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 잡았다’ 수능 선물은 뭐가 좋을까?

우리집 큰 녀석이 오는 7일 대입 수학능력고사를 칩니다. 수능 칠 녀석은 천하태평인데 지 엄마하고 동생 녀석만 안달입니다. 벌써 수험생 주라고 주변 친인척이 엿을 비롯해 각종 수험생용 선물을 안겨주고 있네요.

나요? ㅋㅋ 지난 1~2일 블로거 팸투어 간댔더니 아들 녀석 왈 “고3 수험생 아버지 맞아요?” 하네요. 뭐 어쩌겠어요. 내가 수험생도 아닌데…….

나는 수능 세대는 아닙니다. 고등학교 시절 내신은 9등급이 아니라 15등급까지 있었고, 수능이 아니라 학력고사를 보던 시절을 보냈습니다. 학력고사를 앞두고 시험 잘 치라는 친인척과 지인들의 선물 목록을 가만 되짚어 보니 ‘엿’이 대세였던 것 같네요. 대부분 엿+귤이었고, 엿+찹쌀모찌(이건 우리 전통 찹쌀떡이 아니라 일본식 ‘모찌’였습니다)도 있었는데 뜬금없이 엿+초코파이도 있었네요.

    

‘감 잡았다’ 올해 수능 선물은 단감으로

    

우리집 둘째는 지 오래비 수능 잘 치라고 지난달 말 팔목에 차는 염주를 선물했습니다. 오늘 저녁 먹으면서 딸래미에게 살짝 “오빠야 시험치는데 선물 뭐 하나 안하니?” 물었더니 “염주 선물 했잖아요. 보니까 잘 차고 다니더라고요. 소매 속에 숨겨서 ㅋ” 합니다. “그래도 엿 하나 쯤은 사주면 더 좋을 것 같다”고 말해줬습니다.

나는 아들 녀석에게 엿과 함께 단감을 사주려 합니다. 뭐 요즘 세태는 도끼 모형이나 기타 펜던트를 선물하는 모양입니다만, 나는 ‘도끼’를 선물할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습니다. 단, 내가 도끼를 선물한다면 펜던트가 아니가, 야영할 때 실제로 쓸 수 있는 ‘손도끼’를 선물할 가능성이 높죠.

창원 단감은 당도가 높고 전국 생산량에서도 최고를 차지할 만큼 명품 단감이다.

왜 단감이냐구요? 단감은 그만한 가치를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단감은 에너지가 44Kcal로 수분 86.5%, 단백질 0.5g 지방질 0.1g, 당질 11.4g, 섬유소 1.1g, 회분 0.4g, 칼슘 8㎎, 인 18㎎, 철 0.3㎎, 나트륨 2㎎, 칼륨 149㎎, 비타민A 23㎛, 베타카로틴 139㎛, 비타민B1 0.03㎎, 비타민B2 0.03㎎, 나이아신 0,3㎎, 비타민 C 50㎎ 등을 함유하고 있습니다. 비타민 A와 C는 감기 예방이 좋죠. 섬유소는 변비 예방에 좋습니다. 특히 단감은 타닌 성분이 당분으로 전화된 것이어서 일반적으로 떫은 감이 변비를 유발하는 것과 달리 많이 먹어도 변비에는 대부분 안 걸립니다. 단, 감 중앙부를 관통하는 하얀색 섬유소 부분은 변비를 유발할 수 있으므로 먹지 않는 게 좋다는 설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단감에 들어있는 당질은 과당으로 설탕에 비해 흡수 속도가 빠르고 흡수되는 곧바로 에너지원으로 쓰일 수 있어 두뇌활동이 왕성해야 할 수험생에게는 최적의 에너지원이 됩니다.

껍질을 깍아 낸 단감.

여기에다 흔히 하는 말로 ‘감 잡았다’는 것을 빗대, 수능에 대박 나기를 기원하는 마음도 담을 수 있습니다. 사실 수능이란 게 공식 기록 12년, 비공식으로는 15년 이상 되는 인생을 하루 단 한 번의 시험으로 결과를 내는 것이어서 ‘운’도 무시할 수 없는 구좁니다. 그런 상황에서 ‘감(感)’을 잡는 것은 몹시 중요한 것입니다. 그 감을 잡으라는, 또는 이미 잡았으니 쫄지말고 응시하라는 응원 메시지가 담긴 것이지요.

그래서 아들내미에게 수능 응원 선물로 단감을 주고자 합니다. 또한 엿도 줘야지요. 엿에도 의미가 담겼기 때문입니다.

    

과거 보는 선비의 필수 영양소 ‘엿’

    

옛말에 ‘과거 준비하는 선비 집에는 조청(엿) 냄새가 진동한다’는 게 있답니다. <영조실록>에는 과거 시험을 치르는 유생들이 저마다 엿을 하나씩 입에 물고 시험장에 들어갔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더 큰 의미로 보자면 조선의 왕은 새벽에 눈을 뜨자마자 이부자리 안에서 조청(물엿) 두 숟가락을 먹고 난 뒤 학습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이는 엿에 포함된 ‘당분’을 우리 조상들이 잘 알고 활용했다는 얘기지 싶습니다. 

엿에 포함된 맥아당은 흡수가 빠른데다 당질 성분도 풍부해 수험생들의 뇌 활동을 활성화하는 에너지원으로 최상이다.

