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둘기’는 아실테고, ‘닭매기’라고 아세요?

‘닭둘기’라는 말이 있죠. 비둘기인데도 공원 등지에 집단서식하는 비둘기를 일컫는 말입니다. 야생인 비둘기가 마치 닭처럼 사람이 주는 모이에 적응해 길들여진 것을 빗댄 말입니다. 그런데 ‘닭매기’라 이름 짓고 싶은 현상을 봤습니다.

여름 휴가를 맞아 지난 7월 28일부터 31일까지 3박 4일을 서해 위도에서 보내다 왔습니다. 변산반도 격포항에서 배를 타고 위도로 들어가는 50분간 내내 그다지 많지는 않았지만 갈매기떼가 배를 따라오더군요. 사람들은 갈매기떼를 보고 사진 찍으랴, 모이로 새우깡 따위를 던져주랴 재미있어 했습니다. 어쩌면 지루할 수도 있는 50분 간의 선상 시간이 갈매기와 놀면서 재미있게 여행하는 모습이 그다지 나빠보이지는 않았습니다.

배를 따라 날아오는 갈매기를 보고 즐기는 사람들.  배를 따라 50분을 날아오는 갈매기떼. 승객이 던져준 새우깡을 받아먹은 갈매기.

하지만 연사로 찍은 사진 몇 장을 보면서 기분이 묘해지네요. 공중에 던져진 새우깡을 잽싸게 받아먹는 모습이라니….

‘저렇게 사람에게 길들여지는구나….’ 싶기도 하고, <어린왕자>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길들여진다는 게 어떤 의미였는지 기억을 헤집어 보기도 하고, 최근 읽은 <채식의 배신>이라는 책에 나오는 ‘어쩌면 사람이 1년생 곡물을 길들인 것이 아니라, 1년생 곡물이 사람들을 길들이고 노예로 삼은 것인지도 모른다’는 데까지로 생각이 널뛰기를 합니다.

그러면서 사람이 자연을 길들이든, 자연이 사람을 길들이든, 그 결과는 사람과 자연 모두에게서 ‘건강’을 앗아간다는 생각까지도 듭니다.

물론 아직은 ‘닭매기’라 이를 만한 갈매기 개체가 그렇지 않은 갈매기에 비해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도 아닐텐데 호들갑스럽게 ‘닭매기’라 ‘용어 인플레이션’을 일으킬 정도는 아닐 것이라 믿습니다.

디지로그

축구가 좋은 축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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