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숙 국장 살리기라고요?
페이스북 경남도민일보 독자모임 그룹에 박정기 님께서 윤미숙 푸른통영21 사무국장 해임에 관한 글을 남겨 주셨습니다. 많은 분이 댓글로 반응을 보여주셨는데요, 내가 경남도민일보 편집국장은 아니지만, 경남도민일보 보도에 일정정도 역할을 했고 책임도 있다 싶어 글을 남깁니다.
먼저 밝힐 것이 몇 있습니다.
1. 나는 윤미숙 국장하고 20년도 더 전부터 알고 지내는 사이입니다. 거제 초록빛깔사람들 활동이 한참 피크에 올랐을 때 운동 형태나 방향, 전망 등에 대해 나와 윤 국장은 서로 뜻이 많이 통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서로 가족 근황 같은 사생활에 대해서도 많이 알 만큼 나름 친한 사이였습니다.
2012년 5월 연대도 에코아일랜드 개장식에서 만난 윤미숙 푸른통영21 사무국장.하지만, 그를 마지막으로 본 것은 2년쯤 전인가, 통영 연대도 에코아일랜드 개장할 때였습니다. 현장 인터뷰를 했지요. 그 이후로는 전화 통화도 없었습니다. 그저 풍문으로 근황을 듬성듬성 알고 있는 정도였습니다.
2. 윤국장 해고 소식은 12월 31일, 신문사 휴무라서 집에 쉬고 있던 중 들었습니다. 다른 사람과 다른 얘기로 통화하던 중 윤 국장이 해고됐다고, 페이스북에서 시끄럽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러고도 윤 국장과는 전화통화도 하지 않았고, 그의 페이스북 담벼락도 점검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통화하던 사람에게 쟁점이 뭐냐고 물었고, 몇가지 정리된 의견을 들었습니다. 내 판단으로는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고 1일 출근해서 2일 자 신문 편집회의를 하던 중 윤 국장 해고 문제를 내가 제기하면서 신문에서 다뤄야하는 것 아니냐고 했습니다. 물론, 전적으로 내가 한 제안 때문에 기사가 쓰인 것은 아닙니다만,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분명하다고 봅니다.
이런 전제로 박정기 님의 글에 대한 제 생각을 밝히고자 합니다.
1. 박정기 님은 “마을만들기에 전부를 바쳤다고 정년을 보장해야 한다?“고 물으셨습니다. 질문 취지에 나도 동의합니다. 마을만들기 아니라 그보다 더 한 일을 했다고 하더라도 단순히 그것만으로 정년을 보장해야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윤 국장 문제는 그 차원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비정규직 관련법에 따르면 윤국장은 무기계약직입니다. 2년 이상 계약직(비정규직)으로 일했기 때문입니다. 이럴 경우 해고는 이번처럼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그렇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판단했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무기계약직은 당연히 정년이 보장되는 것도 현행법 체계상 맞는 얘기고요. 하지만 무기계약직이라고 해서 절대 해고를 할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해고예고를 하고 때에 따라서는 해고 수당을 지급하는 식으로 충분히 합법적으로 해고할 수 있는 길은 열려 있습니다. 그런 절차에 문제가 있었고, 윤 국장은 그런 점에 대해 문제제기를 했으며 경남도민일보도 그런 측면에서 기사화를 결정했습니다. 물론 정치적 성향이나 판단 등 복합적인 문제가 개입됐다는 점도 기사화를 결정하는 데 근거가 됐습니다.
2. 박정기 님은 “언론플레이는 사무국장 군상의 특기“라고 쓰셨습니다. 앞에서 먼저 밝힌 두번째 말처럼, 윤 국장이 먼저 언론에 인터뷰나 도움을 요청한 일은, 적어도 내가 알기로는 없었습니다. 오히려 박정기 님께서 “제가 같은 경우를 당했다면 먼저 당사자와 사생결단을 냅니다. 동시에 지역 사람 들에게 호소합니다. 당사자와 투쟁에서 이길 수 있고 지역민들에게 호소가 통할만큼 지나온 행실이 떳떳하고 자신 있다는 반증이지요. 언론부터 찾는(이용하는) 손쉬운 방법을 택하지는 않습니다“라고 댓글로 남겼듯이 윤 국장은 그런 방법으로 싸웠습니다. 내가 알기로는 그리했습니다. (아마도 ‘반증’은 ‘방증’의 오타이지 싶습니다)
3. 그런데도 나는 윤 국장 문제를 우리 신문에서 다뤄야 한다고 판단했고, 편집회의에서 제기를 했던 것입니다. 박정기 님께서 “친절한 도민일보께서 영접하셨다“고 쓰셨습니다만, 내부 논의에 따른 결정이었지 시민단체 사무국장이 언론플레이 한다고 그에 짝짜꿍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참고로 이와 비슷한 사례로 보도된 것이 최근만 하더라도 경남여성회관장이나 녹색경남21, 경남영상콘텐츠진흥원(?이제는 이름도 정확히 기억나지 않네요) 등등이 있었습니다.
