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후보는 ‘탈핵’이 뭔지 알기는 할까?
민주당 경남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 김경수 예비후보(이하 김 후보)가 어제(3월 24일) 양산에서 첫 ‘경청투어’를 하면서 ‘탈핵’에 관해 몇가지 얘기를 했는가보다.
나는 그가 ‘정치인’으로 나서기 전에 인터뷰 해본 적이 있기에 그가 무슨 일을 한다 할지라도, 앞자리 짚어가며 말하지 않더라도 기본으로 깔고 그를 이해하는 부분이 있었다. 그런데 오늘 있었던 일에 대한 보도를 보자니 그 ‘근본적인 신뢰’가 흔들린다. 사실 <경남도민일보>가 경남도지사 선거에 나서는 5명에게 직접 전화로 물어봤더니 진보당 강병기 후보에 이어 두 번째로 ‘탈핵’ 의지를 보여줬던 이가 김 후보였다. 하지만 오늘 민주당 경남도당이 낸 보도자료를 보자니 ‘신뢰’를 거둬야겠다는 생각마저도 든다. 물론 보도자료 작성자나 민주당 도당이 김 후보의 탈핵의지를 제대로 전달 못했을 가능성도 있지만 이 보도자료 그대로 보도된 사례(아시아 뉴스통신. 나는 이 매체를 그다지 신뢰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 보도 내용이 내게 걸려들었다는 것만 봐도 누군가에게 이 내용이 전파됐다는 의미이다.)도 있는 만큼 김 후보 의지와 다른 점이 있다면 적극적인 해명도 필요하다고 본다.
보도자료를 보면 김후보가 어제 양산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에서 열린 ‘탈핵전도사’ 김익중 동국대 의과대학 교수 강연장에 참석했다. 이자리에서 김 후보는 “원자력은 안전을 담보할 수 없는, 다음 세대에게 경제적 부담과 불안을 떠넘기는 지속 불가능한 에너지”, “우리 아이들의 생명과 미래를 위협하는 신규 원전 건설을 중단해야 한다”, “양산시 웅상지역은 고리원전과 매우 근접해 있어 항상 불안 속에 살고 있지만, 서울 시민들과 똑같은 전기료를 내고 있다”, “원전안전이용부담금을 신설해 원전의 위험을 감수하며 살고 있는 피해예상자에게 전기료의 일부를 차별 지원하는 반값전기료 지원기금을 조성해야 한다”, “경남은 신재생에너지 산업에 적합한 여건을 갖추고 있다”, “독일은 탈 원전과 신재생에너지 산업으로 일자리 39만개를 만들었다. 우리도 탈 원전을 새로운 미래형 먹거리 산업이자 신성장동력으로 적극 육성해야 한다”는 등의 발언을 했다.
만약 이 보도에 나온 김 후보의 발언이 사실이라면 여기에는 ‘탈핵’에 관한 심각한 ‘오해’ 내지는 ‘무지’가 숨어 있다. 이제 하나씩 논의해보자.
먼저 “원자력은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는 발언. 맞다. 선거에 나서는 후보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발언 수위가 너무 낮다. 실제는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굉장히 위험하다’가 맞다. 이 부분은 핵발전 옹호론자들도 쉽게 부정하지 못하는 것이다. 단지 (잠재적) 위험 대비 효용이 더 크므로 대안이 없다는 게 핵발전 옹호론자들의 얘기다. 선거 출마자로서 쉬이 할 수 있는 얘기는 아니지만, 나는 이렇게 말해주길 기대했다. “핵발전소는 굉장히 위험한 것이다”라고.
“다음 세대에게 경제적 부담과 불안을 떠넘기는”이라는 발언은 90% 이상 맞는 말이다. 문제는 부담과 불안 뿐만 아니라 미래세대의 생명까지, 심지어 인류 멸종이라는 위험까지 떠넘기는 일이다. 그나마 ‘경제적 부담과 불안’을 떠넘기는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는 것만 해도 고맙다.
“지속 불가능한 에너지”도 맞는 말이다. 지금은 핵발전 연료로 우라늄을 쓰고 있지만 10여년 안쪽으로 ‘토륨’을 연료로 쓰는 기술이 상용화될 가능성도 크다. 토륨은 우라늄과 비교하자면 방사능 물질을 ‘덜’ 배출하는 건 맞지만 여전히 ‘자연방사능’에 플러스 알파를 더하는 방사능 물질을 배출한다. 우라늄도 유한하고 토륨도 우라늄보다는 넉넉하다지만 여전히 유한한 연료이다. ‘태양’ 에너지도 ‘유한’한 것은 맞지만 그런 근본주의적 질문은 아니다. ‘지속 불가능’이라는 말 속에는 석유처럼 언젠가는 없어질 것이라는 의미와 함께, 최소한 인류 생존을 이어갈 환경은 유지할 수 있다는 뜻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핵발전, 핵에너지는 언젠가 없어지겠지만 그 전에 인류 생존 자체를 위협할 수 있으므로 절대 ‘지속 불가능’하다.
“신규 원전 건설 중단”도 맞다. 그러나 한 발 더 나가 사용 연한을 넘긴 낡은 원전도 폐쇄해야한다. 흔히 생각하기를 새로 안 지으면 내구 수명이 다한 것들을 폐기함으로써 그것을 없앨 수 있다고 착각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세계를 봐도 핵발전소 내구연한 30년을 넘겼다고 가동을 중단하거나 폐쇄한 사례는 드물다. 새로 짓지 않는 건 기본이고, 낡은 것은 폐기해야한다.
