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에는 다문화사회를 예고한 나무가 있다?

온 나라 골골마다 사연 있는 나무 한그루쯤은 다 갖고 있을 겁니다. 이를테면 영동 영국사 은행나무는 나라에 위급한 일이 있을 때마다 운다고 하지요.

함양 땅에도 그런 꽤 재미있는 나무가 제법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길을 끄는 나무가 아래 사진에 있는 연리목입니다. 얼핏 보기에는 그다지 특색이 없는데요, 어쩐일인지 왕복 2차로인 도로가 갑자기 이 나무를 사이에 두고 갈라졌다가 합쳐집니다. 처럼 도로 한가운데 자리하고 있는 나무는 제법 있지만, 이 나무는 아무리 봐도 왜 그리 도로를 내면서 나무를 지켜냈는지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사회적기업 해딴에가 마련한 ‘시내버스 타고 함양 속으로’ 프로그램에 참가했던지라 시내버스를 타고 가던 중이어서 내러서 사진을 찍지는 못하고 시내버스 기사분께 부탁드려 속도를 좀 줄여달라고 하고 차 안에서 몇 장 찍은 것입니다.

설명해 준 박영주 형 얘기로는 이 나무는 종류가 다른 4가지 나무가 마치 한그루처럼 뭉쳐 있는 연리목이라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도로 확장할 때 마을분들이 이 나무를 보존해야 한다고 주장해서 이렇게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하네요.

두가지 종류 나무가 몸체나 가지가 붙은 연리목 또는 연리지는 곳곳에 있지만, 이처럼 4종류가 하나로 뭉친 것은 아마 하나밖에 없지않나 싶기도 하네요.

함양군에서는 이 나무에 다문화 사회라는 스토리텔링을 입힌다면 나름대로 함양의 명물이 될 것도 같습니다. 위치는 용유담을 지나 마천쪽으로 가는 지방도상에 있는데 정확한 위치는 모르겠네요.

함양군에는 이밖에도 다양한 특색있는 나무가 있습니다. 이참에 함양에 있는 그런 나무들을 한번 살펴볼까요?

1박2일 함양 팸투어에서 두번째 본 것인 벽송사에 있는 도인송과 미인송입니다. 금강송으로 보였는데요, 벽송사 뒤편 언덕 위에 거대한 소나무 한그루와 그 옆에 그보다는 좀 작은 소나무가 우뚝 솟아 있습니다. 스님들이 동안거 중이어서 벽송사를 다 둘러볼 수는 없었지만 잠시 밖으로 나온 스님께 여쭤봤더니 큰 소나무는 ‘도인송’이라 하고 작은 소나무는 ‘미인송’이라고 한다더군요. 더 자세한 말씀 들어보고 싶었지만, 동안거중인지라 붙잡지는 못했습니다. 아래 사진에서 앞쪽에 보이는 게 도인송이고 뒤쪽에 있는 게 미인송입니다.

다음으로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구송’입니다. 아홉개 가지가 있다고 해서 ‘구송’이 됐는데, 지금은 가지 2개는 죽어 잘려나갔고 7개 가지만 남아있습니다. 휴천면 임호마을 입구에 있는데요, 임호마을은 ‘갱상도 문화공동체 해딴에’와 함께 마을만들기를 하고 있습니다.

안내판을 보니 이렇습니다.

“이 나무는 소나무의 한 품종인 반송이다. 반송은 밑동에서부터 굵은 가지가 여러갈래로 갈라져 옆으로 파지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 나무는 가지가 9갈래로 갈라져 구송(九松)이라고 불리는데, 그 중 2개는 죽고 깨의 가지가 남아있다. 녹핑 약 15m, 가슴 높이 직경 1.6m의 크기로 약 270년 전 이 마을에 처음 들어온 진양 정씨 학산공이 심었다고 전해진다.”

다음은 함양초등학교 앞에 있는 학사루 느티나무입니다. 점필재 김종직 선생의 일화가 서린 나무입니다. 역시 설명을 보겠습니다.

“이 느티나무는 조선 전기의 성리학자인 점필재 김종직이 함양현감으로 지낼 당시 학사루 앞에 심은 것으로 전해진다. 학사루는 통일신라시대에 함양태수를 지냈던 최치원이 이 누각에 자주 올라 시를 지었다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숙종 18년에 중건하고 1979년에 함양군청 앞으로 옮겨졌다. 함양현감을 지내던 김종직은 어린 아들을 병으로 잃었는데 그 아들의 아호가 목아였다. 아들의 짧은 생을 달래려는 마음을 담아 심은 느티나무는 500년이 넘는 세월동안 이 자리를 지키며 높이 22m, 가슴높이 나무둘레 7.25m에 이르는 거목이 되었다. 학사루 느티나무는 함양군민과 이곳을 거쳐간 모든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아왔고 함양과 그들을 지켜주는 수호신과 같은 나무다.”

얼마나 거대한지 손에 손을 맞잡고 둘레를 재어봤습니다.

어른 6명이 저렇게 들러붙어 재어야 했습니다.

우리가 팸투어중 잠을 잔 마을은 임호마을입니다. 그 마을 이장님 댁에는 ‘청배나무’가 있습니다.

마을만들기를 하는 ‘해딴에’는 “귀한 품종의 청배나무로 수령이 백 년이 훨씬 넘었다. 배 맛 또한 좋아 아주 인기있는 나무였다. 이 청배나무에 배꽃이 피면 화장산 고사리도 어김없이 올라와 있다”라고 설명을 해뒀습니다.

이밖에도 함양에는 상림이라는 거대한 인공 나무 숲이 있습니다. 신라시대 최치원 선생이 함양태수로 일하면서 홍수 피해를 막고자 조성했다는 곳인데요, 이 안에도 널리 알려진 연리목이 있습니다.

느긋하게 시내버스 타고 천천히 걸으면서 함양의 나무들을 찾아보고 그 속에 담긴 이야기, 나무들이 속삭이는 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도 괜찮은 여행이 되겠습니다.

디지로그

경남도민일보에서 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2017년부터 체육부에 와서 경남FC, 내셔널리그 등 축구를 담당하고, 겨울시즌에는 창원LG세이커스 농구도 담당합니다. 물론 전국체전이나 각종 아마추어나 학교스포츠도 맡아 합니다. 원래는 뉴미디어, IT 등에 관심이 많고, 그에 따른 글을 많이 썼습니다.

1 Response

  1. 해찬솔 댓글:

    함양 자주 가보았지만 나무만… 바라본적이 없네요. 함양가면 더 잘 보이고 사랑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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