지 않습니다.

  2. 박종원 댓글:

    저는 고향이 서울입니다.
    중랑구 망우동이죠.
    귀성, 역귀성이라는 말 모두 달갑지 않습니다.

  3. 실비단안개 댓글:

    잘 읽었습니다.
    심기가 불편하시군요.^^

    우리들의 백과사전 – 위키백과에서 ‘역귀성’을 검색하여 보았습니다.
    그 유명한 ‘명박산성’ 보다 ‘역귀성’은 역시 아래인지 검색이 되지 않는군요.

    다음 (국어)사전에서 ‘역귀성’을 검색하였습니다.
    * 역귀성[逆歸省] : [명사] 명절 때에 자식이 고향의 부모를 찾아가는 것에 대하여 거꾸로 부모가 객지에 있는 자식들을 찾아가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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