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드러커 경영의 비밀-회전력을 높여라

얼마 전 마트에 갔다가 사이다 가격을 보곤 의아한 생각이 들어 사진을 찍어 페이스북에 공유했습니다. 요지는 그렇습니다. 칠성사이다 1개 가격은 2450원이었습니다. 한데 바로 옆에는 2개를 묶어 3000원에 팔고 있더군요. 잠시 망설였습니다. 1.8리터 사이다나 콜라 한 병을 사서 전부 다 마신 기억이 없는데, 어떤 걸 사야하느냐는 거였죠.

두개짜리 묶음을 사면 한개 가격은 1500원입니다. 그냥 한개를 사면 2450원이니 한개로 치면 950원을 더 주고 사는 셈입니다. 계산이 복잡해졌죠. 1500원 짜리 사이다를 950원 더 주고 한 개만 사느냐, 아니면 2450원짜리 사이다 두개를 1900원(개당 950원) 더 싸게 사느냐는 거였습니다. 분명히 한개만 사더라도 다 마시지 않고 탄산가스가 다 빠져나가 그냥 부어버릴텐데 두개를 사자니 정말 아까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다고 두개를 사면 한개하고도 더 많은 양을 그냥 버릴 터인데 두개를 살 수는 없고, 한개를 사자니 너무 비싸고….

왜 이런 고민을 해야하는지 화가 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페이스북에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는 취지로 글도 올렸는데요, 페친들이 다양한 의견을 남겼습니다. 그 중에는 음료 유통시장의 현실을 적시해준 것도 있었고, 경영에서 자금 회전의 중요성을 언급한 것도 있었습니다.

일단 가격을 어떻게 책정하는지는 따로 공부를 더 해보기로 하고 오늘은 자금(또는 재고)회전에 대해 얘기할까 합니다.

일본 회계사 하야시 야츠무가 지은 <회계의 신>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오시연 씨가 옮겨서 2013년에 한국경제신문이 발간한 책입니다. 이 책은 소설의 형식을 취했지만 소설이라기에는 구성이 엉성합니다만, 피터 드러커 경영의 핵심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내용을 요약하자면 한 대학생이 관리회계 과목의 클러크십을 이수하고자 외식업체의 한 점포에 근무하면서, 2년 내내 적자를 보던 점포를 흑자로 전환시키고, 저가공세로 치고들어오는 다른 외식업체를 꺾은 얘기를 담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드러크의 경영 이론을 이해하기 쉽게 풀어내고 있습니다.

책 표지에서부터 ‘500원을 줄이는 것과 1000원을 올리는 것, 어느쪽이 이익일까?’라는 도전적인 질문을 담고 있는데요, 앞의 사이다 사례를 보면 회전률을 높게 하는 것이 훨씬 이익이라는 점을 쏙 쏙 알아듣기 쉽게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우리 주인공이 클러크십을 수행하는 매장에는 하루 최대 80판을 구워낼 수 있는 고가의 화덕이 설치돼 있습니다. 또 본사 방침에 따라 고가로 매입한 캐비어는 냉장고에 방치돼 있습니다. 화덕은 감가상각비를 충당 못할 정도로 효율이 떨어지고 있으며, 고가로 매입한 캐비어는 그 매장의 주된 고객층에게는 너무 비싼 가격이어서 활용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현금’이 묶여 있는 셈입니다.

내가 갔던 마트는, 예를 들자면 사이다를 1000만 원어치를 사들였습니다. 팔려나가는만큼 현금은 다시 회전할 것이지만, 다 팔리는데 한달이 걸렸다면 1000만 원이 한달만에 한바퀴 돌아온 것이 됩니다. 그런데 두개씩 1+1 상품으로 판매해서 열흘만에 다 팔아내면 1000만 원은 열흘만에 한바퀴를 돌았습니다. 한 달이면 세바퀴를 돌 수 있는 거죠. 한바퀴 도는 데 이익률이 10%라고 하면 우직하게 한개씩 팔았을 때 한달에 100만 원을 벌겠지만, 이익률 5% 수준으로 1+1으로 판다면 한달이면 15%, 150만 원을 벌게 됩니다.

묶음 상품의 비밀은 가격책정 정책에도 관련이 있겠지만, 회전률이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이익률을 조금 낮추더라도 어서빨리 재고를 털고 그렇게 회수된 현금을 한바퀴 더 돌리는 것이 이익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면 왜 1+1일까요? 두개 묶어 3000원에 팔 수 있다면 1개 1500원에 팔아도 회전력을 높일 수 있을텐데 말입니다. 문제는 한 개 2450원에 파는 것보다 1500원에 판다면 더 많이 팔 수는 있겠지만 1+1으로 파는 만큼은 매출고가 오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결국 1+1 상품을 산다면 단가는 훨씬 저렴해지겠지만, 그걸 다 소비할 수 없으면서 단가만 생각하고 1+1을 산 소비자는 계산상 이익을 봤지만 실제로는 손해를 보게 됩니다. 소비자는 어떤 상품을 사야할까요?

사족으로 덧붙이자면, 요즘 대형마트나 편의점이나 할 것 없이 1인가구를 소구 대상으로 삼고 소포장 상품을 많이 내놓고 있습니다. 여기서 드는 의문 1. 과연 소포장 상품을 샀을 때 정당한 가격보다 더 많이 지불한 것일까 아니면 적정 가격을 지불한 것일까요? 의문2. 과연 대형마트나 편의점이 소포장 제품을 출시한 것이 소비자 사정을 고려한 것일까 아니면 매출 극대화를 위한 판매자 입장만을 고려한 것일까요? 나도 풀어내야 할 숙제입니다.

디지로그

경남도민일보에서 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2017년부터 체육부에 와서 경남FC, 내셔널리그 등 축구를 담당하고, 겨울시즌에는 창원LG세이커스 농구도 담당합니다. 물론 전국체전이나 각종 아마추어나 학교스포츠도 맡아 합니다. 원래는 뉴미디어, IT 등에 관심이 많고, 그에 따른 글을 많이 썼습니다.

%d 블로거가 이것을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