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보다 더 싼(!) 산업용 전기부터 손봐라

며칠 전 페이스북에서 산업용 전기 요금을 둘러싸고 작은 논쟁이 벌어졌습니다. 여기 참고

1인 당 전력 사용량이 훨씬 더 많은데도, 계량기에 연결된 인원이 적어 절대 사용량이 적으니 누진제를 적용 받지 않아 상대적으로 저렴한 요금을 낸다. 반대로 5인 이상의 대가족에서는 아무리 아껴서 1인 당 전기 사용량이 적더라도 절대 사용량이 많으니 누진제가 적용되어 상대적으로 훨씬 비싼 요금을 낸다.

이렇듯 가정용 전력요금의 누진제는 대가족에게 불리한 반사회적인 제도다. 산업용 요금처럼 쓰는 만큼 동일한 요율로 내게 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1인 가구가 폭증하는 요즘엔 전력수요 예측을 빗나가게 하는 원인중 하나이기도 하다. 자기가 사용하는 에너지의 가치만큼 지불하게 하라. 그게 가장 공평한 정책이다.

요약: 전력 누진요금제는 불공평하다. 기본 kW당 요금을 적정선으로 올리되 징벌적 누진제는 없애라.

이런 글을 읽고 내가 “원가에도 못 미치는 산업용 전기요금을 온 국민이 가정에서 분담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동의하기는 어렵네요”라고 답을 했고 그이는 “원가에도 못 미치는 산업용 전기라고요? 잘못 알고 계신것 같습니다. 가정용 저압 전기야말로 복잡한 송배전때문에 산업용 전기보다 훨씬 더 원가에 못 미치는 구조입니다. 산업용 고압 전기는 원가가 훨씬 저렴해서 판매가도 저렴한 겁니다.”라고 답했습니다.

이후 내게 전기 원가 자료가 없었기에 이에 대한 논쟁은 옆길로 샜습니다.

마침 오늘 아침 <경남도민일보>에 “원가보다 낮은 산업용 전기요금 현실화”라는 기사가 났기에 한번 검색을 해봤습니다. 내가 원하던 딱 들어맞는 통계는 아닙니다만, 전력통계정보시스템이 공개하고 있는 ‘연료원별 정산단가’를 보자니 올 들어서 7월까지를 보면 1월, 4월, 7월에 평균 단가가 산업용 전기 요금 92.84원/㎾h보다 비싸군요. 작년에도 1, 2, 3, 4, 8월에 거래단가가 산업용 전기보다 비쌌습니다.

전력통계정보시스템이 공개하고 있는 연료원별 정산 단가.

여기에 공개된 ‘정산단가’는 실제 발전에 들어간 연료비용과 설비비용, 운영비용 등을 기반으로 작성한 것이 아니라 전력거래소를 통해 거래된 전력 단가이므로 단순히 비교하기는 어렵겠습니다.

우리나라 전기는 한전 자회사 5곳과 민간 발전업체 등에서 생산하고 이를 전력거래소에서 한전에 팝니다. 한전은 이걸 사서 공장이나 가정 등에 판매하는 구조입니다. 즉 이 통계를 보면 한전은 적어도 올 들어 7월까지 석 달을 산업용 전기요금보다 더 비싼 단가에 전기를 사서 더 싸게 산업용으로 공급한 것이 됩니다. 여기에 산업용이든 가정용이든 또는 농업용이나 교육용이나 가릴 것 없이 전력거래소에서 거래된 가격에 송전 과정에서의 자연 소모분과 송배전 설비 운영 등, 한전 인건비 등 비용 증가 요인이 있으므로 적어도 ‘산업용 전기요금이 원가에 못미친다’는 주장은 다른 모든 조건을 배제하더라도 전혀 근거 없는 주장은 아니라는 겁니다.

대체로 우리나라 산업용 전력 비중이 50~55% 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렇게 산업용 비중이 높아진 것은 이처럼 ‘싼’ 전기요금 영향도 무시할 수 없을 것입니다. 한국전기연구원의 한 연구원은 “모든 에너지 중 전기 에너지가 가장 효율이 높다”고 말했습니다만, 그렇다 하더라도 이렇게 요금이 싸다 보니 산업용 에너지를 급속히 전기로 바꾸게 되면서 전력난을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송전철탑

물론 일각에서는 우리나라 전기요금 자체가 너무 싸다는 주장도 하고 있습니다. ‘너무’가 아니라 그냥 조금이라도 ‘싸다’면 요금을 올리는 것은 정당하다고 봅니다. 한전은 공기업이므로 적자를 내게 되면 장기적으로는 결국 국민이 낸 세금으로 이를 책임져야 합니다. 전기를 쓰는 사람이 적자를 메워야지 모든 국민이 이를 책임져야 한다면 불합리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전력통계정보시스템에서 보이듯 우리나라 전력 절반 이상을 소비하는 산업용에서부터 적자라고 한다면, 이를 먼저 바로잡아야 합니다. 산업용 전기요금부터 현실화해놓고 그래도 도저히 어쩔 수 없는 적자가 난다면 그때 비로소 요금체계를 어떻게 손봐야 할지 논의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정부는 지난 여름 동안 산업체에는 싸게 전기를 공급했을 뿐만아니라 절전장려금까지 줘 이중지원해주면서도 가정용 전기를 아껴쓰라고 그 난리 법석을 부렸습니다. 

디지로그

경남도민일보에서 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2017년부터 체육부에 와서 경남FC, 내셔널리그 등 축구를 담당하고, 겨울시즌에는 창원LG세이커스 농구도 담당합니다. 물론 전국체전이나 각종 아마추어나 학교스포츠도 맡아 합니다. 원래는 뉴미디어, IT 등에 관심이 많고, 그에 따른 글을 많이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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