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량’해 달라고? “혜량’해 줄께
해량과 혜량. 海量과 惠諒. 한자는 전혀 다르지만 뜻이 비슷해 보여서 쓰임새를 잘 모르고 틀리게 쓰는 사람이 종종 있다.
해량은 바다해에 헤아릴 량을 쓴다. 표준국어대사전을 보면 ‘바다처럼 넓은 도량. 또는 그런 마음으로 잘 헤아림. 주로 상대편에게 용서를 구할 때 쓴다.’라고 돼 있다.
혜량은 은혜 혜에 살필 량(믿을 양)을 쓴다. 표준국어대사전에는 ‘남이 헤아려 살펴서 이해함을 높여 이르는 말. 주로 편지에 쓴다.’라고 돼있다.
경남도단위 한 단체장이 취임 인사 편지를 보내왔는데, 단어 하나때문에 썩 유쾌하지 않았다.
얼핏 보면 비슷한 뜻으로 보이지만 해량은 내게 잘못이 있을 때 용서를 구하는 말이고, 혜량은 상대방을 존중해서 (실제 잘못하고는 관계없이) 이해를 구할 때 쓰는 말이다. 자신이 무슨 죄를 지었는지도 모른채 관아에 잡혀간 사람이 머리를 조아리며 “하이고 죽을 죄를 졌습니다. 살려줍쇼” 하는 뉘앙스가 혜량이다. 이웃집을 털었다가 잡혀온 사람이 자기 죄를 뉘우치며 비는 건 해량이다.
억지로 따지기 어려우면 편지에 쓸 때는 그냥 무조건 ‘혜량’이라고 쓰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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