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환급금 모아 태양광발전소 짓자

유가환급금을 받으면 뭐할까?

당장 이번 달에 다니는 회사에서 신청해 줄줄 알았더니, 근로소득 외에 다른 소득이 있어서 다음 달에 개인적으로 신청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 흥분은 약간 가라앉았지만, 몇십만 원 ‘공돈’을 받으면 어떻게 쓸까 고민되긴 한다.

얼마 전 우리 공장 기자가 진보신당에서 일하는 친구에게 들었다며 전해준 이야기가 재밌다. 진보신당에서 유가환급금을 모아 태양광 발전소를 짓고자 한다는 것이었다. 꽤 구체적이었는데 에너지전환이라는 시민단체 공동 출자 형태로 시민발전소를 짓고 있는데 10㎾ 용량이면 7000만 원 정도 들며, 정부 보조를 받으면 더 적은 돈으로도 지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7000만 원이라, 10만 원씩 700명, 20만 원씩 350명이 출자하면 된다는 얘기다. 결코, 쉽게 모을 수 있는 돈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못 이룰 일도 아닐 듯하다.

‘타우버 졸라’의 태양광 발전기가 설치된 V/S를 찾은 레온하드 하프(‘타우버 졸라’ 대표) 씨가 전력 생산량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지발위 공동기획 취재단(경남도민일보)

‘타우버 졸라’의 태양광 발전기가 설치된 V/S를 찾은 레온하드 하프(‘타우버 졸라’ 대표) 씨가 전력 생산량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지발위 공동기획 취재단(경남도민일보)
이렇게 고민이 깊어가던 중 우리 공장 임채민 기자가 독일의 신재생 에너지 산업 전반을 취재하고 와서 쓴 기사가 눈길을 확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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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를 보니 “독일에서 태양광 발전은 2004년 이후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06년 현재 설비용량은 2800㎿로 2003년에 비해 3년 새 7배가량 성장했다. 약 10억 유로가 관련 개발에 투자됐다”고 돼 있다. ㎾가 아니고 ㎿란다. 시민운동으로 이런 단위를 꿈꾸기는 어렵겠지만, 독일 사례를 더 살펴보니 구미가 당긴다.

기사를 좀 더 살펴보자.

그럼 독일 태양광 발전의 급격한 성장은 어디에서 기인했을까? 바로 전국 방방곡곡의 ‘개미’들이 나서 일군 성과라는 데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

독일 뷔르템베르크(Baden-Wurrttemberg) 주에 있는 ‘타우버 졸라(Tauber Solar)’ 역시 독일 전역에 산재한 ‘개미’들 중 하나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타우버 졸라는 매년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하며 10명의 상근 직원을 거느린 이 지역의 대표적인 태양광 발전 사업 컨설팅 업체로 거듭났다.

이 회사의 대표 레온하드 하프(Leonhard Haaf) 씨는 소아과 의사였다. 1998년께 개인적으로 관심도 있고 해서 가정에 작은 용량의 태양광 발전 시설을 마련했던 게 그의 인생행로를 바꾸었다.

2000년 독일 정부에서 발전차액 지원제도를 골자로 한 ‘EEG’ 법이 본격 시행되면서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2001년 좀 더 용량이 큰 태양광 발전 시설을 자신의 집 지붕에 설치한 레온하드 하프 씨는 놀라운 수익률에 눈이 번쩍 뜨였다. 환경 친화적인 에너지를 사용하고 싶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투자비를 생각했을 때 효율성은 미심쩍었던 게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레온하드 하프 씨는 곧바로 2001년 지인들을 중심으로 투자자를 모집하기 시작했고, ‘시민 태양광 발전’의 형태를 잡아가기 시작한다.

시민주를 모금했던 것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타우버 졸라는 현재 국내에서 태동 단계에 있는 ‘태양광 시민발전소’의 형태를 띠었고, 독일 북부 지역을 중심으로 1∼8호기가 건설되기에 이른다.

이후 시민들의 참여가 계속 늘어나고 사업성이 다시 한번 확인되면서 타우버 졸라는 또 한 차례의 변신을 하기에 이르렀다.

