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훈장 받은 항일지사마저도 학살한 이승만 정권

전쟁은 누가 뭐래도 범죄입니다. ‘전쟁은 군사력을 이용해 다양한 정치 목적을 달성하려고 하는 행위’라는 정의가 있긴 하지만, 전쟁의 이면에는 직접 교전 당사자인 군인의 생명뿐만 아니라 정말 아무 죄 없는 민간인마저도 이런 저런 이유로 학살당하기 일쑤이기에 전쟁은 인류가 만들어낸 가장 반인륜적인 범죄행위라 하겠습니다.

경남 하동군 양보면 장암리 하장암마을 양정골에서 미군 기총소사로 민간인 7명이 희생당한 현장을 가리키고 있단 당시 부상자 권창현 씨.

1950년 6월 25일 시작된 한국전쟁을 전후해서 대한민국 곳곳에서 민간인들이 이유도 모르고 수장되거나 골로 가 총살당해 원혼이 되어 구천을 떠돌고 있습니다. 아무리 전시라 하더라도 재판도 없이, 적시된 죄명이란 게 황당무계하기 그지없는 추정과 억지 뿐이었으니 남은 가족들의 아픔을 어떻게 말로 다 할 수 있겠습니까.

내가 태어나서 중학교 졸업때까지 살았던 경남 하동군 양보면 장암리 하장암 마을 양정골에서도 미군이 양민을 학살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른바 보도연맹이나 뭐 그런 것이 아니라 인민군을 피해 피란중이던 민간인을 전투기에서 기총를 난사해 7명이 숨진 일이 있었습니다. 2001년 이 문제를 취재.보도해 반향을 얻기도 했습니다만, 하루빨리 희생자 명예를 회복시키고 위령에 나라가 나서야 할 것입니다.

다행히 이번에 한국전쟁전후민간인희생자 창원유족회가 향토사학가 박영주 선생이 기록한 유족 인터뷰를 책으로 엮어냈습니다. < 그질로 가가 안 온다 아이요>(도서출판 해딴에, 275쪽, 1만 7000원)가 그것입니다. 여기에는 모두 13명의 증언이 생생하게 담겨 있습니다. 창원지역에서 학살당한 사람이 230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그나마 기록으로 남길 수 있어 다행입니다.

해군 창설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이상규 소령은 김구 선생을 존경해서 한독당 계열로 찍혔고, 그로 인해 돌아올 수 없는 길로 가고 말았다. 항일투쟁을 벌여 1991년 건국훈장을 추서받은 심재인 씨도 원혼이 되고 말았다.

창원유족회 노치수 회장은 발간사에서 “그 끔찍한 전쟁 와중에 이승만 독재정권은 전쟁과는 아무 관계가 없는 전국 방방곡곡의 많은 민간인들을 내 편이 아닐 것이라는 의심만으로 연행해 가거나 불러 모아 아무런 죄목과 재판도 없이 산이나 계곡 또는 바다에 끌고 가 그 가족은 물론 쥐도 새도 모르게 학살 희생시킨지도 벌써 65년이 흘렀습니다”라고 적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이런 끔찍한 전쟁범죄 증언록을 펴내면서 “이와 같은 슬프고 아픈 사연들의 증언들이 평화를 갈구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평화의 메시지로 승화되길 바랍니다”라고 했습니다.

역사는 승리한 자의 기록이라는 말도 있지만, 어쩌면 역사는 기록하는 자의 것일 수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2005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발족되면서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의 진실 규명작업이 시작됐습니다. 많은 부분 진실은 햇빛을 보게 됐지만 여전히 억울하게 희생당한 원혼을 달래줄 조치는 멀게만 보입니다. 13명 유족이 한결같이 염원하는 명예회복의 길이 하루빨리 와야겠습니다.

디지로그

축구가 좋은 축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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