4. 박정기 님께서는 댓글에 “우리사회에 고용권자(임용권자)의 갑질에 하루아침에 해고당하는, 그러고도 언론 근처에도 못가보는 억울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한 사람이 아니라 집단으로 짤리는 경우도 부지기수지요. 약한자의 힘을 표방하는 도민일보라면 그런 사람들 사연을 먼저 기사화 해야지요“라고 남기셨습니다. 경남도민일보 사시가 ‘약한자의 힘’이라고는 하지만 현실적으로 ‘모든’ 약한자를 일일이 다 기사화하고 보듬고 위로하고 함께 싸울 수는 없다고 봅니다. 최대한 ‘모든 약한 자’에게 힘이 되고자 노력은 하겠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을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정말 모든 노력을 다했느냐’고 물으신다면 자신있게 ‘그렇다’고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나름 노력했다는 말씀도 드리고 싶습니다.
5. 경남도민일보는 창간하면서부터 지금까지 줄곳 ‘감시받지 않는 권력은 부패한다’는 점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유독 시민단체에 대해 쓴소리도 많이 했습니다. 다는 기억 못하겠고, 다른 기자가 쓴 기사까지 다 언급할 필요는 없겠기에 내가 한 일만 두어가지 예를 들면 창원YMCA 권 모 사무총장의 전횡을 고발해 결국 창원을 떠나게 했던 일이 있었습니다. 내가 환경을 담당하던 시절, 마창진환경운동연합에서 경남도민일보를 절독한 일도 있었습니다. 당시 벌어졌던 토월천 복개 반대투쟁이 대우아파트 주민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었는데, 환경단체가 미온적이고 소극적이라고 몇 번 깐데다가 윤미숙 국장이 썼던 칼럼 등으로 복합작용하면서 일어났던 일이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해 연말 나는 마창진환경련이 주는 ‘환경기자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6. 박정기 님께서 “필봉으로 이인식, 조현순 뒤통수를…“이라고 쓰셨습니다만, 사실은 그에 앞서 양운진 의장의 장기집권에 따른 폐해를 윤 국장과 똑 같은 논리고 비판하고 판을 엎었던 것도 이인식 의장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당사자와 투쟁에서 이길 수 있고 지역민들에게 호소가 통할만큼 지나온 행실이 떳떳하고 자신 있다“면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이인식 의장도 싸웠고, 그로부터 여러 해가 지난 뒤 윤 국장도 똑같은 방법으로 싸웠다고 알고 있습니다.
7. 그럼에도 박정기 님의 문제제기에 대해 공감합니다. “사무국장(상근활동가)들의 관료화,권력화 경향과 ‘내 아니면 안된다’는 우월주의 선민의식을 경계해야 하고, 연대 카르텔을 형성하거나 언론플레이를 통하여 방어하는(철옹성을 쌓는)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30년이 넘는 경남 환경운동사에서 많은 부침이 있었고, 처음에는 선이었으나 시대상황이 바뀌는 데 적응하지 못함으로써 악이 되는 일도 있었을 겁니다. 꼭 환경운동 뿐이겠습니까. 노동이나 문화, 크게는 시민운동 전체에서 이런 일이 어디 한둘이었겠습니까. 지금도 몇몇 시민단체에서 장기집권(?)에 따른 병폐에 대해서는 귀담아 듣고 있으며, 필요하다면 감시와 비판의 글빨을 날리겠다고 주시하는 곳도 있습니다.
8. 비판받지 않고 감시받지 않는 권력(그렇습니다. 이미 시민운동이 권력이 된 지는 오래입니다)은 절대 부패한다는 점을 명심하고 또 명심하며 권력을 감시.비판하고 약한자와 함께 갈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다는 약속으로 마치고자 합니다.
정성인님의 의견에 공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