수익 배분 문제가 복잡해지고 장기 투자자 모집이 절실해지면서 은행 투자자를 중심으로 펀딩 사업으로 전환하게 된 것이다. “처음에는 이상적인 마음으로 시작했으나 좀 더 확실하고 깔끔하게 일을 처리하고 싶었다”는 게 레온하드 하프 씨의 설명이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시중 30개 은행을 통해 투자자를 모으기 시작했는데, 독일 현지 시중 은행 금리가 3∼4%인 데 반해 태양광 발전 투자자들은 그보다 2배 이상 높은 6∼8%의 수익률을 올리게 된 것. 물론, 환경 친화적인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다는 대의명분 역시 투자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현재 타우버 졸라는 △은행을 통한 투자자 모집 △태양광 발전 설치 지역 물색 △엔지니어를 통한 기술적 검토 △시스템 설치와 가동 등의 업무를 처리하고 있으며, 독일은 물론이고 스페인과 이탈리아 등 유럽 전역에 원격제어 시스템으로 컨트롤하는 130∼150기의 태양광 발전소를 건립·운영하고 있다.

이 정도라면 한 번 달려들어 봄 직하다. 물론, 아직은 국민주 형식으로 시작한다 하더라도 수익률을 얘기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진보신당에 있다는 그 친구가 했다는 “유가환급금이 ‘나쁜 돈’은 아니더라도 ‘이상한 돈’인 건 분명한데, 이를 ‘좋은 돈’으로 만들어서 써먹으면 좋겠다는 이야기입니다”는 말이 자꾸만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진보신당에서는 녹색정치위원회(준)가 제안한 안을 두고 구체적인 검토에 들어갔다고 한다. 시민단체 에너지전환은 비록 소규모이긴 하지만 이미 시민 태양광 발전소 3기를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고유가 고환율로 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져 있는 이참에, 공돈마저 생기는 이참에 이런 일을 추진해 성공한다면, 그래도 후손들에게 진 빚을 ‘우리는 이러 이러 했노라’라고 해 얼마쯤은 탕감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V/S 공장 지붕에 설치된 타우버 졸라 태양광 발전 시설. /지발위 공동기획 취재단

더구나 독일 사례를 보면 공장 지붕을 활용하고 있다. 사진을 보니 내가 학교 다닐 때 사회교과서에 나도던 공장지대의 지붕 모습과 비슷하다. 요즘도 이런 모습의 공장이 많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공장 뿐 아니라 대부분의 빌딩 옥상은 그다지 효율적으로 관리 이용되지는 않는다. 이런 공간을 활용하면 좋을 것이다.

또 있다. 자치단체 등이 운용하는 여러 시설을 활용할 수도 있다. 아래 사진은 김해시가 정수장 터에 태양광 발전소를 짓는 모습이다. 이 발전소는 이미 준공했다.

김해시와 KC코트렐(주)가 지난 1월 한림면 명동정수장에다 신 재생에너지 보급사업을 본격 추진키로 하고 건립 중인 1500㎾급의 태양광 발전소. /뉴시스

이런 사례는 찾아보려면 많다. 가정집 옥상에 소규모로 설치한 곳도 있고, 진해시청 청사 옥상에도 설치돼 있다. 마산시도 하수종말처리장에 설치한다고 한다.

돈만 모은다면 좋은 뜻으로 추진하는 일이므로 자치단체나 정부와도 충분히 협상할 수 있다고 본다.

아무쪼록, 너무 늦지 않도록(환급금 받아 카드 빚 갚고, 술밥사먹고, 그렇게 다 써버리기 전에) 힘있게 추진해주기를 기대한다.

디지로그

축구가 좋은 축구입니다.

3 Responses

  1. 성은자 댓글:

    맞다 그거다. 우리나라도 지붕을 꾸밀려고하지 말고 태-양판을 깔아 만들면 되겠구먼여…
    집값 거품 빼고 영양가 있게 만들면 괜잖을것 같은데…….ㅉㅉㅉ0000

  2. 성은자 댓글:

    맞다 그거다. 우리나라도 지붕을 꾸밀려고하지 말고 태-양판을 깔아 만들면 되겠구먼여…
    집값 거품 빼고 영양가 있게 만들면 괜잖을것 같은데…….ㅉㅉㅉ0000

  3. 김주완 댓글:

    이거 이미 진보신당에서 제안해서 공개적으로 하고 홍보하고 있는 아이디어로 아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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