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기 씨, 통합진보당 대표 깜냥 없다

강병기 전 경남도정무부지사… 그이가 ‘9회말 무사 만루’ 위기상황의 당을 구하고자 당대표에 출마한답니다. 새벽부터, 아니 어제부터 참 기분이 엿같습니다. (미리 말씀드리면 저는 강기갑 전 의원을 지지하는 쪽도 아니며, 강병기 전 부지사를 미워하는 사람도 아닙니다. 그래서 당내 역학관계에서 어느 후보를 지원한다거나 어느 후보를 까려고 쓰는 글이 아닙니다.)

강 전 부지사는 지난 4.11 총선에서 진주을에 무소속 예비후보로 나섰습니다. 2월에는 민주통합당 서소연 후보와 경선을 벌여 ‘야권 단일후보’가 됐지요. 그런 그가 뜬금없이 친 새누리당 강갑중 후보와 단일화를 하겠다고 나섰습니다. 이때부터 강 전 부지사 정체성은 심각하게 훼손됐습니다. 그래서 저는 단일화를 걷어차고 나오라고 촉구하는 글을 쓰기도 했습니다.

지난 2월 16일 서소연 민주통합당 후보와 단일화를 한 강병기 전 경남도정무부지사.

강 전 부지사가 지난 총선에서 진주을 친 새누리당 무소속 강갑중 후보와 단일화를 한다고 했을 때 저는 ‘진주강씨’ 종친이 개입했을 수 있다는 소극적인(증거가 없었으니) 의혹을 블로그에 제기한 바가 있습니다. 근데, 결국 단일화 여론조사에서 석패한 뒤 엎치락뒤치락 하는 과정에서 강 전부지사 스스로 “단일화는 필수라는 지역 여론과 동지들과 종친들이”라고 해서 스스로 종친이 개입했음을 밝힌 바 있습니다.

강병기 전 경남도 부지사가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통합진보당 당대표 경선 출마 기자회견을 하고있다. /뉴시스

그런데 이번에는 통합진보당 후보로 나서면서 당 화합과 혁신 어쩌고 하는 애드립을 날립니다. 자신의 정체성을, 그의 철학체계로 보자면 ‘낡은 구시대 유물’인 ‘종친’도 극복하지 못하고 망가뜨린 그가 국회 제3당의 당 대표가 됐을 때 과연 종친이니 종파니 하는 것들의 개입을 막아낼 깜냥이나 있는지 궁금합니다.

물론 통합진보당 앞에 놓인 과제가 ‘특정 세력이나 종파를 척결하고 털고 나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분명합니다. 바꿀 것은 바꾸고, 고칠 것은 고치고, 상처는 보듬고, 다시 어깨 결고 함께 한 걸음씩 나가야 하는 것은 맞지만, 종파 이익에 눈 멀어 그런 대의를 보지 못하는 사람들이 판세를 뒤집으려는 꼼수를 부리고 있습니다. 그런 세력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강 전 부지사는 대표 경선에 나서서는 안됩니다. 그보다는 지난 6일 그가 페이스북에 남겼던 대로 “누구에게 통보한적도 없는 아무도 알아주지도 않는 침묵의 시간”으로 더 통렬한 성찰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80~90년대 진주에서 민주화운동을 하는 과정에서 지켜본 강병기 씨는 든든한 맏형 같았고, 언제나 원칙을 지키고자 애쓰면서도 항상 앞장서서 실천하는 이였습니다. 그때의 초심을 되찾아 다시 무대에 오르기를 간절히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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