“반값 전기료” 문제에 덧붙여 “탈 원전”이라고 표현한 앞뒤 얘기를 종합해 보자니 김 후보 또는 보도자료 작성자가 ‘탈핵’이라는 개념에 대한 이해를 하고 있다는 믿음이 전혀 안간다.
‘탈핵’은 단순히 핵발전소를 없애자는 데 머물지 않는다. 새로 짓지 않고 낡은 것 없애고 하는 건 기본이다. 하지만 사실은 그보다 더 이루기 어려운 것이 지금의 전기 생산.공급.소비 형태 자체를 아예 바꾸는 것이다. 어딘가에 대규모 발전 시설이 있고, 이것을 어딘가에 있는 대규모 전력 소비 지역이나 시설에까지 공급하려면 지금 밀양에서 벌어지고 있는 반인권적이고 반환경적인 작태, 즉 대용량 송전탑이 온 국토를 갈가리 찢어놓을 수밖에 없다. ‘탈핵’은 그런 짓거리를 하지 말자는 데까지 나가야 한다.
하지만 김 후보는 ‘반값 전기료’ 얘기를 하고 있다. 핵발전소 주변에 사니 전기료를 줄여주겠다고 한다. 그렇다면 핵발전소 주변에 사는 사람들이 줄어든 전기요금에 감사하며 지금까지 쓰던 만큼만 전기를 쓸까? 결국은 더 많은 전기를 써서 평소 쓰던 만큼의 전기요금을 부담하게 되리라는 게 내 생각이다. 그럼 서울이나 그밖에 발전소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요금 올랐으니 그만큼 전기를 덜 쓸까? 한동안은 덜 쓰려 애쓰기는 하겠지만 결국은 별로 줄이지 못할 것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전기 사용량을 줄여야 하는데, 김 후보 정책대로라면 오히려 1년 내에 전기 사용량이 더 늘어날 것이다.
“독일은 탈 원전과 신재생에너지 산업으로 일자리 39만개를 만들었다. 우리도 탈 원전을 새로운 미래형 먹거리 산업이자 신성장동력으로 적극 육성해야 한다”는 데 이르면, 정말 숨이 ‘턱’ 막힌다. 독일은 탈 원전과 신재생에너지 산업으로 일자리를 39만 개나 만들었는지는 찾아보기도 싫다. 독일은 지금 탈 원전 선언 이후 정말 ‘살인적’으로 치솟는 전기요금과 그밖의 에너지에 들어가는 부담 때문에 온 국민이 힘들어하고 있다. 러시아(? 우크라이나라고 해야하나?) 크림 반도에서 공급되는 가스 가격이 거의 두배로 뛰었다고 한다. ‘미래형 먹거리 산업이자 신성장동력’ 운운 하는 것은 결국 지금처럼 ‘전기 먹는 하마’인 산업 구조 혁명에 대한 개념이 없다는 것일 뿐이다.
김경수 민주당 경남도지사 예비후보(사진 오른쪽)가 나동연 양산시장을 면담했다. /민주당 경남도당막 비판만 하면 나도 무책임한 것이다. 나름 대안을 내놔야 하지 않겠나.
신규 핼발전소 건설 중단, 낡은 핵발전소 가동 중지 및 폐기, 중앙 집중적인 전기 공급 정책 폐기와 함께 지역에너지 공급 정책 확대, 신재생 에너지 사업에 대한 과감한 연구.투자 확대, 그에 덧붙여 에너지 위기에 대한 전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위한 다양한 정책… 이런 일을 해나가야 한다.
내가 알기론, 지금은 전기요금에서 일정부분 떼서 원자력 무슨 위원회에 예산을 지원해주고 있다. 이 위원회는 근거도 희박하거나 없는 핵발전소의 안전이나 어쩔 수 없이 핵발전을 해야 한다는 식으로 국민을 세뇌시키는 데 예산을 쓰고 있다. 이제 이 예산을 ‘탈핵’에 쏟아부어야 한다. 핵발전소 주변에 사는 사람들 건강 상태가 어떻게 바뀌어 왔는지, 초고압 송전선로 주변에 사는 사람들 건강은 이상 없는지… 이런 것을 연구하고 확인하는 데 많은 예산을 들여야 한다.
내 생각엔, 그런 것보다 더 많은 예산을 들여야 하는 게 국민에게 핵발전소는 안전하지도, 싸지도, 지속가능하지도 않다는 점을 깨우치게 하고 진짜 안전하고 싸고 지속가능한 에너지를 나부터, 우리 동네부터 생산하고 소비해야겠다는 의식을 심어주는 데 써야 한다.
경상남도 도지사가 이런 일을 다 해낼 수는 없다는 걸 잘 안다. 그래서 진짜 ‘살살’ 비판했다. 만약 김 후보가 대통령에 나선다면 진짜 ‘쎄게’ 엥겨들었을 터이다.
그래도 나는 김 후보에게 신뢰를 보낸다. 부디 ‘몰라서’ 책상다리 고약 붙여서도 안되지만, 알면서도 ‘당선’하려고 형수 다리 고약 붙여서도 안된다. 정도를 걸어 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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