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혹스러운 ‘저인망’ 식 투고

‘논문 이중발표’와 다를 바 없는 글 보내기 유감

<경남도민일보> 30일 자에 ‘저작권법 위반 청소년 고소 폭증’이라는 기사가 실렸다. IT 업계에서는 새삼스러울 것 없는 내용이다.

몇 년 전부터 ‘블로그’를 운영하는 누리꾼이 많아졌지만, 자신의 독창적인 콘텐츠를 게재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콘텐츠를 ‘불펌(불법으로 퍼 감)’한 콘텐츠로 채우는 블로거들이 많아지면서 ‘저작권 침해’도 일상사가 되다시피 했다.

지난 28일 idomin.com 독자투고란에 글을 올렸다는 이로부터 전화가 왔다. 그 글을 지면에 게재할 것인지 물었다. 확인해보지는 않았지만, 만약 지면에 게재하지 않겠다고 하면 다른 매체에 투고할 요량이었을 것으로 짐작한다. 해당 지면에 원고가 밀려 있다고 말하고 며칠 뒤에 게재될 것이라고 양해를 구했다.

이달 초 idomin.com 독자투고 게시판에는 ‘류시철’이라는 분이 “파렴치하고 몰지각한 일부 투고자들은 타인이 일상생활 중 지득한 체험이나 노하우로 지혜를 모아 창작한 소재 글을 멋대로 퍼 옮기는데(복제) 이는 분명 저작권침해인 동시에 지적재산침해에 해당하는 만큼 양심을 떠나 법적 처벌대상이기도 하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대구 어느 경찰서에서 일하는 사람인데, 비교적 자주 독자투고를 하는 이다.

실제 투고되는 독자글을 보면 경찰이나 도로공사, 원자력발전소 관계자 등이 비교적 자주 투고한다.

그런데 가만 살펴보면 어떤 흐름 같은 것이 있다. 이를테면, 휴가철이 한창인 요즘은 경찰 쪽에서 ‘휴가철 빈집털이 조심’ 이라거나 ‘휴가지 음주운전 말아야’ 같은 글이 많다. 주제뿐만 아니라, 글의 소재도 엇비슷한 경우가 많다.

투고하는 이의 소속기관에 ‘독자투고 예시문집’ 같은 것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누군가의 글을 편집해 투고했다는 의심을 할만한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할 무렵 청와대 사회정책수석으로 내정됐던 박미석 숙명여대 교수의 표절 의혹이 화제였던 적이 있다. 제자의 논문을 표절했다는 것이 주된 의혹이었는데, 근래 ‘표절’로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이가 한둘이 아니다.

개중에는 제자의 논문 표절, 공저인 논문을 처음과 다르게 매체에 독자적인 논문으로 발표하는 경우 등도 있었지만, 자신의 논문을 이중으로 발표하는 예도 있었다. 권정호 경남도교육감이 선거 당시 논란에 휩싸인 부분이기도 하다.

‘초·중·고딩’이야 세상물정 몰라 그랬다고 변명이라도 하겠지만, 똑같은 글을 여러 매체에 동시에 투고하고 한군데라도 게재되면 좋다는 ‘고데구리(저인망)’ 식 투고는 각 매체의 독자투고 담당자를 곤혹스럽게 하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지도층 인사에게 엄격히 요구하는 ‘자기 표절도 금지’라는 기준마저 무너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 걱정스럽다.

<경남도민일보> 2008년 07월 31일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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