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받은 너무 큰 추석 선물

추석에 너무 큰 선물을 받았습니다. 부산에 살고 계신 작은어머니께서 손수 만들어 보내 주신 것입니다.

추석날 새벽, 사돈할머니(작은어머니의 어머니) 차례상 차리신다고 못오시고, 사촌 동생만 차례 참례하라고 보내시면서 들려 보냈습니다.

작은어머니는 나를 장조카라고 이것 저것 끔찍이도 잘 챙겨 주십니다. 군대 있을 때는 작은어머니도 작은어머니지만, 사돈 할머니께 참 많은 폐를 끼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도, 지난 봄 사돈 할머니께서 돌아가셨을 때 찾아뵙고 향 하나 피워드리지 못해 두고두고 죄스럽고 아쉬운데, 이렇게 큰 선물을 받고보니 고맙고 면목없게 됐습니다.

상자도 이렇게 예쁘게 손수 만드셨네요. 스티로폼으로 외형을 만들고 포장을 예쁘게 했습니다.

뭐가 들었을까 궁금해하며 열어보고는 깜짝 놀랐습니다. 저와 아내의 이름이 새겨진 명패였습니다. 아내와 저는 할 말을 잊고 한참을 들여다 보았습니다.

전해 준 사촌 동생에게서 배경 설명도 들었습니다. 교사로 정년퇴직하신 작은어머니께서는 서예를 배우고 계신데, 저에게 주겠다고 서실 선생님께 글을 써달라 해서는, 손수 나무를 새긴 것은 좀 됐다고 합니다. 그런데 새겨놓고 보니 내 이름이 아내 이름보다 좀 작은 것 같아 선물 하기를 망설이고 망설이셨답니다. 최근에야 서실 선생님께 이응(ㅇ)자가 들어가는 글자는 작게 보인다는 설명을 듣고서야 추석 선물로 보내주셨답니다.

그렇다면, 작은아버지께서 뇌졸증으로 쓰러지셨다가 회복하느라 한참 힘드실 시기에 이것을 만드셨다는 얘기입니다. 이렇게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디지로그

축구가 좋은 축구입니다.

11 Responses

  1. hepi11 댓글:

    정말 뜻깊은 선물에 기분이 좋으셨겠네요.

  2. hepi11 댓글:

    정말 뜻깊은 선물에 기분이 좋으셨겠네요.

  3. 돼지털 댓글:

    파비님도 추석 잘 쇠셨겠지요? 추석 연휴, 쉼표였으니 또 바쁘고 즐겁고 재밌고 힘들고…. 그렇게 또 살아가야지요^^

  4. 돼지털 댓글:

    퇴근해 들어오니 아내가 현관에 떡하니 붙여놨네요. 아침저녁으로 드나들때마다 작은어머니의 사랑을 되새길 수 있게 됐습니다.

  5. 파비 댓글:

    작은 게 큰 거죠. 제 눈엔 동그라미 세 개가 젤 커 보이네요.
    훌륭한 작은어머님이시로군요.
    부럽습니다.

  6. 실비단안개 댓글:

    아래 사진 아랫줄에요 –

    서예을 – 를 –

    • 돼지털 댓글:

      고맙습니다. 실수를 했네요^^

      추석은 잘 쇠셨지요? 블로그 포스팅은 잘 보고 있습니다…

  7. 실비단안개 댓글:

    세상에 하나 뿐인 선물이군요.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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