인간의 뇌는 엄청난 에너지를 소비합니다. 뇌의 무게는 몸 전체의 2%에 불과하지만 에너지 소비량은 20%에 육박할 정도입니다. 이는 근육 전체가 사용하는 것과 맞먹는 양입니다. 그런뇌가 소비하는 에너지의 근원은 포도당입니다. 엿의 단 맛을 내는 맥아당은 설탕보다 포도당을 두 배나 공급합니다. 체내 흡수 속도가 빨라 먹는 즉시 두뇌 활동을 왕성하게 하는 에너지원이 되기에 과거를 앞둔 유생이나 왕 자리가 예약된 세자 등은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하기에 앞서 두뇌에 필요한 영양소를 충분히 공급한 것입니다.

또한 엿에는 배앓이 증상을 가라앉히는 기능이 있습니다. 수험생을 가장 괴롭히는 것은 긴장으로 인한 스트레스인데요, 스트레스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장기는 위장으로 지나친 긴장이 위장을 압박하면 밥맛을 잃고 소화가 잘 되지 않아 속이 답답하고 꽉 막히는 증상이 나타납니다. 흔히 말하는 ‘고3병’ 증세죠. 수능 당일 가장 당황스러운 순간은 갑자기 배가 아픈 것으로 한의학에서는 이를 ‘이급(裏急)’이라 하는데 ‘속이 급하게 고통을 호소한다’는 뜻입니다.

엿의 가장 구체적인 효능은 바로 이런 배앓이 증상을 가라앉히는 것입니다. 중국의 약물총서인 <중약대사전>을 보면 ‘엿이 비위의 기를 완화하고 원기를 회복하며, 진액을 생성하고 속을 촉촉하게 한다’고 기록돼 있습니다. 엿에 포함된 맥아당과 덱스트린 등의 성분은 정신적인 피로와 복통 치유에 좋아 한의학에서는 엿을 ‘소건중탕’이라는 처방에도 썼다고 하네요. 이는 만성피로와 복통에 주로 처방하는 것으로 엿이 소화 장애와 배탈 증상 완화에 효과가 있다는 것은 오랜 시간에 걸쳐 입증된 사실입니다.

    

엿에 얽힌 나쁜 기억

    

이처럼 엿은 인간의 두뇌활동을 활발하게 하는 필수 영양소를 포함하고 있지만, 대체로 ‘엿’에 대해서는 나쁜 선입견이 있습니다. ‘엿 먹어라’는 말이 그것인데요, 매우 부정적인 ‘욕’에 가까운 말이죠. ‘잘 먹고 잘 살아라’도 덕담이지만, 대부분은 욕으로 쓰이는 것고 마찬가집니다.

단감축제장에 나타난 각설이 엿장수.

전통적으로 엿은 단 맛이 주는 기쁨이 웃음이 복을 부르고 만복이 쩍쩍 달라붙어 살림이 늘어난다는 긍정의 의미가 담긴 식품이지만 지금은 부정적인 의미가 더 강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엿 먹어라’가 욕이 된 유래는 무엇일까요? 먼저 ‘엿’이라는 단어는 조선시대 팔도를 떠돌아 다니던 광대 집단인 남사당패가 쓰던 은어였다는 설이 있습니다. 여성의 성기나 남성의 성기를 가리켜 이를 엿이라는 속어로 불렀으며 ‘엿 먹으라’는 말은 곧 타인과 성관계를 맺거나 이 관계로 인해 봉변을 당하라는 욕이었다는 것입니다.

그보다 훨씬 설득력 있는 기원은 서울의 중학교 선발 시험에 얽힌 것입니다. 1964년 12월 7일 1965년도 서울지역 전기 중학입학 시험이 치러졌고 이때 자연 시험의 공동출제 선다형 문제 가운데 ‘엿기름 대신 넣어서 엿을 만들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있었습니다. 당시 정답으로 채점된 것은 ‘다이스타아제’였으나 일부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무즙’도 정답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 항의가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자 학부모들은 직접 무즙으로 만든 엿을 만들어 솥채 문교부나 교육청 등의 기관 앞으로 들고 갔고 “엿 먹어라! 이게 무즙으로 쑨 엿이야! 엿 먹어라!”고 외쳤다고 하네요. 결국 이를 이기지 못한 서울시 교육감 등은 사표를 냈고, 무즙을 답으로 써서 떨어진 학생들은 경기중학 등에 입학시키면서 간신히 수습됐는데, 바로 이 엿 사건이 사람들에게 회자되다가 결국 욕설이 되어 남았다는 것입니다.

아들내미는 지가 진짜 가고 싶었던 대학 수시는 탈락했습니다. 마지노선으로 잡았던 대학은 95% 이상 확률로 합격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요즘 전혀 수험생답지 않은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만, 그래도 수험생에 대한 예의차원에서라도 선물은 해야겠지요. 단감+엿은 필수, 그리고 손도끼는 좀 더 고민해보고 결정하겠습니다.

단감 껍질에는 과육에 비해 2배나 많은 비타민이 들어있다. 따라서 깨끗이 씻은 후 껍질 째 먹는 것이 훨씬 좋다.

여러분들도 수험생 선물로 단감 어떠세요? 이왕 단감 선물하려면 우리나라 단감 재배를 처음 시작해 수령 100년이 넘은 단감 나무가 있는 창원 단감으로 하는 것도 좋겠습니다.

디지로그

경남도민일보에서 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2017년부터 체육부에 와서 경남FC, 내셔널리그 등 축구를 담당하고, 겨울시즌에는 창원LG세이커스 농구도 담당합니다. 물론 전국체전이나 각종 아마추어나 학교스포츠도 맡아 합니다. 원래는 뉴미디어, IT 등에 관심이 많고, 그에 따른 글을 많이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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