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희 사장은 새누리당 후보로 출마할까?

오늘 아침 뉴스와 블로그 등에서 손석희 jtbc 뉴스부문 사장이 새누리당 후보로 서울시장에 출마할 것인지 관심을 많이 끌었다.

며칠 전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예고없이 도청 브리핑룸을 방문해 “올해 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이 압승할 거라는데 그렇지 않다. 현역을 이기려면 현역을 꺾을 만한 폭발력이 있는 인물이 있어야 하는데, 서울시장 선거에서 새누리당이 이기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데서도 보이듯, 새누리당으로서는 잃어버린 서울시장을 꼭 탈환하고 싶지만 뜻대로 되지 않고 있다. 그러다보니 ‘중진 차출론’까지도 나오고 있지만 어느 ‘중진’도 흔쾌히 나서지 않고 있다.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경남은행 인수 우선협상 대상자로 부산의 BS금융이 선정된데 대한 견해를 밝히고 있다. /경남도민일보 조재영 기자

홍 지사 말을 조금 더 들어보면 박원순 서울시장은 물론이고 최문순 강원지사, 송영길 인천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모두 새누리당으로서는 버거운 상대라고 한다. 결국 새누리당이 6월 선거에서 안심할 수 있는 곳은 영남권 5개 시도와 대전과 세종시 정도는 해볼만 하므로 17개 시도 중 7곳만이 안심권이거나 해볼만한 정도라고 한다.

<경남도민일보> 홍 지사 정국 전망 “차기 친노 중심은 안희정” 보도 참고

지방선거에서나 총선에서나 서울과 수도권이 가지는 상징성을 고려한다면 새누리당으로서는 서울시장 자리는 반드시 탈환해야 할 곳이 된다. 하지만 새누리당 내부 사장은 갑갑하기 이를 데 없다. 웬만한 인물로는 박원순 시장을 상대해 이길 가능성이 낮아 보이고, 그나마 정몽준 의원이나 김황식 전 총리 정도라면 어찌 한 번 해볼만도 하겠는데 둘 다 당 뜻과는 엇박자를 보이고 있다. 정 의원은 대선 후보까지 해봤고, 여전히 대권 꿈을 접지 않은 상황에서 위험한 도박에 나설 뜻이 없다는 뜻을 여러차례 밝혔다. 김 전 총리는 당에서 추대해준다면 해볼 뜻이 있어보이긴 하지만 선거에서 ‘바람’ 효과를 충분히 누리려면 경선을 통한 바람몰이가 절실한 새누리당에서 ‘추대’로 가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러다 보니 새누리당이 손석희 사장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모양이다. 본인은 부인했다지만 이미 김성태 새누리당 서울시당 위원장이 손 사장을 만나 식사를 하면서 출마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미 <100분 토론>과 <시선집중>을 통해 대중적 스타 반열에 올랐고, 지난해 종편 채절인 jtbc로 옮기는 데 대한 많은 우려를 불식하고 최근 균형잡힌 진행으로 ‘역시 손석희’라는 평을 듣는 손 사장은 아무래도 매력적인 카드이긴 하다.

그러면 손 사장 생각은 무엇일까? 누가 그 속을 알 수 있으랴만, 나는 출마하지 않는다는 쪽에 건다. 그 이유는 여럿이다.

<100분토론>을 진행할 때의 손석희 하나운서.

첫째, 강원도지사 후보로 차출됐던 엄기영 전 MBC 사장의 기억이 채 가시지 않고 있다. 엄 전 사장 역시 MBC 9시뉴스 인기 앵커 출신이자 사장까지 지냈다. 임기 말에는 MB 정권과 대립각을 세우며 큰 관심을 끌기도 했다. 하지만 무슨 사정이었는지 자신을 MBC 사장자리에서 몰아낸 한나라당 공천으로 강원도지사에 출마했고 같은 MBC 사장 출신인 최문순 현 지사에게 고배를 마셔야 했다. 손 사장이나 엄 전 사장은 국민 정서와 그들의 언행이 일치했기에 인기를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정서와 등을 돌리는 순간 그동안 쌓아온 모든 것이 한순간에 무너지고 말았다.

둘째, 사람 생각은 바뀔 수 있다고 하지만 손 사장은 이미 서울 시장 후보로 나서지 않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힌 적이 있다. 2011년 <시선집중>에 출연한 홍준표 당시 한나라당 대표가 출마가능성을 물었지만 “나가면 소는 누가 키우나”라며 ‘소를 키우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 소를 키우는 목장이 달라졌고, 키우던 소도 바뀌었지만 그는 여전히 소(방송)를 키우고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그가 소를 접고 정치를 하겠다고 결심할 만한 어떤 정황도 보이지 않는다.

jtbc <뉴스9>을 진행중인 손석희 사장

그럼에도 손 사장의 출마 가능성을 ‘0%’라고 단정지어 말할 수는 없다.

셋째 이유 때문이다. 새누리당이 손 사장 카드를 만지작 인다는 것은 단순히 ‘삼고초려’로 모셔오면 좋겠다는 정도는 아닐 것이다. 무언가 알려지지 않은 모종의 비장의 빅 카드를 쥐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어르고 달래고, 당근도 주지만 채찍질도 해가면서 손 사장을 설득하려 들 것이다. 손 사장이 끝내 응하지 않는다면 새누리당은 직접은 아니더라도 손 사장에게 치명상을 입힐 모종의 공작을 벌일 가능성도 있다. 그럴 경우 손 사장은 출마하지 않고도 모든 것을 잃게 될 가능성도 있다. 출마했을 때 입게 될 타격과 비교하고, 출마해서 당선했을 때 얻게 될 것을 고려하면 출마 쪽으로 기울 가능성도 영 없지는 않을 것이다.

사실, 나는 서울시장 선거에 투표권이 없다. 그런데도 관심이 가는 것은 ‘서울시장’이라는 자리가 가지는 무게감 때문이다. 전국에서 동시에 벌어지는 선거에서 서울시장 선거전을 압도적으로 끌고가는 쪽이 전국의 다른 선거에서도 유리한 선거전을 펼칠 수 있게 된다. 선거권이 없는 비 서울 주민도 서울시장 선거에 관심을 둘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리고 그런 사정을 알기에 새누리당도 ‘손 사장 영입’이라는, 지금으로서는 무망(無望)해 보이는 무리수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손 사장도 이런저런 여론도 듣고 있을 것이고, 여러 방안에 대한 고민도 많을 것이다. 무엇이 그가 지금까지 살아온 길과 맞는 길인지를 잘 생각해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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