헉! 마눌이 지네에 물렸어요

지난 26일부터 28일까지, 모처럼 만에 온 가족이 함께 사흘을 쉴 수 있는 그야말로 ‘황금연휴’였습니다. 당연히 가족 나들이를 갔구요, 갔지만 좋은 추억과 나쁜 일이 함께 있었습니다.

마눌은 지네에게 한 방도 아니고 팔과 목덜미 두 군데를 물렸고, 딸래미와 나는 옻이 올라 아직도 가려움에 고생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장모님 모시고 한 1박2일 나들이, 동생 내외와 지리산 자락에서의 1박2일, 그리고 산청 산골농장에서의 장미 수석 조각 분재 구경은 참 좋았습니다.

6월 26일 오전, 아들래미는 학교에 영재반 수업 있다고 갔고, 아내와 나 딸래미는 밀린 대청소를 했습니다. 간단하게 점심 차려먹고 사천을 향해 고고씽.

사천 계시는 장모님 모시고 산청 웅석봉 아래 산장에 도착하니 오후 5시쯤 됐네요, 산골이라 추울 것이기에 일단 화목보일러에 불부터 지핍니다.

장작 보일러

이제 불이 붙었으니 밤새 타면서 방을 따뜻하게 할 수 있게 엄청 큰 장작 두어개 넣고 화덕 입구 닫으면 됩니다. 밤이 깊어가면 사온 고구마 구워먹어야지요,

다음으로 할 일은, 해마다 이맘때 쯤 해온 연례행사. 옻닭을 삶아 먹기위해 우선 가마솥에 옻나무를 넣고 달여야 하므로 아궁이에 불을 지핍니다.

저렇게 해두면 장작불로 불이 끓은 뒤 숯불로 밤새 물이 졸아들어 걸쭉한 옻국물이 만들어질겁니다. 낼 아침 옻나무 건져낸 뒤 닭을 넣고 한번 삶아내면 옻닭이 됩니다.

저녁 먹고 고구마 구워 아이들도 먹이고 마눌이랑 장모님이랑 소주 한 잔 하면서 이런 저런 얘기 끝에 나는 술이 취해 일찍 잠들었는데 자다가 갑자기 비명소리와 갑자기 환해져 깜짝 놀라 잠을 깼습니다.

아내가 뭔가에 물렸다며 무척 아파합니다. 보니 오른쪽 손목 안쪽 혈관 옆에 물린 자국이 있고, 물린데와 혈관쪽이 부어올라있습니다. 오른쪽 귀 아래 목덜미에도 물린자국과 함께 붓기가 있네요. 무에 물렸는지 몰라 두리번 거리고 있는데 굵기는 젓가락 두개 나란해 놓은 정도 되고 길이는 10cm는 넘어 보이는 지네 한마리가 스르르 기어가는게 보이네요. 잡을 도구 찾는 새에 장판 틈으로 들어가버립니다. 급하게 가위하고 자가 보이는지라 들고 장판 틀춰봤지만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습니다. 여기저기 쿡쿡 찔러보기도 하고 장판위를 막 밟고 했지만 흔적을 찾지 못하자 잡는 건 포기하고 다시 나오지 말라고 에프킬라를 장판 들추고 확 뿌렸습니다. 그러자 바닥과 벽이 만나는 곳에 벽지 시커매진 부분 틈에서 지네가 기어나오네요. 가위로 중간을 살짝 잡으니 잘리지는 않고 잡혀서 대롱대롱 들려나옵니다.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그냥 변기에 넣고 물 내려버렸습니다. 그러고 나서 밤새 화장실 못갔다는… 혹시 정화조에 빠져든 지네가 그곳에 쌓여있는 기운을 받아 거대한 괴물로 변해서는 변기 뚫고 올라올까봐 ㅋㅋㅋ

병원 가야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다가 인터넷 뒤져보니 우리나라에는 사람 목숨을 앗아갈 정도 맹독성 지네는 없다 합니다. 그냥 아내 팔 맛사지 해주며 머리맡에 앉아 무릎베개 해주고 잠들기를 기다렸다가 나도 잤습니다. 자고 나니 아내 팔 부기도 빠지고 아픈 것도 많이 가셨다니 참 다행이라 생각하고 옻닭을 삶았습니다.

닭이 익어가는 동안 산장 주변을 둘러보니 먹을 것도 많고 여름이나 가을에 또 오라고 유혹하는 것들이 많네요.

어릴 때 ‘오돌개’라고 불렀던 ‘오디’입니다. 뽕나무 열매지요. 떨어진 것만 주워 먹었는데도 금방 입술이 시꺼매집니다.

비료도 주지앟고 그냥 방치해둔 딸기가 벌써 이렇게 익었습니다.

이녀석은 배입니다. 조만간 봉지를 씌워줘야 가을에 크고 튼실하면서 달고 물 많은 배를 맛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녀석은 매실입니다. 다음주쯤이면 따서 술 담가야 하는데, 아마도 내 몫은 안될 듯 싶습니다.

철은 좀 지났지만 조선대 죽순도 뽑고 ‘머구’라고 하는 ‘머위’랑 취나물도 좀 뜯고 그렇게 오전을 보낸 뒤 장모님 사천에 모셔 드리고 진주로 갔습니다. 이후 이야기야 크게 배미있지는 않으니 생략하고 다음에는 28일 갔던 산청군 신안면 산골농장 장미축제 얘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기대해 주세요^^

디지로그

축구가 좋은 축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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