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이는 한중관계에 힘 실리는 중국

#지난 12일 오전 6시59분께 인천시 옹진군 소청도 남서쪽 87km 해상에서 배타적경제수역(EEZ)을 침범해 불법조업을 하던 루원위호 선장 청모 씨를 비롯한 선원들은 고(故) 이청호(41) 경사 등 해경 단속대원 10명에 의해 나포 당하자 이 경사에게 흉기를 휘둘러 사망에 이르게 하고 중국어선 승선과 나포를 시도하는 대원들에게 삽·죽창 등 둔기를 휘둘렀다가 구속됐습니다.

중국 어선의 서해상 불법 조업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었고, 우리 해경의 목숨을 잃은 것도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그렇지만 처음 이청호 경사 순직 소식이 전해졌을 때 중국의 반응은 이웃 국가로서 최소한의 예의도 갖추지 못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다가 한 국내 반중국(反中國) 정서가 강렬해지자 마지못해 나서 ‘유감’을 표시하고 근본대책을 세우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중국어선 불법 조업으로 우리가 입는 피해가 연간 1조 원에 이른다는 통계도 있지만 중국의 대응은 고압적인 자세로 해결에 미온적이었던 게 사실입니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17일 사망했다는 사실이 19일 알려지면서 한국 증시가 폭락하고 환율은 폭등하는 등 충격에 빠졌습니다. 그러나 북한 당국의 발표 때까지 MB정부 외교안보라인에서는 전혀 낌새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일례로 김 국방위원장 사망은 17일 오전 8시 30분이었는데도 당일 이명박 대통령은 일본을 방문해 정상회담을 했습니다. 한반도 안보 상황이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도 최고 국군통수권자가 나라를 비운 것입니다. 김 위원장 유고 낌새를 알았더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

그런데 속속 드러나는 여러 정황으로 볼 때 북한이 중국에는 김 위원장 사망 사실을 통보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김 위원장 사망부터 발표까지 이틀 반동안 중국은 해당 사실을 알고 그에 따른 충분한 대책을 세울 수 있었을 테지만, 한국 정부에는 전혀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이제 북한은 김정은 체제 구축으로 나갈 모양이지만, 그 과정에서 중국이 남북관계나 동북아 질서 유지에서 지대한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입니다.

#제주도 서귀포시 대정읍 마라도에서 149㎞(약 80해리) 떨어져 있는 이어도(離於島·Ieodo)에 중국이 새로 건조한 해경 순시선 ‘하이젠 50호’로 순찰하겠다고 밝히면서 이어도가 국제적 분쟁지구화 할까 걱정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이어도는 중국 퉁다오 섬으로부터는 247㎞, 일본 도리시마 섬으로부터는 276㎞ 떨어져 있는 수중 암초입니다. 중국은 이어도를 자국 배타적 경제수역(EEZ)에 포함시키려 하는데요, 지난 6월 13일 이어도 인근에서 침몰한 선박 인양 작업을 하고 있던 한국 선박에 중국 해감(해양경찰청 격) 소속 관공선이 접근해 “허가 없이 중국의 EEZ에서 인양 작업을 하고 있다”며 중단을 요구한데 이어 7월 한 달 동안 네 차례나 중국 관공선이 이어도 인근에 출현해 우리 EEX 내 침몰한 선박 인양에 대해 항의했습니다.

중국은 원유와 천연가스 등 풍부한 지하자원이 묻혀 있는데다 군함의 해상활동 요충지로서의 이어도가 가진 가치를 계산해 자국 EEZ에 포함시키려는 것입니다.

내년이면 한중수교 20주년입니다. 그동안 중국은 G2로 불릴 만큼 급성장했고 국제사회에서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한때 우리의 큰 투자대상국이었던 중국이 이제는 성장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제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중국은 우리에게 정치·사회·경제·군사적으로 미국 못지않게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한·중 관계에는 풀어나가야 할 일이 산적해 있습니다. 이런 시점에서 삼성경제연구소가 ‘중국, 불편한 미래가 될 것인가?’라고 물으면서 보고서를 내놨습니다.

‘경제는 여전히 뜨겁지만 외교는 미지근한 정도이고 안보는 냉랭하다(經濟熱 外交溫 安保冷).’ 현재의 한·중 관계를 단적으로 표현한 말입니다. 하지만 한·중 간 문제의 심각성은 현재보다 미래가 한층 더 불투명하다는 데 있습니다.

이 책은 앞으로 한·중 관계가 점차 더욱 어려운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그러한 전제 위에 한국과 중국 사이에 ‘불편한 관계’가 유발될 소지가 큰 일곱 영역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치밀하게 검토했습니다. 그 일곱 가지 영역은 △역사와 문화에서의 반목 △경제와 통상에서의 마찰 △규범과 가치관에서의 충돌 △북한과 북핵 문제를 바라보는 격차 △한·미 동맹을 둘러싼 갈등 △영토와 영해의 분규 △남북한 통일에 대한 이견입니다.

이 책은 이러한 영역과 관련한 중국의 입장과 정책, 한국의 입장과 대응방안에 대해서도 제안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20여 년간 양국 사이의 한·중 관계에서 우리 자신이 초래한 패착이 무엇인지를 짚어봄으로써 새로운 미래를 향한 방향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중국을 고민하다> 정재호 편저, 408쪽, 삼성경제연구소, 2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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