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사 꿀빵으로 보는 지자체 경쟁력

어제 통영 갔다가 오는 길에 ‘오미사 꿀빵’을 사왔습니다. 내게는 추억과 아픔이 함께 하는 매개물이기도 해 묘한 기분으로 꿀빵을 사와서 저녁에 아내와 옛 얘기 하면서 꿀빵을 먹고 있는데, 텔레비젼에 진주 꿀빵 얘기가 나오더군요. 참 여러가지 생각을 했습니다.

어제는 통영시 산양읍 연대도에서 ‘에코 아일랜드’ 준공식이 있었습니다. 취재차 연대도에 갔다고 돌아 나오는 길에 통영시 항남동 통영적십자병원 뒤에 있는 ‘꿀빵’ 가게에 들렀습니다. 근데, 가게 문이 닫혀 있더군요. 그래서 봉평동에 있는 분점에까지 가서 꿀빵을 사왔지요. 들은 얘기로는 적십자병원 뒤쪽 본점은 오전 8시 10분께 문을 열어 오전 10시면 문을 닫는다고 하네요. 대신 용화사 아래쪽에 있는 봉평동 분점은 늦게까지 꿀빵을 판다고 해서 찾아가서 사왔습니다.

나는 고등학교부터 십몇년을 진주에서 살았습니다. 당시 중앙시장 꿀빵은 정말 환상적인 맛이었지요. 아내도 저와 비슷하게 진주 꿀빵에 대한 추억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런 둘이 통영에서 신방을 차렸는데, 나야 출근하는 직장이라도 있었지만 새댁이 아는 사람 한 명 없는 통영에서 살기란 그리 녹록지 않았을 겝니다.

그러던 어느날 퇴근 후 술 한 잔 하고 버스 타러 가다가 우연히 발견한 ‘꿀빵’ 상호를 보곤, 바로 꿀빵 한 봉지를 사서 들고 집에 갔더니 아내가 너무 좋아하더군요. 산 설고 물 설고 사람 선 타향에서 고향 같은 진주의 맛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겠지요. 저도 그런 느낌으로 꿀빵을 샀지요.

하지만, 몇 번 사 먹다 보니 통영 꿀빵과 진주 꿀빵은 조금 달랐습니다. 진주 꿀빵이 좀 더 딱딱하고 단맛도 깊었습니다. 통영 꿀빵은 딱딱하긴 하지만 진주에 비하면 훨씬 부드러웠죠.

아내가 첫째 아이를 가졌을 때 내가 해 준 것은 딱 두가집니다. 꿀빵 떨어지지 않게 공수한 것과, 항남동 축협 뒷골목에 있는 피잣집에서 해물피자 시시때때로 배달한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큰 아이는 피자하고 달달한 음식에 사족을 못 씁니다. 반면 둘째 가졌을 때는 내가 덜컥 백수가 되는 바람에 입덧 할 때 아내가 먹은 음식이라고는 아버지께서 농사 지으신 고구마, 감자, 옥수수 같은 것이었는데 어떻게 된 게 둘째는 달거나 기름진 것은 정말 싫어 합니다. 대신 감자 고구마 옥수수 같은 것은 없어 못먹죠.

우리 부부에게 꿀빵은 이처럼 가슴 아픈 추억을 매개해주는 음식인데, 지난 설에 진주 중앙시장 꿀빵 가게에 갔더니 주인이 바뀌었더군요. 꿀빵도 취급하지 않고요. 대신 옆집에 있는 젊은 이가 꿀빵을 팔고 있었는데, 어떻게 된 건지 물었더니 팔리지 않아 가게 문을 접었다 하더군요. 대신 옆에서 보고 배운 자기가 꿀빵을 팔고 있다고 했는데 왠지 믿음이 가지 않아 사지 않고 그냥 왔더랍니다.

그런데, 오늘 통영 항남동 서호시장 주변 골목을 돌아보니 골목 골목 온통 꿀빵 가게였습니다. 심지어 미륵교 앞 KT통영 지사 옆에까지 통영시내 곳곳에는 00꿀빵이라는 상호가 붙은 가게가 널려 있었습니다. 1980년 국풍으로 충무김밥이 전국적인 상품이 됐다면, 최근에는 오미사 꿀빵이 통영을 대표하는 프랜차이즈 상품이 됐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실제로 각종 언론에서도 통영 오미사 꿀빵을 많이 다루고 있기도 합니다.

그런데, 반대로 진주에서는 꿀빵 가게가 장사가 안돼 문을 닫았다고 합니다.

이렇게 된 데는 여러 이유가 있을 겁니다. 통영은 관광으로 먹고 사는 동네고, 진주는 교육으로 먹고 사는 동네라는 것도 그 중 하나일 겁니다. 그러나 나는 다른 측면을 주시합니다. 통영은 진의장-김동진으로 이어지는 시장 마인드가, 그들이 시장이 되기 전부터 문화나 예술, 그런 것에 관심이 큰 사람이었다면 진주는 정영석-이창희로 이어지는 시장이 온통 땅 파고 건물 짓고 공장 유치하는 것으로 먹고 사는 데 관심이 큰 사람이었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고 봅니다.

물론 시장 생각이 골목길에서 팔리는 그렇고 그런 상품 하나하나에까지 영향을 미치지 못할 수도 있겠으나, 양 지역의 꿀빵 성쇠를 보면서 시장 덕 또는 시장 탓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드네요.

그러고보면, 올해 진주에서 ‘드라마 페스티벌’이 열릴 수 있을까도 궁금합니다. 이 축제는 선관위 디도스 사건으로 유명해진 최구식 의원(아직은 임기가 끝나지 않았으니)이 기획한 것인데, 이창희 시장 취임하고부터 시에서 지원을 제대로 해주지 않는다는 둥,  말이 많았습니다. 이제 최구식 의원이 끊 떨어진 연 신세가 됐으니 이창희 시장이 얼마나 관심 갖고 챙길지, 진정성 갖고 챙기리라는 믿음이 영 가지 않네요.

물론, 굴뚝 경제 시절에는 넓은 터에 공단 조성하고 공장 유치해서 잘 먹고 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돈 먹는 하마라고 시립 예술단을 없애버리는 그런 마인드로 21세기를 살아가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꿀빵 하나 갖고 생각이 좀 멀리 튀었네요. 진주 비빔밥이나 헛제삿밥, 진주냉면 같은 전통적인 진주음식. 진주사람들은 그다지 즐기지 않지만 촉석루 앞에서부터 남강변을 따라 주~욱 늘어서 있는 장어집 같은 현대적 진주 대표음식. 이런 것들도 진주 꿀빵과 같은 몰락의 길을 걷게 된다면, 글쎄요 이창희 시장이 12년 임기를 다 채우고 경제적으로 큰 성과를 거둔 시장으로 이름을 남긴다 할지라도, 나는 이 시장을 좋게 얘기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디지로그

경남도민일보에서 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2017년부터 체육부에 와서 경남FC, 내셔널리그 등 축구를 담당하고, 겨울시즌에는 창원LG세이커스 농구도 담당합니다. 물론 전국체전이나 각종 아마추어나 학교스포츠도 맡아 합니다. 원래는 뉴미디어, IT 등에 관심이 많고, 그에 따른 글을 많이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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