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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 기자 노릇하는 보람

지난 주말 일없이 자전거를 끌고 집을 나섰다. 연말 입주를 앞두고 막바지 손질이 한창인 김해 율하지구를 거쳐 부산 경계까지 3시간 남짓 상쾌한 여정이었다.

더구나, 그 길에 들른 율하 고인돌 공원에서 기자노릇하는 쏠쏠한 재미를 되새기며 뿌듯한 기분마저 느낄 수 있어 맑은 공기 못지 않게 더없이 상쾌했다.

내가 김해시청을 출입하던 2005년에 썼던 기사 덕분에 율하지역에 살았던 원주민들의 추억을 이어줄 흔적을 개발이 완료된 이곳에 남길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세상을 휘딱 뒤집어놓을 만치 중요하고 의미있는 특종을 하는 기자도 많지만, 이런 소소한 기쁨도 기자 노릇하는 보람일테다.

2005년 2월 15일자 경남도민일보에 두 건의 기사를 썼다.

김해 율하지구 은행·소나무 모두 사라질 판
율하지구, 문화재 우선이냐 자연경관 보호냐

이 그것이다. 당시 율하지구 개발을 책임진 토지공사 관계자에게 우연히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다. 율하지구에서 대규모 유적지 발굴이 진행중인데, 발굴한답시고 오래된 지역의 큰 나무를 모두 베어 없애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이는 조경에 조예가 깊은 이였는데, 700여 그루의 소나무와 은행을 다른 곳에 옮겨 심었다가 공사가 완료될 무렵에 공원 등에 재활용 하려 했는데, 유적 발굴 때문에 그 꿈이 물거품이 될 처지여서 하소연했다.

이 말을 듣고 당장 사정을 알아본 뒤 기사를 썼다. 요지는 ‘유적 발굴도 중요하지만, 지역 토착민들의 추억과 정서를 담은 경관도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이 기사를 썼더니 양쪽 모두로부터 떨뜨름한 반응을 받았다. 발굴하는 쪽에서는 “아무리 경관이 중요하다 해도 그건 다시 만들고 살릴 수 있지만, 유적은 한번 훼손되면 되살릴 수 없는데 웬 시비냐”는 것이었고, 토지공사 쪽에서는 “안그래도 발굴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려 개발사업이 지연되고 있는데, 나무 문제로 발굴이 더 더뎌지면 손해가 막심하다”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이런 여론 환기 덕분에 큰 나무는 다른 곳에 옯겨 심어졌다가, 최근 공원에 재 이식됐다.

우뚝 선 독립수. 글쎄, 몇 살이나 됐을까? 비명횡사할 운명에서 벗어나 새 둥지를 틀었어니 백년이고 천년이고 살아주면 고맙겠다.

이렇게 옮겨 심어진 나무가 제대로 뿌리 내리고, 큰 그늘을 이뤄 주민들의 쉼터가 됐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

여기 서 있는 소나무도 아마 그 동산에서 옮겨 온 것인 듯 하다.

그보다 작은 나무는 이렇게 모아 심었더라. 그렇지만, 아직은 허전하고 주변과 조화를 이루지 못해 어색한 부분도 있다. 그러나 5년, 10년 세월이 흐르면 뿌리를 내리고 옛 마을의 추억을 더듬을 원주민들에게는 마음의 안식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조성된 고인돌 공원과 유적 보존지구를 둘러보면서 뿌듯함과 함께 여러 생각을 했다.

가장 큰 11호 고분.

발굴된 20여기 무덤 가운데 가장 규모가 컸다는 11호분이다. 지금까지 여러 곳에서 보았던 ‘고인돌’과는 다른 특이한 형식이어서 눈길이 갔지만, 웬일인지 나는 그 시대 사람들의 키가 더 궁금했다.

원래 선사시대 사람들의 평균 키가 매우 작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비교해보니 정말 작다는 것을 실감했다.

옛날 사람들이 키가 작은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 놓고 보니 정말 작았겠다 싶다. 대부분은 이보다 작거나 이정도 크기였다.

나의 애마 자전거와 비교했는데, 이보다 작은 무덤도 숱하게 있었다. 물론, 11호분 내부 모형에서도 그다지 키가 크지 않다는 것을 알겠더라.

그런데, 이렇게 조성된 공원을 둘러보면서 한가지 아쉬웠던 것은, 왜 시멘트 칠갑을 해놨을까 하는 점이었다. 물론, 돌과 흙만으로 단단하게 고정돼 비바람에도 훼손되지 않고 원형을 유지하게 하기는 쉬운 일은 아닐 게다. 그렇지만 횟가루와 시멘트를 섞어놓은 듯한 모습에서 왠지 씁쓸함을 느꼈다.

온통 시멘트로 발라 놓아 옛 모습이 아쉬웠다.

세시간 남짓 땀 흘린 여정이었지만, 출발하면서 뿌듯한 기쁨을 느꼈기에 오가는 길이 그다지 힘들지는 않았다.

이런 것도 기자 노릇하는 보람인가 보다.

디지로그

축구가 좋은 축구입니다.

9 Responses

  1. 파비 댓글:

    애마가 멋지군요.

  2. Sun'A 댓글:

    잘보고 갑니다…
    편안밤 되세요…^^

    • 돼지털 댓글:

      방문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 실비단안개 댓글:

        기사 링크 아래 말이 매끄럽지가 않습니다.

        기사 링크
        기사 링크

        이 그것이다.

        맨 위 사진 조금 위쪽에요 –

        .. 웬 시비냐”는 것이곴고 – 것이었고 –

      • 돼지털 댓글:

        에궁, 바로잡았습니다. 오자 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 실비단안개 댓글:

        잘 읽었습니다.

        며칠전에 가까운 웅천을 마을버스로 도니 제법 여러곳에 발굴의 흔적이 있더군요.
        어디까지 진행이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긴 구덩이에 물이 고여있었습니다.

        보존과 개발 모두 어려움이 따르겠지만, 모든 현장에서 잘 해결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얼마전에 가까운 곳에 가니 그러더군요. – (죄송한 표현이지만)노가다는 시간이 돈(곧 수입)이다 – 라고요.

        김해에도 고인돌 공원이 있군요.

        함안의 박물관 앞의 고인돌 공원을 다녀왔었는 데, 관리가 잘 되고 있었습니다.

      • 돼지털 댓글:

        함안 고인돌 공원은 가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네요. 언제 한번 가봐야겠습니다. 율하 고인돌공원 개장 보도자료를 보니 ‘고인돌 공원 중에서는 전국 최대’라고 돼 있더군요. 면적은 꽤 넓습디다. 무덤도 많구요. 한번 구경 오세요.

      • 실비단안개 댓글:

        마침 포스트가 있습니다.
        약도가 있으니 참고하셔요.
        엮인글로 드립니다.^^

  3. Sun'A 댓글:

    잘보고 갑니다…
    편안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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